수선화(水仙花)
얄미운 매화가 피리 소리 재촉터니
고운 떨기 떨어져서 푸른 이끼 점찍네.
봄바람 살랑 불자 물결도 푸르른데
눈길 고운 미인은 오는가 안 오는가.
無賴梅花擫笛催 玉英顚倒點靑苔
東風吹縐水波綠 含睇美人來不來
- 신위(申緯, 1769-1847) -
김유근(金逌根, 1785-1840)이 신위에게 편지를 보내왔는데, 이런 대목이 있었다.
“매화의 일은 이미 지났고, 수선은 아직 꽃이 피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적료하고 견디기 힘든 아침입니다.”
이 편지를 받고 기뻐서 지은 시다. 매화꽃 피었으니, 겨우내 움츠렸던 몸 기지개 펴고 봄 술잔을 나누자던 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매화꽃은 벌써 져서 땅 위로 떨어진다. 봄바람이 강물 위에 잔주름을 지우면, 물결은 열심히 그 주름을 편다. 그러는 사이에 침침하던 강물에 초록빛이 짙어온다.
아! 매화꽃 지고, 봄물이 푸르러 가는 이때, 목 빼고 기다리는 수선화 아가씨는 어째서 여태 소식이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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