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감회를 쓰다

추읍산 2009. 11. 19. 14:02

書懷

 

감회를 쓰다

 

김유근(金根 1785~1840)


尋常昨日今朝去  담상작일금조거  그저 그렇게 어제 지나고 오늘 또 지나가니

却恨時乎不再來  각한시호불재래  한스럽구나, 때는 다시 오지 안겠지

有識同歎君子老  유식동탄군자노  식자들은 군자가 늙어감을 탄식하나

無方更挽盛年廻  무방갱만성년회  젊은 시절 돌이킬 방법은 없지

 

天心仁愛終垂象  천심인애종수상  인자한 하늘은 끝내 징조를 보여 주지만

人事紛紜詎弭灾  인사분운거미재  어지러운 인간사 어찌 재앙을 피하겠나

堪笑杞憂徒自苦 감소기우도자고   우습구나, 쓸데없는 근심으로 스스로 괴로워 하다니  

瞢騰且進眼前杯  몽등차진안전배   몽롱한 정신으로 눈앞의 술잔을 또 드네


反生多媿戀紅塵  반생다괴연홍진   반평생 고관대작 꿈꾼 것 부끄러우니

何日田園臥此身  하일전원와차신   어느 날 이 몸을 전원에 누일까

樂令自存名敎地  악령자존명교지   약령(樂令)은 홀로 명교(名敎)의 바탕을 마련했고19)

中郞尙愛典刑人중랑상애전형인 중랑(中郞)은 전형(典刑)이 있는 사람으로 사랑받아지20)

 

引繩將節知誰咎  인승장절지수구    세게 당긴 줄 끊어지려 하니 누구 잘못인가

散木不材却任眞  산목부재각임진   쓸모없는 나무는 재목 못 되나 천성대로 살지

愁滴空揩連夜雨  수적공개연야우   밤새도록 근심스런 빗방울 빈 뜰에 떨어지다가

廳殘檐溜到淸晨  청잔첨류도청신   처마 밑 물방울 그치니 맑은 새벽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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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약령(樂令)은 --- 마련했고 : 악령은 위진시대(魏晋時代) 악광(樂廣)이고 명교는 유학(儒學)이다.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완적(阮籍)은 술 마시기 좋아하고 제멋데로 굴어 산발을 한 채 나다니고 나체로 기거하기도 했다. 뒤에 귀족자재 완첨(阮瞻), 왕징(王澄), 사곤(謝鯤), 호무보(胡毋輔)등이 그의 행태를 본받아 짐승과도 다름없을 정도로 제멋대로 굴면서 대도(大道)를 통달했다느니 이치를 깨우쳤다느니 거만을 떨었다. 이에 대해 악광이 비웃으며 , "명교 가운데 저절로 즐거움이 있으니 어찌 그런 행동을 하는가. [명교중유락지 하위  ]" 비판했다. <"세설신어(세설신어)"1「덕행」>


20) 중랑(中郞)은 --- 사랑받아지 : 중랑은 한나라 채옹(蔡邕)을 이른다. 공융은 평소에 채옹과 교분이 있었는데, 채옹이 죽은 뒤에 채옹과 닮은 호분사(虎賁士)가 있었다. 공융이 얼근하게 술이 취할 때마다 그를 불러 함께 앉아, "비록 훌륭한 사람은 죽고 없지만, 그래도 전형이 나아 있구나." 라고 했다. <「후한서」70 「정공순열전(鄭孔荀列傳)」공융 조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