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황산과 그 문우들

추사 김정희가 직접 편집·출간한 책 첫발견

추읍산 2012. 6. 25. 00:23

△ 추사의 편저 <소릉칠절>의 겉표지와 속표지. 겉표지 큰 제목 아래 시암(추사의 호)이 만든 정본이란 뜻의 ‘시암정본(時암定本)’이 작은 글씨로 명기되어 있다. 테두리 장식선을 두른 속표지는 19세기초 청나라에서 들어와 유행하던 양식이다. 박철상씨 제공

한겨례 문화 2004.11.25 

 

고서연구자 박철상씨 고려대서

‘소릉칠절’ 찾아내 

 

대학자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직접 편집해 출간한 책이 처음 발견됐다. 추사의 행적을 연구해온 고서연구자 박철상씨는 최근 고려대 도서관 화산문고에서 추사가 엮어 출판한 중국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선집 〈소릉칠절(少陵七絶)〉을 발굴했다고 25일 밝혔다. 추사는 저술을 싫어해 젊은 시절 엮어놓은 것들을 두 차례 불태웠다는 기록이 전해질 뿐 그동안 국내에서 공식 출간물이 발견된 적은 없다.

발견된 책은 대시인 두보의 칠언절구 중 100수를 골라 수록한 18장 분량의 작은 목판본 소책자(23.9×14.4㎝)다. 표지에 큰 글씨로 〈소릉칠절〉이란 제목을, 속표지에 〈두소릉칠언절구〉(杜少陵七言絶句)란 세부제목을 붙였다. 속표지 제목 왼쪽에는 추사의 또 다른 호인 시암(詩 )을 써서 (역대 두보시집의 판본들 가운데 일부를) 추려서 쓴 뒤 새 정본을 만들었다는 뜻의 ‘시암록정(詩

錄定)’이란 글귀가, 제목 오른쪽 위에는 추사의 절친한 친구였던 이재 권돈인과 황산(죽림) 김유근이 열람해 보았다는 뜻의 ‘죽림·이재 열’(竹林·彛齋 閱)이란 표지가 보인다. 발문, 주석은 없어 들고 다니며 시문을 읽고 외우는 데 썼던 것으로 추정된다.

 

 


발간 시기는 추사가 예문관 등에서 관리로 일하던 1820년대로 추정되는데, 표지 글씨와 속표지 글씨가 전형적인 추사의 30대 시절 글씨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씨는 “추사가 출간까지 관여한 유일한 편저로 공백이 컸던 추사 시문학 연구에 획기적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씨는 12월4일 열리는 한국서지학회 가을 학술회의에 〈소릉칠절〉 발굴과 가치에 대한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출처: http://legacy.www.hani.co.kr/section-009000000/2004/11/00900000020041125172523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