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그리움은 강물처럼

나무꾼과 추읍산

추읍산 2013. 2. 27. 12:36

 

 

내가 살던 고향은 추읍산 아래, 향곡

철 따라 그림 달라 아름다웠지

웅장 미려하고 우뚝한 추읍산

산과 자락은 향곡과 주위를 감쌌어요

 

어머니 같은 산, 주위를 품었지

땔감으로 추위를 녹였고

산나물과 열매로 허기를 달랬지

사시사철 곁에 있어 우러러보았어요

 

겨울에는 땔감 본거지로 자리 잡아

지게 메고 줄 서 오르내리던 모습들

그때는 난방을 산에 의존하여

농한기라지만 쉴 틈이 없었어요

 

야산은 민등산으로 빤빤했고

낫질, 갈퀴질로 흙먼지만 일었네

그나마 주인이 따로 있으니

추읍산에 오를 수밖에 없었지

 

옛날로 돌아가 개군중학교 시절

어느 날인가? 아버지 따랐는데

꾼과는 달라, 서툴고 힘들었어요

가지 치고 짤라 까치둥지 만들었어요

 

헉헉대며 비탈길 오르고 내려오는데

중간마다 쉼터, 잠시 내려놓아요

웃스느터 우물가 한 모금 목 추기고

쉬어가는 곳, 영릉(英陵)의 전설이 전하네요

 

각자 집으로 나무꾼의 긴 행렬

1960년대 그때가 추억에 더 남아

지게 짐 내려놓을 때 스피커 소리

김삿갓 북한 방랑기가 집집이 울렸지

 

점심 들고 또, 올라 쉴 틈이 어디 있나

굴뚝에선 연기가 모락모락

산림간수 무서워 떨고 왜들 단속하는가

대안 없는 탁상행정! 여기에도 있었다네

 

땔감 의지하지 않은지 상당한 세월 흘러

어디를 가나 울창하고 헤치기 어렵네요

연탄에서 기름 보일러로 집집이 자리 잡아

 먼 옛날 호랑이 담배 피우던 얘기 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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