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선현들의 발자취

부용상사곡(芙蓉相思曲

추읍산 2016. 4. 18. 09:46

초월한 사랑이야기

 

운초(雲楚) 김부용(金芙蓉)의 보탑시(寶塔詩)

 

 

路遠

 信遲

念在彼

身留玆

紗巾有淚

雁書無期

香閣鍾鳴夜

鍊亭月上時

依孤枕驚殘夢

望歸雲遠離

日待佳期愁屈指

晨開情札泣支

容貌憔悴把鏡下淚

歌聲鳴咽對人含悲

銀刀斷弱腸非難事

珠履送遠眸更多疑

朝遠望暮遠望郎何無信

昨不來今不來妾獨見欺

浿江成平陸後鞭馬過否

長林變大海初乘船欲渡之

見時少別時多世情無人可測

好緣短惡緣長天意有誰能知

一片香雲楚臺夜神女之夢在某

數聲良甥柰樓月弄玉之情屬誰

欲忘難忘强登浮碧樓可惜紅顔老

不思自思乍倚牡丹峯每歎綠髮衰

獨宿空房下淚如雨三生佳約寧有變

孤處香閨頭雖欲雪百年貞心自不移

罷春夢開竹窓迎花柳少年總是無情客

推玉枕攬香衣送歌舞者莫非可憎兒

千里待人難待人難甚矣君子薄情豈如是

三時出門望出門望悲哉賤妾苦懷果何其

惟願寬仁大丈夫決意渡江舊緣燭下欣相對

勿使軟弱兒女子含淚歸泉哀魂月中泣相隨

 

이별하옵니다

그립습니다

길은 멀고

서신은 더디옵니다

생각은 님께 있으나

몸은 이 곳에 머뭅니다

비단 수건은 눈물에 젖었건만

가까이 모실 날은 기약이 없습니다

향각서 종소리 들려 오는 이 밤 

연광정에서 달이 떠오르는 이 때

쓸쓸한 베게에 의지했다가 잔몽에 놀라 깨어

돌아오는 구름을 바라보니 멀리 떨어져 있음이 슬픔니다

만날 날 수심으로 날마다  손꼽아 기다리며

새벽이면 정다운 글월 펴 들고 턱을 괴고 우옵니다

용모는 초췌해져 거울을 대하니 눈물 뿐이고 

목소리도 흐느끼니 사람 기다리기가 이다지도 슬픔니다

은장도로 장을 끊어 죽는 일은 어렵지 않으나

비단신 끌며 먼 하늘 바라보니 의심도 많습니다

어제도 안 오시고 오늘도 안 오시니 낭군님께서 어찌 그리 신의가 없습니까

아침에도 멀리 바라보고 저녘에도 멀리 바라 보니 첩만 홀로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대동강이 평지가 된 뒤에나 말을 몰고 오시려 합니까

장림이 바다로 변한 뒤 노를 저어 배를 타고 오렵니까

이별은 많고 만남은 적으니 세상사를 누가 알 수 있으며

악연은 길고 호연은 짧으니 하늘의 뜻을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운우무산에 행적이 끊기었으니 선녀의 꿈을 어느 여자와 즐기시나요

월하봉대에 피리 소리 끊기었으니 농옥의 정을 어떤 여자와 나누고 계십니까

잊고자해도 잊기가 어려워 억지로 부벽루에 오르니 홍안만 늙어가고

생각치 말자해도 절로 생각나 몸을 모란봉에 의지하니 슬프도다 검은 머리 자꾸 쇠해가고

홀로 빈 방에 누우니 눈물이 비오 듯하나 삼생의 가약이야 어찌 변할 수 있으며

혼자 잠자리에 누었으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된들 백년 정심이야 어찌 바꿀 수 있으랴

낮잠을 깨어 창을 열고 화류소년을 맞아들여 즐기기도 했으나 모두 정 없는 나그네 뿐이고

베게를 밀고 향내 나는 옷으로 춤을 춰 보았으나 모두가 가증한 사내 뿐 입니다.

천리에 사람 기다리기 이토록 어려우니 군자의 박정은 어찌 이다지도 심하십니까

삼시에 문을 나가 멀리 바라보니 애처로운 천첩의 심정은 과연어떠하겠습니까

오직 바라건데 관인하신 대장부께서 강을 건너오셔서 구연의 촛불 아래 흔연히 대해 주시고 

연약한 아녀자가 슬픔을 머금고 황천객이 되어 외로운 혼이 달 가운데서 길이 울지 않게 해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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