題畵
그림에 쓰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有客自燕至 연경(燕京)에서 온 나그네
貽我雙幅畵 내게 두 폭 그림을 주네
看之心未足 보자니 마음에 충분치 않아
披向壁上掛 펼쳐 벽에 걸어 두었지
山形與樹勢 산의 모습과 나무의 형세
歷歷俱分界 뚜렷하게 모두 구분되는데
復有小茅茨 또 작은 초가집 있고
中着人一个 그 안에 사람 한 명 있네
身如坐盤陀 몸은 기운 바위에 앉은 듯 위태롭고
眼疑對澎湃 눈은 거센 물결 보는 듯 두려워하네
筆墨無停滯 거침없이 흐르는 붓놀림
使我心目快 마음이나 눈이나 시원하네
東人多業此 조선에도 화가 많으니
下工初未懈 그림 그릴 때 처음에는 열심히 하여
纖密時能到 세밀하게 그리는 경지 간간히 이르지만
灑脫不曾届 격식 벗어난 자유자재의 경지 이르지는 못하지
天若限南北 하늘이 만일 남과 북으로 갈라놓았다면
此理眞可怪 그건 정말 이상한 이치이지1)
1) 하늘이…이상한 일이지 : 남과 북은 남종화(南宗畵)와 북종화(北宗畵)를 이른다. 명나라 말기 동기창(董其昌)과 막시룡(莫是龍)이 당대(唐代) 선종의 남북분파에 착안하여 중국 회화를 출신 신분과 화풍에 따라 남북이종(南北二宗)으로 구분한 데서 이런 명칭이 생겼다.
남종화는 학문과 교양을 갖춘 문인들이 비직업적으로 취미로 그리는 그림인데, 수묵과 옅은 담채를 써서 내면세계의 표출에 치중하여 시정적(詩情的)이며 사의적(寫意的)인 측면이 강하다.
북종화는 직업화가들이 외면적 형사(形似)에 치중하여 그린 기교적·장식적인 공필화(工筆畵) 계통의 그림이다. 여기서는 남종화와 북종화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고 그 모두를 초탈하여 자유자재로 그림을 그려야 함을 말한 것이지만, 앞 두 구절의 내용을 보면 남종화의 작화(作畵) 태도를 중시하는 작자의 견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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