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청랑간실시고(靑琅玕室詩稿)』 자서(自序)

추읍산 2011. 3. 20. 13:53

 

靑琅玕室詩稿自序

『청랑간실시고(靑琅玕室詩稿)』 자서(自序)


김유근(金逌根 1785~1840)


余所居書室向南 每朝日射窓 滿室溫溫 如春晷 睡起 整巾服 徐拂架上宿塵古爐 焚一炷香 啜一椀茶 茶罷閱經傳子書而已 洗硯磨墨 試羊毫 不倣古人體格 隨意作大小數十字 俄而 頹然思臥 臥久則疲 疲則試步 自軒而階 階而庭 庭前有數十本苦竹 淸溪一道繞其下 潺湲不絶 徘徊其傍 不卽去 試和唐人篇什一二首 旣得之 復不忍棄 隨得隨書 逐日爲課 共爲若干篇 以其詩成於竹之下也 自題其卷曰 靑琅玕室稿云


내가 거주하고 있는 서실은 남향이어서 매일 아침 태양이 창문을 비추어 온 방안이 봄 날씨처럼 따뜻하다. 졸다가 일어나 두건과 의복을 정제하고, 시렁 위의 때 묻은 옛 향로의 먼지를 천천히 떨어낸 뒤에 향 하나를 피우고, 차 한 사발을 마신다. 차를 다 마시면 유가 경전과 제자서(諸子書)를 읽을 뿐이다. 벼루를 씻고 먹을 갈아 양털로 만든 붓으로 쓰는데, 옛 사람의 서체를 모방하지 않고 멋대로 크고 작은 글씨 수십 자를 쓴다. 잠시 후에 맥이 풀리면 누워버리고, 오래 누워 있어 피곤해지면 걷는데, 마루에서 계단으로, 계단에서 뜰로 내려온다. 뜰 앞쪽에는 고죽(苦竹; 참대나무) 수십 그루가 있고 맑은 시내 한 줄기가 그 아래를 휘감으며 끊임없이 졸졸 흐르고 있다. 바로 떠나지 못하고 그 곁을 맴돌다가 당나라 사람의 시 한두 수에 화답시를 짓곤 했는데, 지은 뒤에 버리지 못하여 지을 때마다 기록하였다. 날마다 이것을 일과로 삼아 지은 것이 모두 몇 편이 되었다. 그 시들이 대나무 아래에서 완성되었기 때문에 그 책에 『청랑간실고』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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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위 책에 대하여 계명대학교 한문학과 김영진 교수는 그의 연구논문에서 소개하기를 1804년 가을로 시작하는 책으로 최다분량이다. 1808-1821년 시를 수록하였으며 청원각시집, 청낭간실시고(淸遠山人 自序, 1808년)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작자의 부친 김용순이 충주목사로 재식 때인 1814~1815년에 忠原官舍에 추사 김정희와 함께 와서 四郡 및 영월 등을 유람하고 여러 글을 남긴 것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해제본이 안 나와 답답하다.

 

황산유고와 초고를 안내하는 글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위책은 분실된 황산유고를 뒷받침하는 초고 5책 중 하나로 양평 친환경농업박물관 <역사관>에 소장되어 있다. 황산의 젊은 시절인 1800년대 초와 그때를 연구할 수 있는 중요 자료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