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각씨산(閣氏山) 아래 도착하여

추읍산 2011. 3. 19. 15:25

抵閣氏山下

 

각씨산(閣氏山)1) 아래 도착하여

 


김유근(金逌根 1785~1840)


奔走紅塵媿老吾    번잡한 속세에 분주하며 늙어버린 내가 부끄러우니

悠悠何用問前途    아득한 앞 길 물을 필요 있겠나

不求撑屋如維翰    집 떠받칠 뛰어난 영재 원치 않으니

但願生男似仲謀    중모(仲謀)2)같은 사내아이 낳기 바랄 뿐

 

擧室何年歸小築    언제 온 식구 데리고 작은 시골집으로 갈까

買山今日占名區    오늘 산을 사서 경치 좋은 곳 잡아야지

須看種種無餘髮    짧아진 머리 남은 것도 없으니

爲却兒孫計太愚    자손 위한 계책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지



1) 각씨산(閣氏山) : 경상북도 안동에 있는 산으로, 갈라산(葛蘿山)이라고도 한다. 옛날 갈라산 정상을 넘어 산행 길 도중 가마에 탓던 각시가 떨어져 죽은 뒤로 변고가 자주 일어나 각시의 혼(魂)을 달래고자 갈라당[각시당]을 짓고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2) 중모(仲謀) : 중모는 후한 제오방(第五訪)의 자(字)이다. 어려서 고아가 되고 가난하여 항상 품팔이를 하여 형수를 봉양하고, 여가가 있으면 글을 배웠다. 뒤에 장액 태수(張掖太守) 등을 지냈는데, 관직에 있을 때마다 치적을 이루었다. <후한서 76 「순리열전(循吏列傳)」66 제오방 조항>

-------------------------------------------

 

옮긴이의 글

 

각씨산은 경기도 양평군, 광주군, 여주군 경계의 앵자봉을 이르는 말로 아는데 양자산으로 알려졌다. 고향인 양평군 개군면에서 바라보면 목판같이 보여 목판산 이라고도 불렀다. 물론 안동에도 있다고 하지만 그때 정황에 맞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