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김씨/贊成公(達行) 가문

순원왕후의 한글편지

추읍산 2011. 1. 12. 16:05

 <'왕후의 한글편지'에 투영된 조선왕실> - 2

얼마 전에 그러니까 2010년 연말 인터넷을 검색 하다가 우연히 순원왕후(純元王后 1789~1857)의 한글편지가 출간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규장각에 소장된 순원왕후의 편지를 상명대학교 국어교육과 이승희 교수가 알아듣기 쉽게 현대어로 옮기어 해제하였고 배경까지 꼼꼼히 추적하였다는데 이 책만은 꼭 보고 싶어 벼르기 며칠, 잠실에 있는 교보문고를 찾았다. 

 

 갈 때는 차비를 아낀다고 전철을 이용하였는데 집에서 가자니 빙빙 도는 코스라 한 시간 가까이 걸려서 잠실에서 하차하였다. 오후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무렵이었고 그곳에는 대형서점답게 사람들로 붐벼 연말분위기를 더욱 돋웠다. 점원인 아가씨에게 부탁하여 찾아온 책, 분량에 비교하면 책값은 비싼 편으로 33,000원이란다. 주저 없이 싸들고 올 때는 버스를 타고 오는데 차 속에서도 무슨 내용일까? 궁금증 속에 집에 도착하여 펼쳐 보았다.


편지를 쓴 때가 주로 1840, 12, 17 황산 김유근(諱 根 1875-1840) 할아버지 별세 이후임을 알 수 있고 친오빠인 황산께 보낸 글이 없어 내심 섭섭하였다. 그러나 발견되지 않아 보이지 않지 생존 때에는 많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아마도 오랜 세월 속에서 없어졌으리라. 그리고 2009, 양평군 발행 안동김씨 문정공파 기증유물 도록에 실린 효명세자가 어렸을 적부터 황산 할아버지께 보낸 편지와 순원왕후의 편지를 읽으면서 그 시대의 궁중 모습을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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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 김흥근(諱 興根 1796-18709  호: 游觀) 할아버지께 보낸 편지가 주를 이르는데 간추리면 아래와 같다.

 

1848년 탄핵을 받아 광양으로 유배 됨을 위로하고 그 후 해배되어 돌아옴을 축하함, 안부와 집안의 대소사, 두 분 오라버님의 건강(弘根)과 죽음(逌根, 弘根)을 슬퍼한 글, 조정과 왕실의 문제에 자문하는 글 등이 있다.

 

1849, 6 손자인 헌종이 승하하고 철종이 즉위하였을 때 쓴 편지에서는 순조와 익종(효명세자)의 혈통이 끊어졌음을 애통해하면서 내 죄가 중하여 이처럼 고얀 나만 살리시고 차마 감당하지 못할 화고를 내리시니  내가 어찌하여 지난해에 죽지 못하였던고! 하면서 애통해 하였다.

 

그러면서도 가까운 혈맥으로 승통한 새 임금 철종에 대하여는 천성이 어질고 순실 하다고 하면서 훈도를 잘하여 현군(賢君)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소망을 담고 있는데 이때 새 임금이 글도 배운 것이 없으니, 학문이 있어야 치정(治定)이 날 것이니 누가 가르칠 것인가? 하면서 괴로운 심정을 피력할 때는 마음이 아팠다.

 

또한, 순원왕후는 두 분의 부마와 두 분의 왕후를 배출한 안동김씨 가문으로는 사돈을 맺지 않으려 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아마도 친정인 안동김씨 문중의 반대에 부딪친듯하다. 헌종 대왕 붕어 후 나라의 발전이 먼저임을 깨닫지 못한 그때 모습이 부끄럽고 그런 속에서도 나라을 이끌어야 했던 순원왕후의 마음은 어떠하였을까? 그때의 모습을 깊이 생각하게 한다.

 

또한, 조카들의 급제를 보면서 항상 겸손하고 근검하며 맡은바 직분을 충실히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편지에서도 한결같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고조 할아버지(諱 炳㴤1827-1887)의 급제(대과) 때에는 감격하면서 (돌아가신) 두 오라버님[高祖의 부친인 김유근(諱 逌根)과 생부 김홍근(諱 弘根)]도 (아들의 급제를) 아시는지 비감합니다. 하실 때에는 마음이 찡하였다.

 

황산 김유근, 춘산 김홍근이 운명(殞命)하신지 상당한 세월이 지났음에도 두 분에 대한 마음이 여러 곳에서 곡진하게 표현되어 있어 순원왕후가 두 오라버니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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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 김흥근(諱 興根)의 아들인 김병덕[諱 炳德 1825 -1892)에게 보낸 편지 5매와 조카인 김병주에게 보낸 편지 1매는 대부분 유관 할아버지께서 유배되고 그 후 풀린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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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의 내용을 보면서 어떻게 이 편지가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었을까? 당연히 유관 종손댁, 그리고 우리 집에도 1매 있어야 할 이 편지를 어느 할아버지가 기증한 것일까? 궁금증은 더 해간다. 그리고 순원왕후는 가까운 가족과 부군인 순조 대왕을 잃은 데서 오는 슬픔과 고독을 편지쓰기로 달래면서 소일하신 것 같았다.


이를 현대어로 번역하고 꼼꼼히 해설까지 하여주신 이승희 교수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당시의 시대사를 이해하는데 제가 기증한 안동김씨 문정공파 기증유물(2009, 도록으로 출간)과 함께 소중한 참고자료로 활용되어 그 속에서 얻어지는 교훈이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열어나가는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거듭 이승희 교수님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