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충민공 임경업 장군의 초상을 배알한 뒤에 시를 지어 용만의 여러 사람에게

추읍산 2010. 6. 17. 01:51

 

謁林忠愍像 示灣上諸人 알임충민상 시만상제인

충민공 임경업 장군의 초상을 배알한 뒤에 시를 지어 용만의 여러 사람에게 보이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將軍名義冠吾東 장군명의관오동 장군의 명성과 의리 조선에 으뜸이니

百代流芳七士同 백대유방칠사동 영원히 이름 남긴 일곱 선비81)와 같네

一劒朝天酬壯志 일검조천수장지 칼 하나 차고 천자 뵈어 웅장한 뜻 실현했고82)

孤城殺賊奮危忠 고성살적분위충 외로운 성에서 적을 무찔러 높은 충성 떨쳤네

長年不斷神靈雨 장년부단신령우 오랜 세월 신령스런 비 끊이지 않고

白日常吹颯爽風 백일상취삽상풍 밝은 태양 아래 시원한 바람 항상 부네

狂寇回思稱亂歲 광구회사칭난세 미친 오랑캐는 전쟁 떠올리며 그때를 거론하리니

諸君早己辨魚態 제군조기변어태 그대들은 일찌감치 물고기와 곰발다닥83) 잘 분변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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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일곱 선비 :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개국되면서 고려의 태사(太師)들 일곱 명이 새로 생긴 조선에 출사(出仕)를 거부하고 경기도 광주시 수하리(水下里)에 은거했는데, 얼마 후에 조선관원들에게 발각되자 일곱 태사들은 두문동(杜門洞)으로 들어가 그 곳에서 두문불출했다가 순절(殉節)했다고 한다.

 

82) 칼 하나 ... 실현했고 : 청나라에 의심을 받던 임경업은 몇 차례의 망명을 기도한 끝에 1643년(인조 21) 가을 마침내 망명하여 중국 제남부(濟南府) 해풍도(海豊島)에 표착하였다. 그곳에서 명나라 수비대 군관인 곽이직(郭以直)의 조사를 받고 등주 도독(登州都督) 황종예(黃宗裔) 군문의 총병인 마등고(馬騰高)의 휘하에 들어갔는데, 명나라에서는 그에게 평로장군(平虜將軍)에 임명하고 4만의 병사를 이끌도록 했다 한다.

 

83) 물고기와 곰발다닥 : 『맹자』 「고자(告子)」상에, "생선 요리도 내가 원하는 것이고, 곰발다닥 요리도 내가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없다면 나는 생선을 버리고 곰 발다닥을 택하겠다. 마찬가지로 삶도 내가 원하는 것이고, 의리도 내가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없다면 나는 삶을 버리고 의리를 택하겠다. [魚我所欲也 熊掌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魚而取熊掌者也 生亦我所欲也 義亦我所欲也 二者不可得兼 舍生而取義者也]" 했다. 삶을 버리면서까지 의리에 맞게 산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의주에 관리로 온 사람들이 모두 의리에 맞는 행동을 한다고 칭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