閒居感秋集序
『한거감추집(閒居感秋集)』 서문(序文)
김유근(金逌根 1785~1840)
갑자년(1804, 순조4, 20세)
此世焉有此人 獨不可使無此言 故詩言志 而亦豈易言哉 余抄近稿 手編爲一卷 名之曰閒居感秋集 蓋始于夏末 竊取古人悲秋之義 雖小藝 視諸外馳營營者 似得半日閒 其說則無異鸚鵡之能言 而其志在乎將進 覽者或將憫焉而恕之云 甲子中秋十有七日 題于淸遠閣中
이 세상에는 사람이 살고 있으니, 말이 없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시는 마음속의 뜻을 말하는 것이라 하긴 했지만, 어찌 말하기에 쉽겠는가. 내가 근래에 지은 시고(詩稿)를 베껴서 손수 한 권으로 묶고 『한거감추집』이라 이름 붙였다. 여름 끝자락에 시작하였는데, 가만히 옛 사람의 ‘가을을 슬퍼함[悲秋]’ 이라는 뜻을 따온 것이다. 시는 작은 기예이지만, 정신없이 바쁘게 외부만을 지향하는 사람에 비한다면 반나절 정도의 한가로움은 얻은 듯하다. 말로 표현한 것은 앵무새가 말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그 뜻은 앞으로 진보하려는 데에 있으니, 이 시집을 보는 자는 혹 불쌍하게 생각하여 용서하기도 할 것이다.
갑자년(1804) 8월 17일 청원각(淸遠閣)1)에서 쓰다.
1) 청원각(淸遠閣) : 경북 안동시 풍산읍 소산리에 있는 청원루(淸遠樓)를 이르는 듯하다. 청원루는 중종 때 김번(金潘, 1479-1544)이 여생을 보내기 위해 지은 집인데, 그 후 100여 년이 지난 1645년(인조23)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 1570-1652)이 누각으로 다시 지었다. 김상헌은 1636년 병자호란 때 인조가 굴욕적으로 굴복하는 것을 반대한 척화주전론(斥和主戰論)의 대표로 청나라가 조선에 지원병을 요청했을 때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청나라에서 6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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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윗글은 청랑간실시고자서(靑琅玕室詩稿自序) 와 함께 실전된 황산유고를 뒷받침하는 글입니다. 옮긴이가 기증하여 양평 친환경농업박물관 역사관에 보관되어 있는데 속히 해제본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작자의 젊은 시절인 20세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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