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또 앞의 시에 차운하여 바치다

추읍산 2011. 2. 28. 18:56

 

又次前韻 奉呈 우차전운 봉정


또 앞의 시(자하(紫霞) 신 시랑(申侍郞)으로부터 대나무 지팡이를 얻어 ..)에 차운하여 바치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平居性愛竹 평거성애죽 평소에 내 성품 대나무 사랑하여

暇日窮諸譜 가일궁제보 한가한 날 그 계보 따져보네

榦或如紫玉 간혹여자옥 줄기는 자주빛 옥 같고

色或如白琥 색혹여백호 색깔은 흰 호박(湖泊) 같네

 

異樣稱以方 이양칭이방 특이한 모양은 방죽(方竹)192)이라 하고

短叢名爲苦 단총명위고 짧은 떨기는 고죽(苦竹)193)이라 하지

鞭行似隨喜 편행사수희 편행(鞭行)194)은 기쁨을 따르는 듯

籜苞類張怒 탁포류장노 탁포(籜苞)195)는 분노를 떨치는 듯

 

見公匾竹形 견공편죽형 공이 주신 편죽(匾竹) 모양 살펴보면

足向卷中補 족향권중보 대나무 계보에 넣을 만하지

我得不爲富 아득불위부 내가 얻어도 부유해지지 않고

公失未是寠 공실미시구 공이 잃어도 가난하게 되지 않아

 

受授兩可喜 애수양가희 주고받아 둘 다 기쁜 것은

皆出嗜奇古 개출기기고 모두 기이한 옛 것 좋아하는 마음 때문이니

若令俗子見 약령속자견 속된 사람에게 보여주면

棄擲寧足取 기척령족취 내버려도 가져가지 않을 것이네

 

得此文字綠 득차문자록 글 주고 받는 인연 속에

往來輪臓腑 왕래륜장부 오가며 진심 보여주셨느데

況復如此物 황복여차물 더구나 이 같은 물건을

肯與凡品伍 긍여범품오 평범한 저에게 기꺼이 주시니

 

左右羅圖史 좌우라도사 좌우에 도서와 역사책 늘어놓고

鼎彝以爲輔 정이이위보 정이(鼎彝)196)를 보조로 삼네

朝夕不去傍 조석불거방 하루 종일 그 곁을 떠나지 않으니

物我兩欣覩 물아양흔도 물건도 나도 둘 다 기쁘게 바라보네

 

譬如人與人 비여인여인 비유하면 사람과 사람이

皆以方以聚 개이방이취 모두 의롭게 행동하고 배움으로 쌓는 것이지197)

大能支衰骸 대능지쇠해 쇠약한 뼈마디 잘 지탱하니

豈直侈堂戶 기직치당호 어지 집안에 사치품일 뿐이랴

 

卓然有所立 탁연유소립 우뚝 서 있는 것이 있으니

實踏行不踽 실답행불우 걸어갈 때 실로 혼자가 아니네

曠擬水田植 광의수전식 공연히 논에 세위둔 말뚝처럼 여기다가

悟比禪家拄 오비선가주 스님의 주장자 같다고 깨닫게 되지

 

三復公所作 삼복공소작 공이 지은 시 여러 번 되뇌이고

拜嘉同沐俯 배가동목부 내려주신 은혜에 감사하지요

公實念疇昔 공실념주석 공은 실로 옛날을 생각하시니

寧忍爲茹吐 령인위여토 내가 어찌 차마 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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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방죽(方竹) : 네모난 대나무로, 중국에서 자란다.


193) 고죽(苦竹) : 대나무 가운데 가장 굵은 것으로, 근죽(蓳竹), 왕죽(王竹), 황죽(篁竹), 참대라고도 한다.


194) 편행(鞭行) : 대나무가 땅속에서 뿌리를 뻗어 생장하는 것이다. 땅속에서 뿌리를 뻗어 생장하는 것이다.


195) 탁포(籜苞) : 대나무 껍질이 벗겨지는 것이다.


196) 정이(鼎彛) : 정과 이는 모두 고대 제기(祭器)의 이름으로, 그 표면에 선조의 미덕, 공렬 등을 새겨서 자손에게 전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여러 가지 좋은 물건이라는 뜻이다.


197) 의롭게...것이지 : 의롭게 행동한다는 것은『주역(周易)』곤과(坤卦)  「문언전(文言傳)에, 군자는 경(敬)의 상태로 내면을 곱게하고 의(義)로운 자세로 외면을 방정하게 한다.[君子 敬以直內 義以方外]는 내용에 근거한 것이고, 배움으로 쌓는다는 것은 건괘(乾卦) 「문언전」에, 군자는 배워서 축적하고, 물어서 분변하고, 관대함으로 자처하고, 인자함으로 실행한다. [君子 學以聚之 問以辨之 寬以居之 仁以行之]는 내용에 근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