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白鵲
흰 까치에 대해 쓰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신묘년(1831, 순조31, 47세)
歲辛卯 有鵲巢於人家 産二雛 白毛如雪 朱眼赭趾 飛鳴飮啄 仍是鵲也 羣鵲以其不類己也 從以噪之 烏鳶以其罕覯也 又從以啄之 噫 是鵲也 謂之瑞物 王者用法平 囹圄空虛則現 明年壬辰夏 上以水灾爲憂 命秋曹閱罪囚 特放八百人 又閱金吾罪謫 殊死以下十二人 特宥之 霈澤旁流 和氣洋溢 民心胥悅 灾轉爲祥 於是乎 白鵲之兆驗矣 彼微物也 而猶能感氣而先至 示形於未然 人君之一言一動 一政一事 莫不關乎天心 善惡各以類應 可不懼哉 君子在朝 其行己處事 亦必有異於衆人 而衆人之見者 亦莫不驚怪而譏笑 衆咻而齊誚 是何異於羣鵲之噪烏鳶之啄也 盖亦不思已矣
신묘년(1831)에 까치가 어떤 민가에 둥지를 틀어 새끼 두 마리를 낳았는데, 눈같이 새하얀 털에 눈과 발이 붉은 빛이었다. 날아다니고 울고 물마시고 모이를 쪼는 것이 틀림없이 까치였는데, 여러 까치들은 자기들과 닮지 않았다고 그 녀석을 쪼아대고, 까마귀와 솔개는 전에 본 적이 없는 놈이라고 여겨 또 쪼아댔다.
아, 이 까치는 바로 좋은 일이 생길 것을 알리는 상서로운 동물이니, 만백성의 군주가 법 집행을 공평하게 하여 감옥이 텅 비면 나타나는 것이다. 다음 해인 임진년 여름에 임금께서 홍수로 이재민이 생긴 것을 근심하셔서 형조(刑曹)로 하여금 죄수들을 점검하여 특별히 800명을 석방하라 지시하시고, 또 죄를 지어 의금부(義禁府)에 수감되어 있는 관리들을 살펴보아 사형수 이하 12인을 특별히 용서하여 주셨다. 어마어마한 은택이 사방에 미쳐 온화한 기운이 넘쳐나고 백성들이 진심으로 기뻐하여 재앙이 변해 좋은 일이 되니, 그제야 흰 까치의 조짐이 들어맞은 것이다.
이 까치는 미천한 동물이지만, 천지의 기운을 느끼고 먼저 세상에 나와 일이 발생하기 전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을 보여주었다. 군주의 말 한 마디와 행동 한 가지, 정치상의 결정 하나와 시행하는 조치 하나가 무엇이건 간에 모두 하늘의 의지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선악이 각각 종류별로 대응하여 이르니1),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조정에서 벼슬하는 군자(君子)의 몸가짐과 일처리는 반드시 일반 관리와는 다른 점이 있다. 그런데 일반 관리들은 그를 보고 모두들 깜짝 놀라고 해괴망측한 사람이라면서 꾸짖고 비웃으며, 떼를 지어 수군거리고 일제히 욕을 한다. 이것이 흰 까치에 대해 여러 까치들이 쪼아대고 까마귀와 솔개가 쪼아대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렇게 무식한 짓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시시비비를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 선악이…이르니 : 군주가 선(善)과 관련된 말이나 행동 및 조치를 하면 하늘이 좋은 일을 내려주고, 악(惡)을 하면 하늘이 좋지 않은 일을 내려준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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