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토지신께 제사를 올리는 글

추읍산 2011. 3. 21. 01:04


종로구 삼청로10길 13(삼청동 25 - 1, 삼청테니스장 아래 흰 건물 터) daum 지도 사진


현재는 국군 서울지구 병원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黃山 김유근[諱 逌根 1785(정조 9) - 1840(헌종 6)]의 집, 백련사가 있었던 곳이다. 아랫글(토지신께 올리는 글)은 황산께서 1810년경 이곳에 터전을 잡으시고 기초를 닦을 때의 토지신께 올린 기록으로 추리한다.



국군 서울지구병원 경내에 있는 백련사터 안내판


祭土神文

토지신께 제사를 올리는 글


김유근(金逌根 1785~1840)



巖巖三角    우뚝 솟은 삼각산은

國人所仰    나라 사람 누구나 우러러 봅니다

毓靈孕秀    신령함을 기르고 수려함을 품고 있어

元氣漭瀁    원기(元氣)가 사방으로 넘쳐 흐르고

 

雲蒸霞蔚    구름이 피어오르고 이내가 자욱하며

雨施雷鬯    비가 쏟아지고 우레가 칩니다

繡錯瓜分    수놓은 듯 알록달록 오이 나눈 듯 반듯반듯

根綿支曠    뿌리는 면면히 이어지고 산맥은 광활합니다

 

厚積薄發    두텁게 쌓고 조금씩 드러내어

利澤無量    이로움이 헤아릴 수 없으니

凡厥居民    거주하는 모든 백성들

咸受大貺    누구나 큰 선물을 받습니다

 

小子失路    저는 길을 잃어

靡所趨向    나아갈 방향을 몰랐는데

孰誘其衷    누가 제 마음을 헤아리고 도와주어

擇此地旺    이 좋은 지역을 점지해주었습니까

 

迺奠我居    이에 내 살 곳에 터를 닦고

鳩工命匠    일꾼을 모아 일을 시켰습니다

棟宇奐輪    집의 규모는 장대하면서 아름답고

庭窓幽暢    뜰과 창은 그윽하면서 트였습니다

 

剔穢鋤荒    잡초를 베어내고 뽑아내니

罔有礙障   시원스레 장애물이 없어지고

溪山不改    산과 시내는 옛 모습 그대로 두니

卉木滋養    풀과 나무가 잘 자랍니다

 

蛇虎屛迹    뱀과 호랑이는 자취를 감추고

人畜無恙    사람과 가축은 아무 탈이 없습니다

凡今攸爲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은

匪神孰相    신이 아니면 누가 돕겠습니까

 

歸依有所    저에게는 의지할 곳이 있으니

威靈是仗    존엄한 신령만을 믿습니다

無菑無害    천재(天災)도 없고 인재(人災)도 없기를

子孫攸望    자손이 바라는 것이니

 

永垂庇佑    영원히 돕고 보호하사

終始勿讓    지금부터 영원히 재앙을 내리지 마십시오

夙願旣酬    저의 숙원(夙願)을 이루어 주셨으니

大惠詎忘    그 큰 은혜를 어찌 잊겠습니까

 

非敢玩愒    안일하지 않고 허송세월 안 한 것은

寔由草刱    이 집을 짓기 위해서였습니다

敬薦菲誠    작은 정성을 삼가 올리니

庶冀鑒諒    부디 굽어 살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