義鴈 并序 의안 병서
의로운 기러기 -서문과 함께
김유근(金逌根 1785~1840)
弋人適野 而生獲一鴈 其一逸去 歸而縶諸籠 置之庭中 是夜月白風淸 星漢皎潔
익인적야 이생획일안 기일일거 귀이집제롱 치지정중 시야월백풍청 성한교결
忽聞鴈聲甚悲 自遠而至 籠鴈昻以視之 應聲而鳴 飛者遂投於籠外 兩鴈相遇 嗈
홀문안성심비 자원이지 롱안앙이시지 응성이명 비자수투어롱외 양안상우 옹
嗈咿咿 宛轉交頸 欣然若相勞苦而忘樊籠之隔也 己而 奮迅騰翥 欲旅俱逝 乍起
옹이이 완전교경 흔연약상노고이망번롱지격야 기이 분신등저 욕여구서 사기
旋墜 抵籠而止 如是者凡數次 終不能出 其一在外 悲鳴益急 以頭觸籠而死 籠
선추 저롱이지 여시자범수차 종불능출 기일재외 비명익급 이두촉롱이사 롱
鴈亦死於其傍 遂感而賦詩
안역사어기방 수감이부시
사냥꾼이 들판에 나가 기러기 한 마리를 생포하였는데 나머지 한 마리는 달아났다. 집으로 돌아와 새장 안에 매에 놓고 마당에 두었다. 이날 밤 달을 밝고 바람은 맑아 은하수가 환하게 펼쳐져 있는데 문득 너무나 구슬픈 기러기 울음소리가 먼 곳에서 들려왔다. 새장에 있던 기러기가 우러러 보고 호응해서 우니 날던 기러기가 드디어 새장 밖에 내려앉았다. 두 마리가 만나 서로 울고 웃으며 다정히 목을 부비면서 기쁨에 넘쳐 마치 고통을 위로하고, 새장을 사이에 두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린 듯하였다. 잠시 뒤에 날개를 펼쳐 날아올라 함께 가려 하였는데 날아오르자마자 떨어져 새장에 부딪쳐 멈추었다. 몇 번이나 이렇게 했지만 끝내 벗어날 수가 없었다. 밖에 있던 기러기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더욱 다급해지자 새장을 들이받고 죽자 새장안에 있던 기러기도 그 곁에서 죽었다. 이 일에 감명 받아 시를 짓는다.
有客翶翔遵彼坰 유객고상준피경 사냥꾼이 들판 따라 거니는데
夜如何其爛明星 야여하기란명성 이 밤 어찌 밝은 별들 반짝이는지
我聞仁人不射宿 아문인인불사숙 어진이는 자고 있는 새를 사냥한지 않는다155) 하니
忍復網羅彌空汀 인복망라미공정 차마 다시 하늘에 그물 칠 수 있겠는가
嗈嗈朝日雙飛鴈 옹옹조일쌍비안 아침 해 맞으며 노래하면서 날던 기러기 두 마리
下戲烟水時暫停 하희인수시잠정 안개 낀 강에 내려와 노릴며 잠시 머물다가
忽見人來思色擧 홀견인래사색거 갑자기 인기척 느끼고 날아오르려 하여
翩然決起俱冥冥 편연결기구명명 날개 펄럭이며 땅을 박차고 창공으로 날아갔는데
一鴈乍飛還自落 일안작비환자락 기러기 한 마리 날자마자 도로 떨어져
橫罹安用雙修翎 횡리안용쌍수령 잘못 잡히니 어찌 긴 두 날개 쓸 수 있겠는가
貪心恨不兩皆獲 탐심한불양개획 탐욕스런 사냥꾼 두 마리 다 못 잡아 원망하며
返于其室籠置庭 반우기실롱치정 집으로 돌아와 새장에 넣어 마당에 두네
飼以稻粱棄不願 사이도량기불원 모이를 주지만 기러기 돌아보지도 않고
毛羽踡跼行伶仃 모우권국행령정 날개를 접은채 처량히 걷네
是時月白夜抄靜 시시월백야초정 이 날 달을 밝고 밤은 고요한데
凉露浙浙西風冷 량로절절서풍냉 싸늘한 이슬 내리고 서풍(西風)은 차갑네
何來隻影忽飛急 하래척영홀비급 어디선가 외로운 그림자 홀연 급히 날아가는데
哀響悽切難爲聽 애향처절난위청 울음소리 서글퍼 차마 듣기 어렵구나
凝然而俟側身久 응연이사측신구 가만히 웅크려 기다린 지 오래
昂首長鳴如夢醒 앙수장명여몽성 머리 들어 길게 우니 꿈이 깬 듯하네
雲際籠裏倐相應 운제롱이숙상응 한 놈은 구름 가 한 놈은 새장 안 번개같이 호응하여
飄若一葉庭心零 표약일엽정심령 펄럭이는 낙엽처럼 뜰에 내려앉네
交頸喁戛似訴恨 교경옹알사소한 머리 부비며 울어 하소연하는 듯
兩相勞苦何丁寧 양상노고하정령 서로 위로함이 어찌 그리 간절한지
須臾拍翼向籠裏 수유박익향롱이 삽시간에 날개 치며 새장 안으로 돌진하고
奮迅思與歸滄冥 분신사여귀창명 땅을 박차고 함께 먼 바다로 가려 하네
竦立渾忘樊籠隔 송립혼망번롱격 새장의 장벽 아주 잊어버리고 몸을 날리지만
屢翔不起如被釘 루상불기여피정 못에 박힌 듯 몇 번이나 날아오르다 떨어지네
內外悲鳴復相向 내외비명복상향 안팎의 기러기 슬피 울며 다시 서로 다가가
雙雙搶地甘委形 쌍쌍창지감위형 쌍으로 땅에 머리 찧으며 기꺼이 죽음을 맞네
惟天所賦殊萬品 유천소부수만품 하늘이 부여한 형체는 만물 모두 다르지만
跂喙飛走具性靈 기훼비주구성령 생명체 어느 것이든 본성을 갖추고 있으니156)
父子慈愛稱虎狼 부자자애칭호랑 부자 사이 사랑은 범과 이리도 그 본성 지니고157)
兄弟急難有鶺鴒 형제급난유척령 할미새도 형제의 어려움 구원해주지158)
復聞雎鳩摯而別 복문저구지이별 물수리는 부부금실 좋으면서 분별도 있다 하니159)
詩人詠歌眞爾馨 시인영가진이형 옛 시인의 노래 참으로 훌륭하네
禽鳥猶能識禮義 금조유능식예의 새들조차 예의를 잘 아니
所媿爲人悖常經 소괴위인패상경 사람 되어 떳떳한 법도 못 지키는 게 부끄러운 일이지
我今三復發歎息 아금삼복발탄식 내 지금 여러 번 되뇌이고 탄식하며
操觚更著義鴈銘 조고갱저의안명 붓 들어 의로운 기러기 기록하니
世間夫婦多反目 세간부부다반목 세상에 서로 반목하는 많은 부부들에게
可傳此事留典型 가전차사유전형 모범으로 이 일을 전해줄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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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어진이는...않는다. :『논어』「술이(述而)」에, "공자께서는 낚시는 하셨지만 그물질 하지 않으셨고, 새는 잡으셨지만 자고 있는 새는 잡지 않으셨다.[釣而不網, 弋不射宿]" 했다.
156) 생명체...있으니 : 사람 뿐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동물은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사덕(四德)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다.
157) 부자 사이...지니고 : 『중용혹문(中庸或問)』상에, "호랑이와 이리에게는 부자의 인(仁)이 있고, 벌과 개미에게는 군신의 의(義)가 있다." 했다.
158) 할미새도...구원해주지 :『시경』「소아상체(常棣)」에 "할미새 언덕에 있으니 형제가 어려움을 구원하네, [脊令在原 兄弟急難]" 했다.
159) 물수리는...있다 하니 : 『시경』「주남(周南).관저(關雎)」에서 물수리에 대해 주자가 해설하면서 , "정해진 짝이 있어 문란하지 않고, 둘이 짝지어 다니면서도 친압하지 않는다." 하면서 모씨(毛氏)의 주석을 인용하여 '지이유별(摯而有別)' 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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