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완백(完伯)인 종제(從弟)가 백우선(白羽扇)을 보내주어 보내주어 시를

추읍산 2011. 3. 1. 12:48

完伯從弟 以白羽扇相贈 詩以謝之


완백(完伯)198)인 종제(從弟)가 백우선(白羽扇)199)을 보내주어 시를 보내 사례하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皎皎雙羽扇  희디 흰 우선(羽扇) 두 자루

來自湖南伯  호남관찰사가 주었지

截羽分小大  크고 작게 깃털 잘라

排揷如樹柵  목책(木柵) 세우듯 나열하여 꽃았네

 

其形如月圓  모양은 둥근 달 같고

其色如雪白  색깔은 눈 처럼 희디 흰데

搖之發淸風  부체질하니 맑은 바람 일어나

爽然通心膈  가슴 속까지 시원하네

 

寄書謂余言  편지 보내와 말하기를

兄有好奇癖  형님의 취미는 기물(奇物) 애호하는 것

弟今莅南州  동생이 지금 호남(湖南)에 부임하니

扇是玆土籍  부체는 이 지역 토산물이지요

 

長短與廣狹  부체의 크기와 폭

其制數以百 만드는 방식 수도 없이 많아요

摺疊同於俗 접첩선(摺疊扇)200)은 보통 것과 같고

蒲葵近乎僻 표규선(蒲葵扇)201)은 한쪽으로 쏠린 것이며

 

七輪及五明  칠륜선(七輪扇)202)과 오명선(五明扇)203)

名實殊今昔  지금 이름과 실제가 옛날과 다르지요

凡諸可稱者  거론되는 유명한 부채들은

皆非兄所適  모두 형님의 뜻에 맞지 않지요

 

不煩竹與紙  대나무와 종이를 쓰지 않고

聚彼飛鳥翮  저 새의 깃털 모아 만드니

修潔更無比  정결하기 비할 대 없는데

矧是風所宅  바람이 모여들기까지 하지요

 

巧手裁爲箑  솜씨 좋은 이가 부채로 만드니

典雅增一格  고고하고 아름다워 품격을 더하네요

今夏多霖雨  올 여름 장마비 길어

蒸熱通晨夕 새벽이나 밤이나 찜통더위 이어지지요

 

素知虛脆質  평소에 허약한 체질이라

當署多汗液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시니

此物最引風  이 부체가 바람을 많이 일으켜

庶可凉枕席  잠자리를 시원하게 해줄테니

 

爲兄遠相奇  멀리 형님께 이 부체를 보내

瀉我心襞積  내 마음에 쌓인 회포 쏟아냅니다

况今總戎務  지금 군대 업무를 총괄하시니

是司三軍責  이것은 전군(全軍)의 책임을 맡은 것이지요

 

知兄盡瘁義  형님은 수고를 마다 않고 온 힘을 쏟아

夙夜勤措畫  밤낮으로 부지런히 계획하고 조치하겠지요

持此坐指揮  이 부채로 앉아 지휘하여

力追前賢迹  힘써 옛날 현자(賢者)의 행적을 따르시지요

 

發緘讀未半  편지를 반도 읽기 전에

不禁笑啞啞  껄걸 웃을 수 밖에 없었네

千里如面談  머나먼 곳에 있지만 얼굴보고 얘기하는 것 같아

揮忘雲山隔  첩첩 산이 막고 있다는 걸 완전히 잊었네

 

扇是君所貺  이 부채 그대가 준 선물이니

奚啻得拱璧  큰 벽옥(璧玉)을 얻은 것보다 더 좋네

須臾不去手  잠시라도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고

服之當無斁  사용함에 싫증나지 않을 것이네

 

珍重相勉意  권면하는 마음 참으로 소중하니

金玉眞不易  금은보화와도 바꿀 수 없지

但慙菲薄才  다만 부끄러운 건, 재주 없어

難爲古人役  옛 사람의 훌륭한 일 하기 어려운 것이지

 

家世篤忠貞  집안은 대대로 충정과 정절 지켜

勳德垂竹帛  공적과 덕이 역사책에 남았다네

今日藉先蔭  오늘 조상의 은덕으로

非常承恩澤  특별히 은택을 입었지만

 

憂惕徒切身  근심걱정만 절실할 뿐

報效無寸尺  조금의 공효도 이루지 못했지

所叨非所願  이 직책 맡은 것은 원한 바 아니어서

每思一朝釋  생각할 대마다 그만두고 싶네

 

君不諒余心  그대도 내 마음 제대로 알지 못하니

詎望他人獲  어찌 다른 이가 이해하길 바라겠는가

臨風一馳神  바람 맞으며 멀리 생각하고

回首天地窄  돌아보니 이 세상 좁기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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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완백(完伯) : 완백은 전라도 관찰사이다.


199) 백우선(白羽扇) : 흰 새 깃털로 만든 부채이다.


200) 접첩선(摺疊扇) : 대나무나 상아로 부챗살을 만들고, 종이나 비단으로 부채의 면을 만들어 접을 수 있게 한 부채이다. 접는 부채, 쥘부채,접선(摺扇)이라고도 한다.


201) 표규선(蒲葵扇) : 부들잎으로 만든 부채이다. 동진(東晋)의 명상(名相) 사안(謝安)이 시골로 돌아가는 사람을 만났는데,사안이 돌아갈 노자가 있느냐고 물으니 표구선 다섯 자루밖에 없다고 했다. 사안이 그 중에서 하나를 골라 쥐니, 경향(京鄕)의 사서(士庶)들이 다투어 사서 값이 몇 배나 더 올라갔다. <『진서(晉書)』「열전」49 사안 조항>


202) 칠륜선(七輪扇) : 일곱 개의 바퀴를 움직여서 부치는 부채이다. 장안(長安)에 사는 공인이 이 부채를 만들었는데, 이 부채를 부치면 온 집안이 다 시원했다 한다. <『서경잡기(西京雜記)』1>


203) 오명선(五明扇) : 원형에 자루가 있는 부채이다. 고대에 궁궐에서 많이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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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쓰는 글


본 글의 내용을 살펴보아 1835, 1, 12부터 같은 해 여름 더위가 오기 시작하는 5월 이전일 것으로 추리한다. 작가의 종제(從弟)로 전라도 관찰사를 역임하신 분은 김흥근[金興根, 1796~1870 |자 기경(起卿). |호 유관(游觀) |시호 충문(忠文]이 유일하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김흥근은 1835년(헌종 1) 1월 12일 전라도 관찰사로 명받았고 그때 김유근은 어영 대장(御營大將, 1834, 11, 14 명받다.) 직책을 수행하고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는데 이는 윗글에서 「지금 군대 업무를 총괄하시니」라는 것은 이를 가리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흥근이 더위 속에서 업무에 시달릴 종형 김유근에게 보낸 백우선이었는데 받은 이가 감격하고 있어 종형제(從兄弟)간에 우의를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글이다. 필자의 집에 전해오는 유관 김흥근 할아버지의 편지가 분실하였는지 안 보여 섭섭하였는데 본 글을 읽으니 감회가 깊다.


우리나라에는 전해오는 여러 가지 부채가 있는데 더위를 좇으려는 선조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춤 등 전통예술로 발전하였는데 아름다운 선율 속에 펼쳐지는 부채춤은 예술혼의 극치를 보여준다.


효명세자가 외삼촌인 황산 김유근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별당선(別唐扇), 동선(東扇), 부채용 향(扇香) 등을 보내달라는 글이 있어 부채는 효명세자가 어릴 때부터 예술을 사랑한 기초로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편지 편에서 추후 소개하겠습니다.).


검색을 통해서 조상님의 슬기를 배웠으면 합니다.


부채 이미지 보기

http://www.google.co.kr/images?hl=ko&q=%EB%B0%B1%EC%9A%B0%EC%84%A0+%EB%B6%80%EC%B1%84&um=1&ie=UTF-8&source=univ&sa=X&ei=5nhsTZaWNcfMcJjp2KcF&ved=0CHwQ7Ak  

 

http://search.naver.com/search.naver?where=nexearch&query=%BA%CE%C3%A4+%C0%CC%B9%CC%C1%F6&sm=top_hty&fbm=1&x=23&y=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