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백부(伯父)를 따라 연경(燕京)으로 가는 이요장(李堯章)을 전송하며

추읍산 2011. 3. 20. 15:04

 

送李堯章隨其伯父赴燕之行

백부(伯父)를 따라 연경(燕京)으로 가는 이요장(李堯章)을 전송하며

 

김유근(金逌根 1785~1840)

 

萬里之役 非不勞且遠也 數朔之別 非不悵且久也 男子生而陳弧矢 將以有四方之事也 君果欲豐衣足食 甘心牖下 足跡不出於鄕閭之內 言議不離於妻孥之間乎 然則非余之所敢知 不然而有志於外 原隰鞍馬 露宿風餐 忘筋骸之倦疲 窮心目之眺賞 則捨是行 何求哉 況以盛壯之年 期遠大之圖者乎 尤不容自疎於是行 惟君勉之哉 余故曰 是役也 非勞伊逸 惟恐其不遠也 是別也 非悵伊喜 惟恐其不久也 庶不以余言爲河漢也 至於陪長者之後車 念高堂之惟憂 君其愼旃 毋自取禍 余又何囑焉


 만 리 길 여정은 힘들고 먼 것이요, 몇 개월 동안의 이별은 슬프고 긴 것이다. 그러나 사내아이가 태어났을 때 호시(弧矢)1)를 늘어놓는 것은 그 아이가 장성하여 원대한 업적을 이루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대는 과연 옷가지나 음식을 풍족하게 하면서 방 안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을 달게 여기고, 발자취가 마을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담론이 처자식 사이에서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가. 만일 그렇다면 내가 알 바 아니다. 그러나 바깥 세상에 뜻을 두어 말 타고 들판과 습지를 달리며 바람 부는 길바닥에서 자고 먹어 뼈마디가 쑤셔도, 그 피곤함을 잊고 가능한 최대한 눈으로 직접 구경하려 한다면 이번의 행차가 아니고서는 다른 데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원대한 계획을 기약한, 한창 젊은 나이의 젊은이는 더 말할 필요도 없으니, 더욱 이번 행차에서 스스로 소홀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대는 힘써야 하는 것이다.

 나는 짐짓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번의 행차는 힘든 것이 아니라 도리어 편안한 것이니 그 길이 가까울까 걱정스럽고, 이번 이별이 슬픈 것이 아니라 도리어 기쁜 것이니 그 시간이 짧을까 걱정스럽다. 내가 한 말을 쓸데없다고 여기지 말고, 곁에서 어른을 잘 보필하고 부모님께서 그대 몸 걱정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 신중히 행동하여 재앙을 초래하지 말라. 이 이외에 내가 더 이상 무엇을 부탁하겠는가.”



1) 호시(弧矢) : 고대에는 군주가 세자(世子)를 낳으면 뽕나무 활과 쑥대 화살로 천지사방에 쏘았는데, 이것은 태어난 세자가 원대한 일에 뜻을 둘 것을 기약한 것이다. <『예기(禮記)』 「내칙(內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