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지난 지 보름, 정월도 중순을 넘었구나.
살같이 빠른 세월 붙잡을 수 없단다
겨울의 한복판인데 앞 한강물은 아직이다.
미세먼지 가득, 일찍이 이런 때는 없었지.
이틀 전부터 가리더니 오늘은 맑다.
현대화가 가져온 반대급부라면 슬프다.
일찍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나 홀로 앉아 적막한 공간
떠오르는 지난시절의 어머님
높고 넓고 깊어 하늘을 바라보라 하셨지.
말씀 속 조상님 이야기 쟁쟁하고
찾아보니 차고 넘치네.
60년을 넘어 300년이 아니던가?
천년 사직도 남가일몽이었고
일장춘몽 이를 두고 이름이지
오늘에 되살릴 수 없고
역사의 수레바퀴는 돌고 돕니다
필름처럼 스치는 지나온 길
어린 시절 아득합니다.
또래 하나, 둘씩 모여들었지.
약방의 감초 한 움큼씩 걸음아 날 살려라,
잘못인 줄은 깨닫기는 했는가봐.
얼마나 맛있었던지 6살쯤 일 것입니다.
1950년 일곱 살, 포성이 울렸지
탱크 굉음소리 어디로 향하는가?
부모님 따라가는 피난길이었어요
피로 얼룩진 반도 나라
일찍이 이런 때는 없었어요
죽이고 죽고 왜 그래야만 하는가?
쌓은 죄 심판이 따르리니
정의가 살아 있음입니다
피로 얼룩진 산하
세월이 약이라고 했던가
하늘은 알고 계시지
正義를 파괴하는 자 용서치 않으리니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습니다.
어린 시절 가물가물하고
총성은 멈추지 않았는데 공부는 계속됐지
그곳은 제2 선영 여주 효지리입니다.
저수지 끼는 등하교 길
참새가 전깃줄에 앉아 짹짹짹
국어공부시간이었습니다
사이렌 소리에 뛰었고
유해 행렬 숙여 숙연했습니다
전쟁 속에서도 어린이니
뛰어놀던 그때가 아른거립니다
설렘 일어 오는 봄, 가을 소풍
세종대왕릉, 남한강변 떠오르네
계전리 묘막은 불탔고
그 속 황산 할아버지 벼루도 있었어
산산이 조각나고 발해
이나마도 보이 지를 않네
벼루에 새긴 글씨 秋史라니
연습한 종이가 寶物이라니 놀랍네
그때 부원군 댁 유물 함께
향리에서 계전리에서
연기 속으로 사라졌지
외가는 피난 중 피습되어
방공호 속 온 가족 운명하시니
어머님 목 노아 머리 푸시고
그 울음 하늘에 사무치셨지
살아남은 두 분 외삼촌과 큰 형님
폭격을 피해 논 쪽으로 뛰었습니다
세월이 약이던가?
그때는 본향으로 복귀한 후였어
전쟁은 끝나고 가난은 계속됐지
기울어진 가세는 분배까지 더해
어머님의 재봉틀 소리는
생명줄 생명줄이었다오
할 줄 모르는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었고
등잔불에서 남포 불로
됫박 석유 증종병에 담아 왔지
그을린 호야 닦아 어둠을 밝혔지
뛰어놀던 놀이 수없이 많아
가난할 때라지만
치기 차기 앞에 붙여
딱지, 자치, 제기, 다마, 깡통, 팽이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한여름, 풍덩 뛰어들었고
눈이 펄펄 날리고 얼어붙으면
썰매, 스케이트 신났다오
시대가 놀이를 낳는가?
차원이 다른 세대
대신 컴퓨터가 자리 잡았네
손 안에서는 첨단을 달리고
세계를 리드하려는가?
사통팔달 막힘이 없구나
욕망은 끝없어 예측할 수 없네
그늘진 곳 없는 고루고루 비추어 다오
하늘은 높고 푸르고 푸르구나
솟은 해 온 누리를 비추고
오늘에 나 있음에 감사한다오
우리 손에 손잡고 모아
정의 위에 기초한 우리나라
반석위에 터 닦아 잘 짓고 잘짓세
평화 평화로다 하늘 위에서 네려오네
그 사랑의 물결이 영원토록 흐르소서
'남기고 싶은 글 > 그리움은 강물처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에 홀리고 (0) | 2019.01.19 |
---|---|
어디 쉴 틈이 있었나요? (0) | 2019.01.17 |
석류 (0) | 2018.12.02 |
새색시 얼굴 인가 봐 (0) | 2018.11.06 |
고향의 봄 (0) | 2018.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