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효명세자와 김유근

예제(睿製)

추읍산 2011. 7. 1. 14:36

예제는 효명세자(翼宗)의 시집(詩集)이라고 한다. 우리는 효명 세자에 대하여 각별한 애정을 가진다. 오래 사셔서 왕위를 계승하셨다면 분명히 역사는 달리 전개됐을 것이고 긍정적으로 펼쳐졌을 것으로 생각하여 몹시 아쉽다. 또한, 예술적 감각도 탁월하셨는데 이는 큰 외삼촌인 김유근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별당선(別唐扇: 중국부채), 동선(東扇: 우리나라 부채), 선향(扇香: 부채용 향)등을 보내달라고 쓰여 있는 것으로 보아 이는 춤과 예술을 사랑한 기초로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른 봄날 궁중 버드나무 가지 위에 꾀고리 울음소리와 동작을 형상화한 춘앵전을 창작하셨고 이는 1828년 6월 1일에 어머니 순원왕후(순조 비)의 40세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창덕궁 연경당 진작례에서 돋보인다. 오늘날 그 모습이 재현되어 넓이 알려지게 되었고 깊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보기: [사진]창덕궁 연경당 진작례 모습(6.11)

 

그러나 문학적 소질은 알려진 바 없는데 다행히도 본인이 기증한 유물 중에는 효명세자가 큰 외삼촌인 김유근에게 보낸 편지가 8통이 포함되어 있었다. 편지를 보면, 그때마다 필요한 물목을 적어 보내달라는 진솔한 표현과 세자로서의 고뇌를 담고 있어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아니한 효명세자의 이면과 그때의 궁중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효명세자는 22세로 짧은 생을 마감하셨다. 그래서 알려진 내용은 3년여의 대리청정기간과 춘앵전 등 극히 일부분에 한한다. 그러므로 새로운 유묵의 발굴은 더욱 소중하다. 편지는 도록에 그 내용이 해제되어 세상에 알려졌고 이외 효명세자의 문학적 소질을 엿볼 수 있는 글 예제가 있다. 이는 효명세자의 시집(詩集)이고 소중한 자료가 될 터인데 해제되지 않아 갑갑하다. 속히 해제되고 깊이 있게 연구하여 춘앵전과 함께 효명세자의 면면을 살폈으면 한다. 도록 집필진은 예제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안동김씨 문정공파 기증유물 도록 p190에서

예제(睿製)


효명세자(孝明世子, 1809~1830)가 지은 시를 모아 엮은 책, 필사본. 편사(編寫)한 사람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관물헌사영(觀物軒四詠)> <도수연사경(陶遂椽四景)>, <상림십경(上林十景)>, <부용정사경(芙蓉亭四景)> 등 궁궐 내의 계절에 따른 경치의 변화를 노래한 시, <경차 숙종대왕어제 소상팔경운(敬次 肅宗大王御製 瀟湘八景韻)>, <경차 태조대왕 백운봉운(敬次 太祖大王 白雲峰韻)> 등 선대왕의 시에 차운 시, <증 우빈객 김리양(贈 右賓客 金履陽)>과 같은 증시(贈詩) 등등 총 25제(題) 90수(首)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