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장락당(長樂堂)에서 감회를 쓰다

추읍산 2009. 11. 18. 16:01

長樂堂 書懷

장락당(長樂堂)15)에서 감회를 쓰다

 

김유근(金根 1785~1840)

 

三杯入口便陶然  삼배입구편도연  서너 잔 술 들자마자 얼큰해지니

長樂從他過眼前  장락종타과안  근심과 즐거움 그저 눈앞에 지나갈 뿐

衙罷公堂無個事  파공당무개사  공무(공무) 끝난 관청에 아무 일 없어

坐穿木榻似參禪  좌천목탑사참선  참선하듯 그저 나무 평상에 앉아있네

 

百年何事漫勞神  백년하사만노신  백년 인생 무엇 때문에 부질없이 골머리 썩나

贏得髩毛欲化銀  영득 빈모욕화은  남아 있는 귀밑머리 하얗게 세려 하는데

脫粟充飢書滿屋  탈속충기서만옥  거친 밥으로 주린 배 채우며 집 안 가득 책을 쌓아 두고

不如歸去作閒人  불여귀거작한인  돌아가 한가로운 사람 되는 것만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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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장락당(長樂堂): 1794년(정조 18) 화성 성역 중에 완성한 화성 행궁(행궁)의 침전으로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惠慶宮)의 만수무강을 빌며 직접 편액을 써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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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김유근이 화성 유수로 재임 시(1827, 6, 11~1828, 3, 11)화영(華營)으로 겸용되었던 화성행궁 안의 장락당을 찾고 시 한 수를 남겼다. 그때(1827~1828)는 하루의 공무가 언제쯤 끝 난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지금과 비슷한 오후 6시경이 아닐까? 하루의 공무가 끝나는 저녁 시간이 되었다. 공무도 끝났고 평상에 앉아 술 한잔했다. 취기가 오르고 한가로이 그때 화영으로 쓰이기도 했던 행궁안을 거닐면서 발걸음이 장락당 앞에 이르렀다. 그리고 정조 대왕의 효심을 생각하면서 감회를 시 한 수로 남겼다. 그러면 화성 행궁안에 있는 장락당을 알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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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락당(長樂堂)은 을묘년 원행(園幸)에 대비하여 정조18년(1794)에 행궁을 증축할 때, 혜경궁 홍씨가 머물 처소로 지은 행궁의 내당(內堂)이다. 정당(正堂) 7량 13칸과 남쪽 각도(閣道)외 12칸으로, 모두 25칸의 규모를 갖추었으며, 그 중 온돌이 8칸이다. 동,서,남 3면에 모두 퇴헌(退軒)이 있고, 서남쪽의 각도 3칸이 복내당(福來堂)의 뒤쪽 행각(行閣)과 통하게 되어있어 복내당의 서별당(西別堂)과 연결된다. 봉수당(奉壽堂)과 마찬가지로 동쪽을 향해 있으며, 봉수당의 서남쪽 모서리에 맞붙어있어, 봉수당과 서로 통하게 되어있는데, 장락당의 이러한 독특한 모양은 어머니 혜경궁 홍씨에 대한 정조의 지극한 효성과 세심한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맞아 을묘년 원행 때 봉수당에서 거행한 진찬례(進饌禮)에서 정조가 혜경궁에게 수복(壽福)을 기원하며 잔을 올리게 되었는데, 이때 혜경궁이 침소인 장락당에서 봉수당으로 편히 이동할 수 있도록 두 건물을 서로 통하도록 한 것이다. 복내당으로 통하는 2개의 작은 문을 다복(多福), 장복(長福)이라 한 것이나, '오랜 즐거움'이란 건물의 이름에도 어머니에 대한 정조의 효성이 깃들어 있다. 장락당이라는 이름은 전한(前漢)의 도읍인 장안성(長安城)의 장락궁(長樂宮)에서 따온 것으로, 정조는 혜경궁이 만수무강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한나라 태후의 거처였던 장락궁의 이름을 따와 직접 어서(御書)로 편액(扁額)을 걸었다. 이 편액은 현재 문화재 관리국에 소장되어 있다.


분류 : 역사/민족

출처:  http://culturedic.daum.net/dictionary_content.asp?Dictionary_Id=10018594&mode=title&query=%C0%E5%B6%F4%B4%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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