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섣달 그믐날

추읍산 2009. 11. 14. 19:06

除夕


섣달 그믐날

 

 김유근(金逌根 1785~1840)


可惜將殘夜   가석장잔야       섭섭하구나, 얼마 남지 않은 밤

何時再得來   하시재득래       어느 때 다시 올 수 있으려나

依依知有戀   의의지유연       아쉬어 못내 그리움 남는데

苒苒被誰催   염염피수최       누가 재촉해 이렇게 빠른가

酒暖燈初暗   주난등초암       따근한 술에 등불이 가물 가물

牕寒雪自堆   한설자퇴       싸늘한 창문엔 눈이 가만히 쌓이네

靑春如昨日   청춘여작일       젊은 시절 어제 같은데

一夢儘悠哉   일몽진유재       한바탕 꿈처럼 아련히 옛 일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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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1827년(순조 27) 마지막 날(음력 12월 30일)의 수원(화성) 유수로서 한 해를 보내며 쓴 글입니다. 효명세자의 대리청정이 있었던 해, 평안도 관찰사로 명 받아 행차 도중 서흥에서의 불행은 깊은 마음의 상처로 남았는데 쉴 여가를 주지 않고 병조판서 등 출사를 재촉하는 세자를 원망도 했을 것입니다. 칩거하던 외숙에게 도성을 떠나라 하심은  시간을 갖고 치유하라는 세자의 배려 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 세자로부터 온 편지가 8통 남아있고 최근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는데 빠른 세월은 다름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