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月朔日 賤臣以延慶墓獻官 齊肅將事 悲慟抑塞 若在厥初 恭賦一律 以志微忱
삼월삭일 천신이연경묘헌관 제숙장사 비통억새 약재궐초 공부일률 이지미침
삼월 초하루에 내가 연경묘 헌관(獻官)54)으로서 재계하고 제사를 지내려 하는데 비통하고 답답하여 마치 처음 돌아가실 때와 같았다. 삼가 율시 한 수를 지어 작은 정성을 기록한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居然春草遍緱岑 거연춘초편구잠 어느덧 봄풀이 산봉우리에 가득한데
仙夢塵寰歲月深 선몽진환세월심 속세에서 신선을 꿈꾸더니 오랜 세월 흘렀구나
五夜衣冠如復覿 오야의관여복적 오경(五更)55)에 생전에 의관 차림 다시 보는 듯
千秋笙鶴怳重臨 천추생학황중림 천추의 생확(笙鶴)56)이 어슴푸레 다시 내려오는듯
恩兼骨肉情何極 은겸골육정하극 은혜는 골육지정(骨肉之情) 겸하니57) 슬픔은 끝없고
罪著邱山恨更沈 죄저구산한갱침 내 죄가 산 처럼 크니 한은 더욱 깊어지는구나
此日精禋昭格地 차일정인소격지 오늘 밝게 이르시는 곳에 정갈히 제향하니
冥冥尙蜀老臣心 명명상촉노신심 지하 세계에서 부디 늙은 신하의 마음 통촉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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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헌관(獻官) : 나라에서 제사를 지낼 때 임시로 임명하던 제관이다. 큰 제사에서는 임금이 초헌(初獻)을, 왕세자가 아헌(亞獻)을, 영의정이 종헌(終獻)을 하는데, 일반 제사에서는 문무 당상관이 이를 맡았다.
55) 오경(五更) :하룻밤을 다섯으로 나누었을 때 마지막 부분으로 인시(寅時)라고도 하는데, 새벽 3-5시이다.
56) 생확(笙鶴) : 주(周)나라 영왕(靈王)의 태자 진(晉)이 7일에 흰 학을 타고 피리를 불며 후산(候山)의 마루에 머물러 손을 들어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떠났다 한다. <유향(劉向) 『열선전(列仙傳)』
57) 골육지정(骨肉之情) 겸하니 : 순조의 비(妃)가 김조순(金祖淳)의 딸 순원왕후(純元王后)이고 그 아들이 효명세자이니, 김유근은 효명세자의 외삼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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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추읍산)가 쓰는 글
황산 김유근이 효명세자가 잠든 곳인 연경묘에서 제향한 또 한 번의 글입니다. 첫 글은 본란 황산유고의 팔월 한가위에 연경묘(延慶墓)에서 제향 하였다 이고 이번 글은 그다음 해인 1831~1832년경, 음 3월 1일 제향 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연경묘는 지금의 성북구 석관동인 양주 천장산에 있었습니다. 그 후 1846년(헌종 12) 양주 용마산으로 옮겨졌고 다시 1855년(철종 6)에 지금의 구리시 동구릉(東九陵)안으로 천릉(遷陵)하였고 수릉(綏陵)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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