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그리움은 강물처럼

산수유

추읍산 2013. 3. 3. 09:32

나의 고향은 추읍산 아래 향곡인데 이른 봄 마을은 산수유꽃 노랗게 물들었습니다. 제일 먼저 피어올라 삼월 말이면 꽃망울 터트렸어요. 그다음이 개나리꽃 피어오르고 산에는 진달래꽃 울긋불긋했지요. 지금은 고향 마을 이웃에선 산수유 꽃 축제라고 해서 매년 4월 초 두 곳에서 열린답니다. 여러 해 전 등산 겸 추읍산을 올랐습니다. 내려다보니 주읍리와 내리는 노랑 물결 일렁거려 장관이었습니다. 중간에 낀 우리 마을(향리)까지 개발권으로 한창 살기 좋은 마을로 급속히 탈바꿈 중입니다. 오늘은 나 어렸을 적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그때를 떠올려보려 해요.

 

가을과 봄 산수유나무 둘레를 파고 인분을 퍼부어 덮어요. 거름주기이지요. 꽃 피는 봄 지나 파란 어린 열매 주렁주렁 달리니 이번에는 각종 병해충이 덤벼들지요. 파라티온이라고 맹독성 농약이 있어 분무기 통 걸러 매고 고압 분사구를 끼워 뿌렸어요. 가을 노랗게 익어가고 농사일이 끝나고 11월 중순경 산수유 열매 따기에 나섰습니다. 처음에는 바구니 나무 위 걸어놓고 일일이 땄지요. 1950년대이지요. 시간도 엄청나게 많이 걸리고 포장 나오기 전이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때인가? 나이론 포장이 나왔어요.

 

낙엽 지고 빨간 열매 주렁주렁 남았습니다. 타원형의 열매는 보리수(재래종)보다 약간 크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아래 포장 깔고 나뭇가지 만들어 나무 위를 올라가지요. 맨 위부터 두드리니 열매 아래로 떨어져 쌓이지요. 떨어진 열매 모아 자루에 담고 이웃으로 옮기고 이렇게 여러 날 계속하다 보면 산수유 따기 끝나지요. 선별하고 키질하여 멍석 깔고 마당에 널고 또 며칠 가면 말랑말랑 해 집니다. 열매속에는 딱딱한 씨 들어있어 분리해야 해요. 열매를 상위에 올려놓고 이로 까 씨를 분리했어요. 마을 아이들 모여들고 한 사발 쏟아놓으면 그 양이 상위 가득해요. 한 사발 까는데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200원이나 됐을까? 지금 꼬맹이들 2,000원 주어도 안 깔 거여요. 씨를 빼낸 산수유는 햇빛 잘 드는 마당에 멍석 깔고 말렸는데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는 산수유에 매달리는 날이 많았습니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멀리 타향에서 사들이기도 하는데 겨울은 농한기가 아닌 낮에는 땔감으로 추읍산에 올랐고 밤이면 등잔불 아래 산수유 까기에 나섰지요. 겨울 방학이면 산수유 까기에 매달리는 날이 많아 그게 수입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니 어쩔 수 없잖아요. 세월이 가고 산수유 까는 기계도 나왔지만, 지금은 더 편하게 살기를 위함인지 쳐다보지도 않아요. 이제는 관광상품으로 자리하였고 봄의 전령사 산수유 꽃, 노랑 물결 치는 추읍산 아래 마을은 인파로 넘쳐나고 농촌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답니다. 우리 4월 초 양평 추읍산 아래 산수유꽃 축제 현장으로 여행을 떠남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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