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起
병석에서 일어나
김유근(金逌根 1785~1840
萬事爭如酒一杯 만사가 어찌 술 한 잔만 하랴
光陰何故苦相催 세월은 뭣 때문에 그리 서두르나
白頭已遣詩人老 흰 머리 이미 시인(詩人)을 늙게 하는데
靑眼寧爲俗士開 푸른 눈 어찌 속된 선비 위해 열겠나1)
雨雪不圖今景物 이 좋은 경치에 비와 눈 내리는데
衣冠欲拂舊塵煤 의관에 묻은 오랜 먼지 털어내네
森然柏樹應含翠 빽빽한 잣나무 푸른 빛 머금는데
矯首家鄕夢幾回 고향 향해 머리 드니 꿈속에 얼마나 자주 갔었나
1) 푸른 눈…열겠나 : 푸른 눈을 연다는 것은 반가워하는 눈빛을 이른다. 위진시대(魏晉時代) 진(晉)나라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완적(阮籍)이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청안(靑眼)을 보이고 달갑지 않은 사람을 볼 때에는 백안(白眼)을 치떴다. <『진서(晉書)』 49 「열전」19 완적 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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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작자는 1837년 말 병이 오고 실어증까지 겹쳐 고생하셨는데 그때 어느 날 쓴 글이다. 추사 김정희 해서체의 백미로 유명한 묵소거사자찬도 이때 탄생한 것이다. 중환 중, 1839년 5월 유진길에게 세례[대세: 司祭(神父)를 만나기 어려운 상태에서 받는 세례의식]를 받으시고 1840년 12월 17일 돌아가셨는데 큰 오빠에게 많이 의지하신 순원왕후도 7일 후 수렴청정을 거두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