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호사(壺舍)에서 이것 저것 읊다

추읍산 2011. 1. 27. 12:32

 

壺舍雜咏 호사잡영


호사(壺舍)에서 이것 저것 읊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林亭急雨過 림정급우과 숲속 정자 소나기 지나가니

巖溜響初肥 암류향초비 바위에서 떨어지는 물소리 커지네

山日瞹將夕 산일애장석 산속 해는 어슴푸레 저물어 가는데

幽人瞻忘歸 유인첨망귀 유인(幽人)은 고즈넉이 돌아갈 줄 모르네


亭亭谷中樹 정정곡중수 우뚝 솟은 골짜기 나무

迥立一何直 형립일하직 멀리 서서 어찌 그리 고운가

不省風霜深 불성풍상심 세찬 바람 찬 서리 오롯이 견뎌

自含千歲色 자함천세색 절로 천년의 빛깔 풍기고 있네


幽鳥自何至 유조자하지 깊은 산속 새는 어디서 오는지

嚶嚶出谷音 앵앵출곡음 그 소리 골짝에서 들리네

相和復相逐 상화복상축 서로 화답하다가 서로 쫓아 다니며

終日在楓林 종일재풍림 온 종일 숲 속에만 있네


靑靑岸上楓 청청안상풍 푸르고 푸른 언덕 위 단풍나무

蔭此茅堂中 음차모당중 이 초가집에 그늘 드리우네

遊客莫攀折 유객막반절 노니는 사람들아 꺽지 말라

甘棠咏古風 감당영고풍 옛 노래「감당(甘棠)을 읊조리고 있으니149)

卓然日觀石 탁연일관석 우뚝한 일관석(日觀石)150)

獨立山之顚 독립산지전 산꼭대기에 홀로 서 있네

風雨不磨泐 풍우불마륵 비바람에 깍이지 않으니

可并天壤傳 가병천양전 천지와 함께 영원하리라


溪流成曲折 계류성곡절 계곡물 굽이쳐 흐르고

疊石環爲屏 첩석환위병 겹겹 바위는 둘러 병풍이 되네

暫與聖闉隔 잠여성인격 잠시 도회지에서 벗어나니

古人愛典型 고인애전형 옛 현자들이 사랑한 바로 그 곳이네


白雲起山中 백운기산중 산 속에서 피어나는 흰 구름

千疊復萬疊 천첩복만첩 천 겹 또 만 겹이네

山雲兩不分 산운양불분 산과 구름 둘로 나뉘지 않으니

境與神俱愜 경여신구협 풍경과 내 마음 모두 상쾌하네


小樓名山半 소루명산반 작은 누각, 이름은 산반(山半)151)인데

超然物之表 초연물지표 초연히 세상 밖에 있는 듯

俯看林壑際 부간림학제 그곳에서 산골짜기 굽어보니

雲烟起未了 운연기미료 운무가 뭉게뭉게 끝없이 피어오르네


急雨從東來 급우종동래 소나기가 동쪽에서 밀려와

飛沫滿山谷 비말만산곡 날리는 물방울 산골짝 가득하네

都收萬壑流 도수만학류 온 골짝물 거두어

去作中林瀑 거작중림폭 숲 가운데 폭포를 만들었으면


浙瀝林端雨 절력림천우 후두둑 후두둑 숲가에 내리는 비

聲聲入夜窓 성성입야창 소리마다 한밤중 창문에 들어오네

幽人愁不寐 유인수불매 고적한 사람 근심에 잠 못 이루어

明發對殘釭 명발대잔강 새백녘 꺼져가는 등불을 마주하네


明月在何處 명월재하처 밝은 달 어디에 있나

浮雲隱現之 부운은현지 구름에 가렸다 드러났다 하는데

淸光萬里外 청광만리외 맑은 빛 만리 밖까지 비추어

助我長相思 조아장상사 끝없이 내 그리움 돋우네


託此淤泥中 탁차어니중 진흙 속에 뿌리내려 살면서도

結爲淸淨朶 결위청정타 청정한 꽃봉우리 맺네

不聞紫金相 불문자금상 자금(紫金)152)의 모습은

本自血包裹 본자혈포과 본래 붉은 빛 감싸고 있음을 듣지 못했나


石泉鳴決決 석천명결결 졸졸 흐르는 석간수

日夜去何之 일야거하지 밤낮으로 어디로 가는지

但見盈科進 단견영과진 웅덩이 채우고 흘러만 갈 뿐

還源詎有期 환원거유기 근원에 돌아올 날 있을 수 없지


餘霏尙木末 여비상목말 남은 빗방울 아직 가지 끝에 있는데

明月忽雲端 명월홀운단 밝은 달 문득 구름 끝에 나오네

坐聽幽泉響 좌청유천향 고요히 앉아 듣는 샘물 소리

遙遙自急湍 요요자급단 아득히 세찬 여울에서 들려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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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옛 노래...있으니 : 『시경』「소남(召南).감당(甘棠)」에,  "무성한 감당 나무 치지도 말고 베지도 말라. 소공(召公)께서 쉬시던 곳이니, [蔽芾甘棠 勿伐召伯所茂]" 했는데, 이는 소공이 감당 나무 아래에서 정사를 행하였는데, 백성들이 그 덕을 사모하여 나무를 보호하면서 「감당」시를 지어 부른 것이다. 여기서는 작자가 선정(善政)을 기대하는 마음을 가탁한 것이다.


150) 일관석(日觀石) : 현 종로구 삼청동에 있었던 김조순의 옥호정 뒷동산 정상에 있는 바위이다. 이름으로 보아 아마 일출을 감상하기에 적당한 바위에 각자(刻字)한 듯하다.


151) 산반(山半) : 옥호정 근처에 있던 누각 이름이다.


152) 자금(紫金) : 진귀한 광물의 일종인데, 여기서는 연꽃을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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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현 종로구 삼청동 133에는 작자의 생부 영안 부원군 김조순의 옥호정이 있었고 이웃인 삼청동 25에는 큰댁(종백부 김용순)으로 입적한 작자 김유근의 집 백련사(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자리)가 있었다.

 

옥호 정은 장생의 집이 있었던 곳이고 김조순이 사들여 수축(修築) 하고 추정 1815년부터 거주하였다고 먼저 쓴 글 해 천정(惠泉亭)에서 소개해 드린 바 있는데 백련사는 그 이전에 마련되었음은 하옥 김좌근의 글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는, 큰아들 김유근을 비록 큰 댁으로 양자를 보냈지만 가까운 곳에서 살고 싶어 하시는 부원군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두 곳은 현대화의 물결에 밀려 흔적마저 없어져서 아쉬움이 크다. 그리하여 그때의 모습은 글과 그림을 통하여 알아야 하는데 백련사의 그림은 볼 수 없고 옥호정도만 남아 알려졌는데, 더하여 최근 알려진 황산유고를 통하여 두 곳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


본 글은 먼저 쓴 글, 壺舍書懷 示諸客(호사에서 감회를 써서 여러 손님에게 보이다)과 함께 그때의 옥호정 모습과 그 일대인 삼청동의 이름다운 풍광을 잘 나타내고 있는데 이를 옥호정도의 그림을 보면서 그때로 되돌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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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호정도 

 

 

출전: 한국 문학사

출처: http://chang256.new21.net/board/board.php?db=515&no=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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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볼 수 있는 그림: http://fahl.hanyang.ac.kr/data/file/meterials_drawing/1503111405_34b38a30_ok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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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호정과 백련사를 소개한 또 다른 글: http://blog.daum.net/0113508344/4719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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