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또 앞의 시에 차운하다

추읍산 2011. 3. 19. 19:00

又次前韻

또 앞의 시에 차운하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今日吾衰甚    지금 내가 너무 노쇠하여

一朝賦落齒    하루아침에 이빨 빠진 것을 읊네

落一猶自可    하나 빠진 것은 그래도 괜찮지만

次第搖未已    차례로 연이어 흔들려

 

齟齬相枕藉    아래위 어긋나 제멋대로인데

不落則不止    다 빠지지 않으면 멈추지 않겠지

落盡無餘物    다 빠지고 남은 이빨 없으면

竟爲唇所耻    결국 입술이 무색해지겠지

 

不衰應無此    노쇠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 없을 것이니

何異身便死    몸이 죽은 것과 무엇이 다르겠나

我生昔未具    태어나던 그 옛날 이빨 없을 때

初若不關己    애시당초 관심 두지 않았지

 

是謂骨之餘    이것은 뼈의 나머지인데

排立資血水    늘어서서 혈액의 힘의 의지하고

上下三十六    아래위 서른여섯 개

捉對相依比    마주보며 서로 의지하며 나란하지

 

圓應環堵如    둘러친 담장처럼 둥그렇고

堅或樹柵似    나무 세운 목책처럼 견고하지

人生恣呑囓    살면서 마음껏 먹고 씹으니

無是則餒矣    이빨 없으면 굶주리게 되지

 

在人若無與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니

在身若綱紀    몸의 중추주적인 부분이지

有口而無齒    입만 있고 이빨 없으면

便若無爪指    손톱과 손가락 없는 것과 같지

 

無爪指尙用    손톱 없으면 손가락이라도 사용하지만

無齒口何恃    이빨 없으면 입은 무얼 의지하나

雖有脆輭物    연한 음식 있다 해도

一再眞偶爾    우연히 한두 번일 뿐

 

此爲難繼術    계속 있을 수는 없으니

詎可尋常視    어찌 아무렇지 않게 여기겠는가

自吾之齒落    나는 이빨이 빠진 뒤로

撫躬心未喜    몸을 어루만지며 울적해 하지

 

豈徒畏死然    어찌 다만 죽음이 무서워 그러하겠나

其眹儘不美    조짐이 너무 좋지 않기 때문이지

三疊爲賦此    세 번에 걸쳐 이것을 읊어

庸以告夫子    부자(夫子; 韓愈)에게 알리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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