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밤에 석촌(石村)의 농가에서 묵으며 기뻐서 짓다

추읍산 2010. 1. 5. 05:47

 

夜宿石村田舍  喜賦  야숙석촌전사  희부

밤에 석촌(石村)58)의 농가에서 묵으며 기뻐서 짓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雨雪迷盡夢   우설미진몽   내리는 눈에 뭍혀 온통 꿈결 같다가

重來花發時   중래화발시   다시 오는 것, 꽃 피는 시절일세

野塘添綠漲   야당첨록창   들판의 못에는 푸른 물결 더하고

園木遍紅滋   원목편홍자   정원에 나무는 온통 붉은 빛이네

暖日蜂衙散   난일봉아산   따스한 햇살에 벌은 흩어지고

微風鳥語遲   미풍조어지   산들바람에 새소리 더디구나

人生容易老   인생용이노   사람은 쉽게 늙는 법이니

汨沒亦何爲   골몰역하위   골몰한들 또한 무엇 하리오


閒鎖林盧己半年  한쇄림노기반년  숲속의 집 닫아건 지 이미 반년이네

停車不覺繞池邊  정차불각요지변  수레 멈추고 나도 모르게 못가를 맴도네

小樓日暖禽相語  소루일난금상어  햇살 따스한 작은 누각에 새들은 지저귀고

深巷風微柳對眠  심항풍미유대면  바람 잔잔한 긴 골목에 버들은 졸고 있네

野客重逢欣熟面  야객중봉흔숙면  다시 만난 농부는 익숙한 얼굴이라 기쁘고

主人一去媿塵綠  주인일거괴진록  한 번 떠난 집주인은 속세에 매인 것이 부끄럽네

今來更惹歸田興  금래갱야귀전흥  지금 다시 벼슬 버릴 마음 생기니

那得偷閒未老前  나득투한미노전  어찌하면 늙기 전에 한가로움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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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석촌(石村) : 노가제(老稼齋) 김창업(金昌業)의 집이 있던 곳으로, 현 성북구 자위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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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양주 천장산의 연경묘(효명세자의 묘, 현 성북구 석관동. 지금은 수릉이라고 하며 구리시 동구능 안에 있다.)에서 제향하고 그 근처인 석촌(성북구 장위동) 의 농막을 찾은 것으로 생각한다. 꽃 피는 음, 3월 1일(양력 4월 초순경)이라 진달래꽃, 개나리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따스한 햇볕에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산새들은 나뭇가지 위에서 봄이 왔음을 노래로 인사하고 있다. 5대조이신 金昌集의 넷 째 동생이신 노가제(金昌業)께서 살던 집을 수리하여 만년에 양잠하면서 전원에 뭍 쳐 살고 싶어서 마련했는데 조정에  매인 몸이라 뜻대로 되지 않았다. 속세에 매인 것을  부끄러워하면서 그곳 농부들과 담소를 나누고 연못가에 앉아 깊은 감상에 젖어 시 한 수를 지었을 것이다. 그날은 그곳에서 숙박하고 다음날 귀경하였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