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황산과 그 문우들

또 한 분의 우정, 유본학

추읍산 2011. 3. 3. 13:25

또 한 분의 우정, 유본학(柳本學, 1770~?, 자 敎, 호 問菴)

 

필자는 황산유고를 통하여 많은 역사를 공부합니다. 그리고 황산(黃山)이 고사(古史)를 읽고 연구하셨던 1800~1840년의 모습을 생각합니다. 이는 황산의 글, 閒居隨筆을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황산, 이재, 추사를 가리켜 석교 사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선배이신 자하 신위와 동문수학한 동리 김경연도 각별한 우정을 쌓으신 분들입니다. 그런데 생각하지도 못했던 또 한 분을 알게 되었습니다.

 

유백교(柳伯敎)에게 주다(贈柳伯敎) 에서 소개하였지만, 본란에도 추가합니다. 유본학은 여러 기록을 통해서 전기한 분들과 우정이 깊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본학은 북한산 비봉 꼭대기에 선 고비(古碑)가 진흥왕 순수비임을 추사보다 먼저 밝혀낸 주인공이라고 확신합니다. 아랫글은 이미 실었기 때문에 원문만 올립니다.



贈柳伯敎


유백교(柳伯敎)에게 주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利仁柳郵丞 이인역(利仁驛) 유 우승(郵丞)이

奇書遠相訊 멀리서 편지를 보내 안부를 묻네

備言別離苦 이별의 고통 상세히 말하고

兼致酒肴贐 아울러 술과 안주 보냈네

郵丞官雖卑 우승은 낮은 관직이지만

腰間亦佩印 역시 허리에 관인(官印)을 차고 있지

縱無民社責 백성을 구제할 책임 없지만

管轄皆良駿 맡은 일 처리는 어떤 것이나 훌륭했지

廩俸誠無厚 녹봉은 정말 적지만

寧至憂饑饉 굶주림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

官舍?軒敞  관청은 넓으면서 환하고

四圍山翠潤 사방엔 푸른 산이 촉촉하지

亭亭雙碧梧 우뚝한 벽오동 두 그루

疎影軒楹襯 성긴 난간에 두리우고

娟娟細叢竹 어리고 예쁜 총축(叢竹)

迎風如掃汛 바람 맞아 빠르게 흔들렸지

別舘復在傍 곁에 있는 별관(別舘)은

危欄欲飛迅 난간이 날아갈 듯 높고

欄下有淸池 난간 아래 맑은 연못 있어

其廣數畝僅 그 넓이 겨우 몇 이랑이지

池中有小島 연못 안에 작은 섬

其高不盈仞 그 넓이 여덟 척도 되지 않고

島上有古松 섬위에 오래된 소나무

其色四時振 그 빛깔 사시사철 푸르네

不意衰暮境 늘그막에 생각지도 않았는데

得此於一瞬 한 순간 그 좋은 곳을 얻어

薄酒聊自酌 부족하나마 막걸리를 자작하여

微醺復上髩 취기가 얼굴 가에 올라왔지

吾生寧不樂 내 삶이 어찌 즐겁지 않았겠는가

所遇隨處順 상황마다 순리대로 살았지

我今讀君書 지금 그대 편지 읽어 보니

君意庶可認 그대 마음 이해하겠네

君自富文詞 그대는 글을 잘 지어

才思同懷瑾 보배 같은 재주와 생각 지녔는데

落魄老無成 불우한 나는 늙어 이룬 것 없으니

何異爲世擯 세상에서 배척하는 것이 당연하지

縱然暫作宰 잠시 고을 원님 되었지만

居官多悔吝 벼슬살이 후회와 아쉬움만 남네

一朝遽褫鞶 하루아침에 벼슬에서 쫒겨나니

何暇及遊刃 어느 겨를에 칼날을 놀릴 수 있었겟나

歸來破屋裏 무너져가는 집으로 돌아오니

有誰能賙賑 그 누가 나를 도와줄 수 있겠나

餓死亦復難 굶어 죽는 것도 어려운 일이니

天意獨可信 하늘의 뜻만 오로지 믿는다네

今之治民者 지금 백성 다스리는 사람들은

往往膏血浚 종종 백성의 고혈(膏血)을 짜내서

田園旣遍置 소유한 땅이 이미 사방에 널려 있는데

庫儲復充牣 창고에 또 물품 가득 채우지

怒馬與鮮衣 씩씩한 말 타고 고운 옷 입는 이들을

赫赫稱雄俊 성대하게 영웅호걸이라 떠든다네

君但視此輩 그대는 단지 이런 무리들만 보게 되니

詎能身以殉 어찌 목숨 바쳐 일할 수 있겠나

日哦梧竹間 오동나무 대나무 사이 매일 시 읊으리니

詩思更精進 시상(詩想)이 더욱 치밀하고 향상되었겠지

臨池且涉園 연못을 굽어보고 동산에 산보하며

携笻晩涼趁 저물녘 서늘한 기운 속에 지팡이 짚고 다니겠지

超然無俗累 초연하여 세속의 속박 없을 것이고

坐處餘香燼 머무는 곳엔 피우던 향불 남겠지

使人見此狀 사람들이 그런 모습 보면

足以躁競鎭 뒤질세라 시끄럽게 그대를 욕하리니

願君保淸福 그대는 맑은 복을 보전하여

勿替其終愼 물러서지 말고 유종의 미 거두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