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승려 전홍(展鴻)에 대해 쓰다

추읍산 2011. 3. 20. 17:02

 

書浮屠展鴻

승려 전홍(展鴻)1)에 대해 쓰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경인년(1830, 순조30, 작자 46세)

 

庚寅秋八月十四日 夜在孝地山下 遇嶺南僧展鴻者 號九潭 年三十七 深於內典 兼通儒家書 余適携金剛經而去 因使之讀 而隨問疑義 讀完 時夜已五鼓矣 忽聞異香 起於房中 遍於一室 作芙蕖氣 幾食頃而滅 座中諸人 莫不聳然以爲得未曾有 余亦茫然莫知所以然者 噫 甚異哉 座中人爲余與柳萉齋致鑑展鴻二僧 及劉生玄聞姜傔錫圭 而舍仲與汝學 方鼾睡不覺矣


경인년(1830, 순조30) 가을 8월 14일 밤에 효지산(孝地山) 아래에 있었는데, 영남(嶺南)의 승려 전홍이란 자를 만났다. 그는 호가 구담(九潭)이고 나이가 37세였다. 그는 불경(佛經)에 대해 조예가 깊었고 아울러 유가 경전에 대해서도 식견이 있었다. 내가 마침 금강경(金剛經)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게 읽어보라고 하고, 그가 읽는 중에 이해가 안 되거나 의심나는 부분을 물어 보았다. 다 읽고 나니 시간이 이미 오고(五鼓)2)를 지났다. 갑자기 연꽃의 향기 같은 특이한 향기가 방에 생겨 온 집안을 감싸다가 거의 식경(食頃)3)이 지나서야 사라졌다.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나 놀라면서 전에 없던 일이라고 하였고, 나도 멍하니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아! 참으로 이상하구나. 자리에 있던 사람은 나와 유비재(柳萉齋), 승려인 치감(致鑑)과 전홍, 그리고 유현문(劉玄聞)과 겸인(傔人) 강석규(姜錫圭)였다. 둘째 동생4)과 여학(汝學)은 그 때 코를 골며 잠에 빠져 있어서 알지 못했다.


 

1) 전홍(展鴻) : 1835년(헌종1) 경북 의성군 금성면 수정리에 있는 수정사(水淨寺)가 화재로 소실되었을 때 중창한 승려이다.


2) 오고(五鼓) : 오경(五更)이라고도 하는데, 새벽 3-5시이다.


3) 식경(食頃) : 한 끼 식사를 마칠 수 있는 시간이다.


4) 둘째 동생 : 작자의 동생 김원근(金元根, 1786-1832)으로, 자(字)는 경미(景渼)이다. 막내 동생은 김좌근(金左根, 1797-1869)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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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윗글에서 효지산(孝地山) 이라 함은 경기도 여주군 흥천면 효지리를 가리킨다. 글 쓸 때 그곳은 작자의 부친인 김용순이 1823년에 운명하셔서 잠든 곳이고 또한, 生母이신 청양부부인 청송심씨께서 1828년 돌아가셔서 뭍 친 곳이다. 生父이신 김조순 별세(1832년) 이전으로 1830년 8월 14일 그곳을 찾으셨는데 아마도 추석 차례를 지내기 위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