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당나라 시의 서문[唐詩序]에 쓰다

추읍산 2011. 3. 20. 12:16

 

題唐詩序

당나라 시의 서문[唐詩序]1)에 쓰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詩以言志 序以叙事 詩之序 敍詩之事也 三百篇有序 或曰自序然歟 漢魏以降 自序章矣 唐興 王公匹庶 以詩相尙 三百年間 詩道盛 而序之體 亦備焉 僕端居書籍自娛 雅好唐詩 而於序尤鍾情焉 盖卽序求詩 風雅大旨 已足以觀 而丈錦尺組 亦具文章也 唐詩全部 篇帙甚繁 爰撥諸序 以資誦覽 雖其寸管之窺 未盡豹斑 庶知全裘之美 可推狐腋云爾

 

 시(詩)는 마음속의 뜻을 말하는 것이고 서(序)는 어떤 일에 대해 서술하는 것이니, 시서(詩序)는 표현하고자 하는 마음속의 뜻에 대해 서술하는 것이다. 시경(詩經)에 서문(序文)이 있는데, 어떤 이는 시경의 작자가 ‘스스로 쓴 서문[自序]’인 듯하다고 했다. 한(漢)나라와 위(魏)나라 이후로 자서(自序)가 유행했고, 당(唐)나라가 세워지자 왕실 귀족과 관리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상대방을 존중하는 의미로 시를 써주어 300년 동안 시가 크게 유행하고, 동시에 서문의 체제도 완비되었다.

 나는 살면서 서적을 뒤적이며 곧잘 혼자 놀았는데, 평소에 당나라 시를 좋아하고 서문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졌다. 서문을 토대로 시를 이해하면 시의 뜻을 충분히 살펴볼 수 있고, 장편이거나 단편이거나 서문도 아름다운 문장을 이루고 있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당시(唐詩) 전체는 양이 매우 많기 때문에 그 가운데 서문만을 뽑아서 읽을 자료로 만들었다. 좁은 내 식견으로 뽑은 것이라 그 아름다움을 다 할 수는 없지만, 전체 갖옷의 훌륭함을 알려면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갖옷을 만든 재료가 여우 겨드랑이털인지 아닌지 알면 충분할 것이다.2)


 

 

1) 당나라 시의 서문[唐詩序] : 추사 김정희는 김유근의 이 책에 대해 「전당시서서(全唐詩序序)」에서, “지금 황산(黃山) 김유근이 전당시의 여러 서를 기록하여 따로 행하게 하였으니 보기 편함을 위한 것이다. 이전 사람의 편람(便覽)은 예의와 분리되고 황산의 편람은 예의와 합치되었으니, 유독 전당시 만이 아니라 옛날 경사(經師)의 가법이 이로 인하여 다시 밝혀진 것이다. 고환(顧歡)과 뇌차종(雷次宗) 이하 여러 복고(復古)의 본이 모두 예전대로 회복하는 것도 반드시 「전당시서」가 별행함으로 말미암아 비롯될 것이다. 『시경』에, ‘옛 훈계를 이에 법으로 삼아 본받는다.’고 했으니, 이는 황산을 두고 이른 것” 이라고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완당전집(阮堂全集)』6>

 


2) 전체…것이다 : 당시(唐詩)의 서문을 뽑아서 만든 이 책만 봐도 당시 전체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