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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강원 횡성 풍수원성당 휴식여행‘피정’

추읍산 2009. 7. 19. 21:08

은은한 침묵… 잔잔한 풍경, 마음이 촉촉이 젖다

강원 횡성 풍수원성당 휴식여행‘피정’
박경일기자

장맛비가 내리는 날의 풍수원성당. 빗물이 흘러내리는 차창 밖으로 사진을 촬영했다. 비에 젖은 성당과 바람에 가지를 흔드는 아름드리 느티나무의 모습이 창에 맺힌 빗물에 번져 마치 수채화나 유화 같은 느낌을 준다.
피정(避靜)’을 아십니까. ‘피세정념(避世靜念)’의 줄임말로 ‘세상의 번잡함을 떠나 고요하게 마음을 지킨다’는 뜻입니다. 가톨릭에서 일상생활에서 잠깐 벗어나 묵상과 침묵 기도를 하는 일종의 종교적인 수련을 말하는 것이지요. 비교해 보자면 사찰에서 운영하는 ‘템플스테이’와 유사합니다.

피정은 템플스테이와 마찬가지로 번잡한 저잣거리의 생활을 벗어나 짧게나마 신부나 수녀의 ‘기도하는 삶’을 경험해 보는 시간입니다. 몸의 즐거움보다는 ‘마음을 내려놓는’ 그런 휴식인 것이지요. 사실 도회지의 지친 삶 속에서 휴가로 위로받아야 할 것은 몸보다 마음이겠지요.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나면 곧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시작됩니다. 해수욕장과 계곡은 물론이고, 이 땅의 이름난 관광지들은 모두 인파로 북적거릴 겁니다. 더불어 행락차량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도로는 마비될 것이고, 피서지에서 극성스러운 바가지 상혼과의 전쟁도 곧 시작되겠지요.

중년의 가장들에게 휴가란 때로 무거운 짐입니다. 가장 막히지 않는 길을 골라내야 하고, 쾌적한 숙소를 그것도 싼값에 얻어야 하며, 휴가지 주변의 맛집을 가족들 식성에 맞춰 꿰고 있어야 합니다. 휴가지에서는 가족을 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혹 그 공간에 침입하는 사람은 없는지 감시하면서 밀쳐내야 합니다. 교통편 점검하랴, 숙소예약 확인하랴, 놀 만한 장소나 맛집 점찍어 두랴, 신경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아차 실수하는 날이면 졸지에 ‘무능한 가장’이 되는 셈이니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지요.

이런 식이라면 오히려 더 지치고 더 피곤할 따름입니다. 이렇듯 소모적인 ‘방전(放電)’의 휴가여행 말고, 고요한 침묵 속에서, 혹은 자연 속에서 평화로운 마음을 갖게 하는 ‘충전(充電)’의 휴가를 즐겨 보면 어떨까요. 피정은 가톨릭 신도가 아니면 낯설긴 하지만, 따지고 보면 템플스테이보다 수칙이 까다롭지 않고, 꼭 지켜야 할 것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특히 가족 단위의 개인 피정이라면 스스로 자유롭게 묵상의 시간을 가지면 그뿐입니다.

그렇게 여름날 짙푸른 초록으로 가득한 풍수원성당이 있는 강원 횡성으로 떠났습니다. 마침 빗방울이 촉촉이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풍수원성당의 고요하고 성스러운 느낌도 좋지만, 인근에는 시골마을의 작고 소박해 더 아름다운 공소(公所·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작은 예배소)와 한옥의 정서가 느껴지는 폐교, 그리고 연꽃이 피는 마을까지 조용히 마음을 씻을 곳이 도처에 있었습니다.

 

 

기도와 묵상… ‘십자가의 길’에서 돌아보는 삶


풍수원성당 건물 앞에는 100여년 전 정규하 신부가 성당을 지을 무렵 심었다는 느티나무가 우람하게 자라 숲 그늘을 이루고 있다. 성당을 향해 다가서면 성당의 붉은 벽돌에 쏟아지는 밝은 빛과 느티나무 숲의 어두운 그늘이 극명히 대비되는 인상적인 풍경을 먼저 만난다.

도새을마을의 습지논에 심어진 연.

1956년에 지어진 소박한 정금리공소.

작지만 아름답게 지어진 금대공소.

시음과 투어를 할 수 있는 디오니캐슬 와이너리.
# 풍수원성당에서 만나는 고요한 시간들.

붉은 벽돌과 회색 벽돌로 치장된 외벽과 고딕식 종탑. 경기도 양평에서 6번 국도를 따라 강원도 횡성으로 접어들면 가장 먼저 만나는 자그마한 산골마을이 유현리다. 이 마을의 안쪽에는 한눈에도 단아하면서 고풍스러운 멋을 풍기는 풍수원성당이 있다.

마침 장맛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성당 앞의 아름드리 느티나무도, 성당의 외벽도 빗줄기에 촉촉이 젖어 수채화 같은 풍경을 그려냈다. 우산을 접어 비를 털어내고 성당 문을 밀고 들어섰다. 성당 안에 가득한 것은 편안한 어둠과 적요함. 누군가 금방 기도를 하고 돌아갔는지 반들반들한 마룻바닥에는 방석 몇 개가 놓여 있었다.

종교를 가졌거나 혹은 가지지 않았거나, 개인적인 신앙심의 차이와는 관계없이 오래된 성당에 들면 마음이 가지런하게 정돈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 깊은 산중의 오래 묵은 절집에 들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누군가의 오래된 기원이나 소망의 손때가 묻은 마룻바닥이나 닳은 문고리를 쓰다듬다 보면 누구든 욕망으로 가득한 생활과 부질없는 욕심에 대해 반성하게 되리라. 이런 반성은 때로 스스로를 다스리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풍수원성당은 조선시대와 구한말 박해를 피해 이곳에 숨어들어 화전을 일구며 연명했던 천주교 신자들이 나무를 베고, 기와를 굽고, 벽돌을 날라 1907년에 지어낸 성당이다. 당시만 해도 한양까지 250리 길은 양평까지만 사람들이 겨우 다니는 소로가 있었을 뿐이고, 양평에서 한양까지는 소금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사정이 이러니 백회, 함석 등의 자재를 운반하는 일은 고된 노역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정성 때문일까. 성당이 세워진 지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어디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단아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 되도록 속도를 늦추며 묵상의 길을 걷다.

풍수원성당의 뒤편으로는 묵주동산이라 불리는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조성된 ‘십자가의 길’이 있다. 피정의 목적이 기도와 묵상이고 성당이 기도의 공간이라면, 이 길은 묵상을 위한 것이다. 짙은 초록의 숲길을 따라 예수 고난을 담은 판화가 김철수의 연작이 14개 돌비석에 새겨져 있다.

이곳에서는 되도록 걸음을 늦춰야 한다.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듣고 나뭇잎 사이로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며 걷는 길. 마침 비가 내린 뒤라 숲길은 더욱 청량하다. 그 길의 끝에는 소나무로 빽빽이 둘러친 잔디밭 가운데 성모상과 예수가 못 박힌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돌 제단 앞에 서서 십자가를 올려다 보면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마음이 저절로 경건해진다.

묵주동산의 안쪽에는 중국 페낭신학교에서 신품을 받고 귀국해 풍수원성당에 부임, 성당을 짓고 45년 동안 이 성당을 지켜 오다 1943년 선종한 정규하 신부가 잠들어 있다. 성당 건립과 관련해 전해지는 뒷이야기 하나. 정 신부는 당초 풍수원성당을 푸른 벽돌로 짓고 싶어 했단다. 그러나 벽돌을 굽는 과정에서 제 색이 나지 않자 포기하고 붉은 벽돌과 회색 벽돌로 성당을 지었다. 지금도 물론 나무랄 데 없지만 성당이 푸른빛 감도는 벽돌로 지어졌다면 훨씬 더 아름답지 않았을까.

풍수원성당은 3박4일 일정의 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름이나 겨울방학 때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단체 피정만 접수를 받는다. 그러나 언제든 개인 피정을 환영한다. 풍수원성당의 김승오 신부는 “여름에는 성당에서 숙소를 내주진 못하지만, 인근에 숙소를 정하고 편한 시간에 자유롭게 기도와 묵상을 하면서 피정을 할 수 있다”고 했다.


# 한옥의 정서로 변신한 마술 같은 폐교 건물.

풍수원성당 인근에는 묵상과 기도를 할 수 있는 명소가 있다. 풍수원성당의 김 신부가 건축가 김정원(56)씨와 함께 ‘의식주 문화운동’을 펼치고 있는 ‘귀농학교 겸 한옥연구소’다. 성당에서 차로 10분 거리쯤인 금대리의 금대분교 건물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데, 허름한 폐교 안으로 들어서면 누구든 깜짝 놀라게 된다. 내부 공간이 은은한 한옥의 정서로 가득해 도무지 교실 3칸짜리 폐교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벽은 황토로, 바닥은 누런 포대 종이로, 천장은 초배지로 마감했다. 보와 기둥, 서까래로 삼은 고색창연한 나무와 조형미 넘치는 창과 문은 감탄이 절로 터질 정도다. 비록 겉은 낡은 시멘트 폐교 건물이지만, 내부는 유려하고 정취가 넘치는 푸근한 한옥의 느낌이 물씬 풍겨 마치 마술을 보는 것 같다. 김 소장은 “사람들이 한옥을 좋아하는 것은 한옥의 건물이 아닌 한옥의 정서를 좋아하는 것”이라며 “서양건축이 논리적이라면 한옥은 ‘깨달음’에 가깝다”고 했다. 그렇다면 마음을 다스리는 피정의 장소로는 한옥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폐교가 더 잘 어울리지 싶다.

이곳에서는 재료값만 받고 차를 팔기도 하고, 유기농으로 지은 농산물로 쿠키를 구워 팔기도 한다. 원한다면 누구나 정갈하게 꾸며진 김 신부의 방에 들어 묵상과 기도도 할 수 있다. 사제복이 걸려 있는 김 신부의 방은 꼭 종교적인 목적이 아니라도 그저 들러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누구든 편안하게 방문할 수 있지만, 숙박은 할 수 없다는 것. 아직 내부가 완공된 것이 아닌 데다, 공간이 그리 넓지 않아 앞으로 숙소로 이용할 공간을 따로 만들 계획이다. 대신 한옥연구소에 연락하면, 김씨가 인근에 한옥의 느낌으로 운치 있는 방을 들여놓은 숙소를 소개해준다.


# 작은 예배당의 정취, 그리고 와이너리 투어.

횡성에는 풍수원성당 외에도 작고 소박한 ‘공소(公所)’들이 도처에 있다. 공소란 본당보다 작은 교회 단위로 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예배소를 일컫는다. 횡성의 공소 중에서 가장 빼어난 곳이 바로 우천면 정금리의 ‘정금리공소’다. 1956년에 시멘트로 지은 소박한 건물임에도 독특한 미감을 갖고 있다. 건물 외벽의 흰색 십자가와 길게 뺀 창이 잘 어우러져 이국적인 느낌마저 준다.

공소에서 주일마다 올리는 기도는 ‘예절’이라고 부르는데, 정금리공소에서 예절을 드리는 신도들은 대부분 인근 마을의 노인들. 젊은이들이야 차를 타고 본당으로 다니지만, 읍내의 본당까지 갈 차비마저 부담스러운 노인들은 이곳 공소를 찾아 정성껏 주일예절을 올린다.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깃든 작은 예배당에서 올리는 기도는 비록 작지만 더 잘 전해지리라. 주말마다 정금리공소를 찾는 신도들은 20명 남짓. 이들은 예절이 끝난 뒤 국수를 삶거나 각자 챙겨 온 반찬을 앞에 두고 함께 점심을 먹는다. 이강만(72) 정금리공소 회장은 “외지인들이 공소를 찾아와 함께 기도할 수 있다면 언제든 환영한다”며 “예절이 끝난 뒤 밥을 나눠 먹는다면 모두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우천면 금대리의 ‘금대공소’도 호젓하면서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고, 박해를 피해 찾아든 천주교 신자들이 옹기를 구워 생계를 잇던 마을인 공근면 도곡리 도새울마을의 ‘도곡공소’도 찾아가 볼 만하다. 친환경농업으로 유명한 도새울마을에서는 올해부터 고래실논(습지논)에 연을 재배하고 있는데, 백련이 이제 막 빗속에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렸다. 마을 주민들은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오는 25일엔 제1회 ‘작은 연꽃 이야기 축제’도 연다.

또 피정을 위해 횡성을 찾았다면 공근면 초원리에 있는 복분자와 다래로 빚은 와인을 주조하는 와이너리 ‘디오니캐슬’을 찾아보는 것도 어울리겠다.

레드와인은 복분자로, 화이트와인은 야생 다래로 빚는데 제법 묵직한 맛을 낸다. 언제든 와인 주조 과정을 견학하고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데 3종류 와인 시음은 3000원, 5종류 와인 시음은 5000원을 받는다.

 

어디서 묵고 무엇을 맛볼까

풍수원성당은 여름방학 시즌엔 단체 피정만 받는다. 개별적으로 피정을 원할 경우 ‘귀농학교 겸 한옥연구소’(033-343-9980)로 문의하면 안내해 준다. 건축가 김정원씨가 설계한 독특한 한옥 스타일의 방에 묵을 수 있다. 숙박요금이 좀 비싸긴 하지만, 인근에 계곡을 끼고 있는 고급스러운 펜션보르도’(033-343-0199)도 있다.

횡성에는 횡성한우를 맛볼 수 있는 수많은 식당들이 있다. 사실 횡성의 한우가 다른 곳보다 더 맛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등급이라면 쇠고기의 맛은 거기서 거기이며, 횡성산이라고 특별히 더 맛있을 것도 없다. 다만 높은 등급의 한우가 다른 지역보다 많이 나올 뿐이다. 횡성의 고깃집 중 유명한 곳이 우가(033-342-7661)와 함밭식당(033-343-2549).

관광객들에게는 ‘축협한우플라자’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역사로 보나 고기 질로 보나 이들 두 식당이 한수 위다. 우가는 꽃등심(1++등급) 1인분(200g 기준) 4만2000원, 차돌박이는 2만9000원. 특수부위나 육회 등은 예약판매를 한다. 도축한 고기를 숙성해 내놓는데 최소 1주일 전에 예약을 하면 가장 숙성이 잘된 고기를 맛볼 수 있다.

횡성읍내의 함밭식당은 50년의 전통을 갖고 있다. 식당 한쪽에 고기를 파는 정육점을 겸하고 있다. 등심과 안심 채끝이 100g에 1++등급은 9000원, 1+등급은 8000원, 1등급은 7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식당에 내놓는 메뉴는 한우모둠 1인분(180g)이 3만원선이다. 명풍등심(1++등급) 1인분에 3만7000원, 등심(1+등급)은 3만3000원.

 

풍수원성당 가는 길

 

대부분 횡성을 찾아간다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원주나들목이나, 새말나들목에서 나오는데 풍수원성당은 영동고속도로보다 6번 국도를 타고 가는 편이 훨씬 더 가깝다.

서울에서 덕소, 와부를 지나는 6번 국도를 타고 양평을 지나 횡성까지 가는 도로를 따라가면 경기도 양평에서 강원도 횡성 땅으로 넘어가자마자 왼편에 풍수원성당이 나온다.

‘귀농학교 겸 한옥연구소’ ‘금대공소’ ‘도새울마을’ ‘디오니캐슬’ 등이 모두 인근에 있다. ‘정금리공소’는 6번 국도로 횡성읍내를 지나 둔내 쪽으로 가다가 정금리마을 앞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출처 : 오월의 세상이야기
글쓴이 : 오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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