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황산과 그 문우들

[스크랩] 황산(黃山) 김유근(金逌根)

추읍산 2012. 6. 24. 18:53

김유근(金逌根)은 1785년(정조 9)∼1840년(헌종 6). 조선 후기의 문신. 본관은 안동(安東). 자는 경선(景先), 호는 황산(黃山). 영안부원군(永安府院君) 김조순(金祖淳)의 아들로 1810년(순조 10) 식년문과에 부사과(副司果)로서 응시하여 급제한 뒤 곧 홍문록회권(弘文錄會圈)에서 5점을 얻고 사서를 거쳐 검상이 되었다.

 

1817년에는 이조참의가 되고, 2년 뒤에는 성균관대사성을 역임한 뒤 곧 홍문관부제학이 되었다.

1822년 이조참판에 오르고, 3년 뒤에는 대사헌이 되었으며, 1827년 평안도관찰사로 부임하는 도중 면회를 거절당한 전직관리에 의해 일행이 살상되는 흉변을 당하여 부임하지 않고, 돌아와서는 병조판서에 올랐으며, 곧이어 이조판서로 자리를 바꾸었다.

 

아버지가 사망한 뒤 군사의 실권을 잡아 판돈령부사에 올랐으나, 중풍에 걸려 4년간 말을 못하는 고통을 받다가 죽었다. 시와 서화에 모두 능했으며, 특히 갈필(渴筆)을 사용하여 지극히 간일(簡逸)하고 문기(文氣)넘치는 남종문인화(南宗文人畵)를 잘 그렸으며, 유작으로 개인 소장의 〈오주고목도 五株枯木圖〉와 〈괴석도 怪石圖〉,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연산도 硏山圖〉 등이 있다.

 

竹(대)/ 김유근

 

幾年勞種竹 蒼鬱己成林
기년노종죽 창울기성림
密葉籠烟重 叢條帶雨深
밀엽농연중 총조대우심

 

招凉由稟氣 絶俗自其心
초량유품기 절속자기심
却愛池塘月 扶疎不作陰
각애지당월 부소부작음

 

몇 해 동안을 대를 심느라 애를 썼고
울창하여 이미 대 숲을 이루었구나
빽빽한 대 잎들은 무거운 연기 속에 어렸고
무더기 가지들엔 짙은 비 머금고 있네

 

기품이 있어 서늘함 불러오고
속세와 인연 끊음은 본성이리라.
연못 속에 비친 달도 하 좋아라.
촘촘히 늘어서 있어도 그늘이 없구나.

 

 

 

 

‘묵소거사(黙笑居士)’는 침묵을 지켜야 할 때에는 침묵을 지키고 웃어야 할 때에 웃는다는 뜻으로 황산(黃山) 김유근(1785~1840)의 호이다. 김유근이 이 호에 대한 글을 짓고 김정희가 해서체(楷書體)로 글씨로 쓴 것이 바로 [묵소거사자찬(黙笑居士自讚)]이다. 

 

當黙而黙, 近乎時, 當笑而笑, 近乎中. 周旋可否之間, 屈伸消長之際. 動而不悖於天理, 靜而不拂乎人情.

笑之義, 大矣哉. 不言而喩, 何傷乎黙. 得中而發, 何患乎笑. 勉之哉. 吾惟自況, 而知其免夫矣. 黙笑居士自讚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한다면 시중(時中: 그 때의 사정에 따라 적절하게 처신하는 일)에 가깝고,
웃어야 할 때 웃는다면 중용(中庸: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똑바름)에 가깝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가 온다거나, 세상에서 벼슬하거나 아니면 은거를 결심할 시기가 온다.
이러한 경우 행동할 때는 천리(天理)를 위반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는 인정(人情)을 거스르지 않는다.
침묵할 때 침묵을 지키고,
웃을 때 웃는다는 의미는 대단하다.
말을 하지 않더라도 나의 뜻을 알릴 수 있으니
침묵을 한들 무슨 상관이 있으랴!
중용의 도를 터득하여 감정을 발산하는데 웃는다 한들 무슨 걱정이 되랴!
힘쓸지어다. 나 자신의 상황을 생각한다면 화는 면할 수 있음을 알겠다.
묵소거사가 자신을 찬한다.

출처 : 달빛과 바위
글쓴이 : 월암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