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머물고 싶은 글

황산의 「의로운 기러기」를 읽고

추읍산 2013. 3. 14. 16:23
먼저 읽을 곳: 의로운 기러기

 

의로운 기러기가 심금을 울리는데

누가 다정한 한 쌍에게 덫을 놓았는가?

노닐던 모습 떠올리니 더없이 금실(瑟)좋아

일심동체 밀어주고 당겨주는 사랑 자체였다네

 

삶의 애착은 생명체 모두 같을진대

바꾸어 생각해 보아요, 사랑이란 뜻

우리 부부 숲 길을 거닐 때

내 임, 함정에 빠졌다면, 어떻겠어요

 

몰인정한 사람 사랑이란 찾아볼 수 없네

만물의 영장이란 사랑이 앞섬인데

본보기는 못 될망정 함정을 파다니

한 마리 잡혀 구슬퍼~ 차마 듣기 어렵구나

 

달 밝은 한밤중, 찬 이슬까지 내렸는데

찾아 나섰지, 소리 일어 귀 번쩍하여

임 갇힌 우리 앞에 내려앉네

비벼대고 반가워 창살 사이 모르네

 

누가 다정한 한 쌍을 갈라놓게 했는가

함께 날 수 없음은, 아! 답이 없네

 여보세요~ 누구 없어요, 소리쳐 불러봐도

코 고는 소리만 드르릉드르릉~

 

한 쌍! 머리 찧어 생을 마감하니

본성은 같을진대 슬픔은 복받쳐 오르고

우리 다시는 생명 학대 말아요

근원 다를 수 없어, 황산의 글 가리킴 되네

 

반목하는 부부 교과서 되어 다가가고

읽고 또 읽어 얻어지는 교훈

의로운 기러기는 무엇을 가리키는지

머물러 우리 사랑 안에 있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