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고교 2학년 겨울방학이 시작했을 때일 것이다. 청량리역에서 오후 6시 출발이다, 차표를 사려고 길게 늘어선 행렬 그때는 그랬다. 개찰이라는 절차를 밟아 오르고 긴 쪽나무 의자에 앉아 칙폭 칙칙폭폭 ~ 동화 속 그림같이 잘도 달렸다(단선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길 아직 현대화 전이다). 사촌이 따로 있나, 마주하고 이야기꽃피우기 두 시간, 원덕역에서 내렸다.
쏟아지는 눈, 밤하늘을 덮어
온몸으로 맞으며 따라
얼음깔린 앞 개울을 조심조심 건넜다
산마루 구비구비 넘던 길아
뽀드득 뽀드득 발자국을 남기며
어둠 속 눈길을 걸었다
덕고개를 넘고 오솔길
우산도 없이 파고드는데
가만가만 새상골을 끼고
추읍산 길로 접어들었네
개나리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잠시 눈에 홀렸나 봐
오랜만에 찾은 향곡
호롱불 은은한데
또 닥, 또 닥, 또 그 록 딱딱
다듬이 소리 가득 합니다
반갑게 맞이하는 어머니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화롯불 마주하니 더 맛있었어요
펑펑 하늘위에서 쏟아지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옛이야기 들으며
포근포근 꿈속길입니다
필름처럼 스쳐
고개를 들어 우러르니
어머님의 말씀 들려옵니다
어머니, 우리 어머니
나아갈 길 비추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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