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황산과 그 문우들

묵소거사자찬(黙笑居士 自讚)

추읍산 2010. 2. 23. 01:12

 

黙笑居士 自讚 묵소거사자찬

 

2006년에는 추사 서거 150주년 기념전이 국립 중앙박물관, 예술의 전당, 국립 제주박물관 등에서 있었다. 그 이전까지는 '묵소거사자찬'은 추사 김정희가 스스로 '묵소거사'라는 호를 짓고 글을 쓴 것으로 알려졌으나 표구 부분에 찍힌 인장 21개를 분석한 결과, '묵소거사'는 추사의 절친한 벗 황산 김유근의 호이며 김유근이 지은 글을 김정희가 그를 위해 써 주었을 것이라고 추최 측은 추리(推理)한 바 있다. 또한, 그 무렵에는 필자가 양평 친환경농업박물관에 기증한 유물 중에 황산유고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같은 내용의 묵소거사자찬이 있으므로 해서 다시 한 번 밝혀졌고 황산 김유근의 글임이 확정된 것이다.

어릴 적부터 세교를 통한 유대와 석교(石交 : 돌같이 굳은 우정)사이로 굳어진 황산 김유근, 추사 김정희, 이재 권돈인의 우정은 수시로 만나서 학문을 연구하고 우주와 생명의 근원을 탐구하였음은 황산유고속의 다음의 글로 확인된다. 『한가한 사람 몇몇과 매일 경전과 역사를 연구하며 옛 시대와 지금 시대를 비교하여 토론하고 우주와 인간관계를 논의하며 본성(本性)과 천명(天命)의 근원을 탐구하였다.(2009년 양평군 발행 안동김씨 문정공파 기증유물 도록p48~49. 또는, p470~471의 閒居隨筆). 『나와 이재(彛齋). 추사(秋史)는 세상에서 말하는 석교(石交) 사이이다. 서로 만나면 조정의 잘잘못이나 인물의 시시비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또 세속의 부귀영화나 재물 축적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는다. 오직 고금의 역사를 토론하고 글씨와 그림을 품평할 뿐이다. 위 도록 p486~487 書畵幀)』.


1837년경에는 세 분의 학구열을 통한 우정이 더욱 아름답게 꽃 피어나고 있었는데 그때 김유근이 병을 얻어 실어증(失語症)이 오게 되므로 말미암아 그 우정은 새로운 모습으로 전개되었다. 황산 김유근은 말은 못했지만, 글로서 의사를 표현했을 것이고 어느 날(1837~1840) 묵소거사자찬이라는 글을 지었는데 이를 추사 김정희가 정성스럽게 써 준 것이 오늘날 추사 해서체의 백미로 유명한 묵소거사자찬이다. 이를 통해서 세분의 가슴 뭉클한 우정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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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기: 아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묵소거사자찬은 2010년 10월 25일 자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제1685호로 등록되었습니다.>

 

 

  黙笑居士 自讚

묵소거사자찬   붉은 바탕의 냉금지(冷金紙)    32.7 × 136.4

 

 

當默而墨 近乎時 當笑而笑 近乎中

당묵이묵 근호시 당소이소 근호중

마땅히 침묵할 때 침묵하는 것이 시의에 맞는 것이고,

마땅히 웃어야 할 때 웃는 것이 ‘치우치지 않음’에 맞는 것이다.


周旋可否之間  屈伸消長之際  動而不悖 於天理  靜而不拂 乎人情

주선가부지간  굴신소장지제  동이불패 어천리  정이불불 호인정

옳고 그름에 응하는 때, 굽히고 펴거나 더하고 빼는 때,움직이되 천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고, 고요히 있으되 인정에 어긋나지 않도록 한다.


黙笑之義 大矣哉

묵소지의 대의재

침묵과 웃음의 뜻은 크도다.


不言而喩 何傷乎黙 得中而發 何患乎笑

불언이유 하상호묵 득중이발 하환호소

말하지 않아도 깨우치면 어찌 침묵하여 다칠 것이며,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이 발하면 어찌 웃음에 염려하겠는가


勉之哉 吾惟自況而 知其 免夫矣

면지재 오유자황이 지기 면부의

이를 힘쓸지니, 나는 오로지 스스로 비교하여 그 면함을 아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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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양평군 발행 안동김씨 기증유물 도록 p473의 해제

 

침묵해야 할 때는 아무 말 하지 않으니 '시의적절절함에 가깝고[時]' 에 가깝고, 웃어야 할 때는 웃으니 ' 딱 들어맞음[中]'에 가깝다. 옳으니 그르니 따지고 변화반복하는 세상에 살면서, 행동할 때는 천리(天理)에 어긋나지 않고 침묵할 때는 인정(人情)에 거슬리지 않으니, '침묵과 담소[黙笑]'의 뜻이 위대하구나.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을 깨우치니 침묵한다고 무슨 문제가 될 것이며, 말할 만 할 대 말하니 웃으며 말한다고 무슨 해로움이 있겠는가. 힘써야 한다. 내 스스로를 비유하여 재앙을 피한 것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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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소거사자찬은 이해하기 쉽게 아래와 같이 읽히기도 한다고 한다.

 

침묵을 지켜야 할 때 침묵을 지킨다면 그 때의 상황에 적절히 처신함이요,

웃어야 할 때 웃는다면 적절하게 처신함 이라네.

옳고 그름을 결정할 시간에도 머물 것인가. 떠날 것인가를 판단할 때에도

행동하면 자연스런 이치를 어기지 않고 고요히 있으면 인정을 거스리지 않는다네.

침묵할 때 침묵을 지키고, 웃을 때 웃는다는 의미는 대단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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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참조할 곳 : [스크랩] 黙笑 居士 自讚 글은 황산의 작품이다.

                     [스크랩] 묵소거사자찬-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