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진경문화와 북학파

석실서원 강규

추읍산 2020. 4. 1. 14:40
한국고전종합DB

미호집 제14권 / 잡저(雜著)  


석실서원 강규〔石室書院講規〕      


1. 강(講)하는 일은 원장(院長) - 공ㆍ경ㆍ대부 가운데 현덕(賢德)이 있고 선비들의 신망(信望)을 받는 자가 한다. - 이외에 또 따로 강장(講長)을 세워 함께 주관한다. - 또한 경술(經術)과 행의(行義)가 있어 사람들에게 추앙받는 자가 하며, 거처의 원근(遠近)이나 지위의 고하(高下)에 구애하지 말라. 단 전적으로 강학(講學)만 주관하고 나머지는 관여하지 않는다. -

1. 강안(講案)은 회중(會中) 사람들이 상의하여 기록해 작성한다. 뒤늦게 참여하고 싶은 자가 있다면 추가로 기입하도록 허락하고, 먼 고장 사람이든 주변 고을 사람이든 모두 구애하지 말라.

1. 강(講)할 책은 반드시 《소학(小學)》을 먼저하고, 다음은 《대학(大學)》, - 《혹문(或問)》을 겸한다. - 다음은 《논어(論語)》, 다음은 《맹자(孟子)》, 다음은 《중용(中庸)》, 다음은 《심경(心經)》과 《근사록(近思錄)》으로 하고, 그런 뒤에 제반 경전(經傳)에 미치며, 한 바퀴 돌고 나서 다시 시작한다.

1. 매달 강회(講會)는 16일로 정한다. 만일 연고가 있어 날짜를 연기할 경우는 원임(院任)이 강회일 이전에 통문을 돌려 응강(應講)할 사람들에게 통지한다.

1. 강(講)을 할 때마다 인원수로 장수(章數)를 분배하고 나서 순서대로 찌〔栍〕를 만들어서 - ‘첫 번째〔第一〕’, ‘두 번째〔第二〕’와 같은 식이다. - 뽑은 것에 따라 나이순으로 응강하도록 한다. - 혹 장수가 적어 사람이 남으면 사람마다 다 읽을 필요 없이 장이 끝나면 그만둔다. -

1. 30세 이상은 임강(臨講)을 하고, 30세 이하는 배강(背講)을 하며, 배강을 하는 자도 주(註)는 임강을 한다. 아이들은 또한 그 우열을 고과(考課)하여 논하고 - 통(通)ㆍ약(略)ㆍ조(粗)ㆍ불(不)과 같은 따위이다. - 연로하여 응강하지 않는 자들도 동석하여 청강(聽講)은 할 수 있다. - 청강도 그냥 듣기만 하는 것은 아니고, 반드시 문답하고 토론하는 내실(內實)이 있어야 바야흐로 청강이란 칭호에 걸맞게 되니, 자리에서 침묵하고 있으면 안 된다. - 먼 고장 사람이 마침 강회에 와서 동석하여 청강하기를 원하는 경우엔 허락한다. - 노소(老少)에 구애하지 않는다. - 응강해야 하는 자라 하더라도 만약 막 도착하여 미처 암송하고 익히지 못했다면 그 경우에도 일단 동석하여 청강하는 것은 허락한다.

1. 혹 연고가 있어 참석하지 못할 경우에는 다음 강할 때 반드시 전에 읽은 것을 이어 읽어 권(卷)을 마친 뒤에 비로소 다음 권을 읽어야지 건너뛰어 순서를 어지럽혀선 안 된다.

1. 추가로 강안에 등록된 자는 강하는 책을 또한 각기 원래 순서에 따라야 한다. 단 송독(誦讀)할 때 전편을 다 할 필요는 없고 편중에서 몇 장을 뽑아 시험한다.

1. 정한 편(篇)과 장(章)은 반드시 많지도 적지도 않게 적절히 해야 하되, 단 해가 짧으면 조금 적게 한다. 강이 다 끝나면 곧바로 서로 반복하여 토론해서 힘써 의미를 궁구한 뒤에 그친다.

1. 강한 뒤에는 또 직월(直月)로 하여금 〈백록동규(白鹿洞規)〉〈학교모범(學校模範)〉 등의 편을 읽도록 하되, 〈학교모범〉은 세 단락으로 나누어 - 편수(篇首)부터 ‘존심(存心)’까지가 한 단락이고, ‘사친(事親)’부터 ‘응거(應擧)’까지가 한 단락이고, ‘수의(守義)’부터 편말(篇末)까지가 한 단락이다. - 강회 때마다 순서대로 읽는다. - 서원에 제향이 있는 달에는 또 반드시 묘정비문(廟庭碑文)을 읽어서 존모(尊慕)하고 분발하는 뜻을 일으킨다. - 또 남는 시간이 있으면 비록 그날 강한 부분이 아니더라도 의심나는 대로 질의하도록 허락하되, 단 이단(異端) 잡서(雜書)에 대해서는 허락하지 말라.

1. 제생(諸生) 가운데 문장에 능하고 기술(記述)을 잘 하는 자 한 사람을 직월로 삼되 달마다 교체한다. 매번의 강회에서 원장과 강장(講長)이 모두 참석하지 않아 제생들끼리 서로 문답하되 중대한 의리에 관련되는 문제가 있으면 직월로 하여금 기록하여 한 통을 작성해서 원장과 강장에게 보내 질의하도록 하고, 답해준 내용은 아울러 서원에 보관해둔다.

1. 연고가 있어 강회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에는 그달에 강독한 편(篇) 가운데 의심나는 뜻을 기록하여 원장과 강장에게 올린다. - 또한 답을 해주면 그 사람에게 보이고 난 뒤 서원에 보관한다. - 비록 강회에 참석한 자라 하더라도 먼저 의심나는 문목을 마련했다가 강회가 끝나거든 회중에게 질의하도록 허락한다.

1. 강안에 등록된 자가 혹 강회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에는 단자(單子)를 올린다. - 만약 2, 30리 밖에 있어 형편상 사람을 보내 단자를 올리기 어려운 경우에는 하지 않는다. - 모두가 부득이하다는 것을 다 알고 있는 경우가 아닌데도 핑계 대며 참석하지 않으면 회중이 면대하여 경고하고, 재차 참석하지 않으면 좌석에서 내친다. - 고치겠다고 한 뒤에 여럿이 꾸짖고 돌아오게 한다. - 만약 강학(講學)에 뜻이 없어 전혀 강회에 나오지 않는 자라면 강안에서 빼버린다.

1. 강회 때마다 강회에 참석한 사람의 성명을 죽 기록하여 하나는 서원에 비치하고 하나는 원장과 강장에게 보낸다. - 원장과 강장이 만약 강회에 참석할 경우엔 그냥 둔다. -
강의를 첨부함〔講儀附〕
강회(講會)하는 날에는 미리 한 사람을 집례(執禮)로 정하면 - 당(堂)에 올라가면 자리는 직월(直月)의 아래이다. - 강의(講儀)를 가지고 돕는다. 이른 아침에 재임(齋任) - 장의(掌議)ㆍ유사(有司)ㆍ색장(色掌)ㆍ직월이 모두 해당된다. - 이 재복(齋僕)을 시켜 먼저 강당에 자리를 펴고 북쪽 벽 아래에 서안(書案) 하나를 설치하고, 그 위에는 강독해야 할 책을, 서안 왼편에는 찌통〔栍筒〕을 두도록 한다. 원장(院長) 이하 제생(諸生) - 제생은 곧 재임과 응강할 자와 청강할 자의 통칭이다. - 에 이르기까지 모두 서원에 당도하면, 원장과 강장은 우선 먼저 강당 동쪽 협실(夾室)로 들어가고 제생은 동재(東齋)와 서재(書齋)로 들어갔다가, 다 모이면 재복이 동쪽 협실 및 동재와 서재에 두루 알린다.

원장과 강장이 제생을 거느리고 사당에 배알하되, 원장이 앞줄이고 강장이 그 다음이며, - 강장이 원장과 동등한 달존(達尊)일 경우에는 그 위치는 원장의 오른쪽이며, 강당에서도 그 서쪽편에 동향(同向)으로 자리하며, 오르내리거나 절하고 읍하는 것도 똑같이 원장에 준한다. - 제생은 그 다음 줄에 나이순으로 서서 재배(再拜)한 뒤에 물러난다. - 제생 중에 혹 이미 서원에 머무르면서 앞서 새벽에 참알을 했던 자는 하지 않는다. -

원장과 강장이 나가 강당에 이르면 차례로 동쪽 계단으로 먼저 올라가고 제생은 서쪽 계단으로 올라간다. - 만약 서원의 유생이 아니지만 청강을 위해 이른 자가 있으면, 원장은 그와 대등하게 예를 행하되 양쪽 계단에서 읍하고 사양한다. 원장이 연고가 있어 강장이 혼자 주관하면 서원의 유생이라 할지라도 실로 응강할 대열에 있지 않은 자는 그와 대등한 예로 읍하고 올라가며, 여러 재임 역시 강장을 따라 동쪽 계단을 이용한다. -

원장은 북쪽 벽 아래로 나아가 중앙에서 남향하여 서고 - 곧 서안(書案)의 북쪽이다. - 강장은 서쪽 벽 아래로 나아가 동향하여 서고 - 원장이 없으면 강장이 북벽의 자리를 차지한다. - 제생은 모두 남쪽으로 가서 북향하여 서되 서쪽을 상위(上位)로 한다. 강장이 먼저 원장과 서로 읍(揖)을 하고 나서 제생이 원장에게 재배(再拜)를 하면 원장이 답례로 읍을 한다. 그 중 응강할 자가 또 서향하여 강장에게 재배를 하면 강장이 답례로 일배(一拜)를 한다. - 만일 원장과 대등한 예를 행해야 할 자가 있으면 북향하여 서로 읍을 하고, 강장과 대등한 예를 행해야 할 자라면 마찬가지로 서향하여 서로 읍을 하며, 재임 가운데 응강하지 않을 자도 강장에 대해서는 그 예가 마찬가지이다. 이는 의당 제생과 응강할 자들이 예를 행하기 전에 해야 한다. ○강장이 만약 북쪽 벽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게 되면 재임 가운데 응강하지 않을 자는 동쪽 벽 아래로 나아가 서향하여 서고, 기타 청강자는 서쪽 벽 아래 나아가 동향하여 서되, 모두 북쪽을 상위로 하고서 강장과 위의 의식대로 예를 행한다. - 제생이 또 동서로 나누어서 - 연장자가 서쪽에 있고 연소자는 동쪽에 있되 모두 북쪽을 상위로 한다. - 자기들끼리 서로 읍을 하고 나면, 원장과 강장이 모두 자리에 앉고, 여러 재임은 동쪽 벽 아래 앉아 서향하되 북쪽을 상위로 한다. - 강장과 정면으로 마주앉지 말고 약간 남쪽으로 가까이 앉는다. - 청강하는 자는 서쪽 벽 아래에 앉아 동향하되 북쪽을 상위로 하고 - 여러 재임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 응강하는 자는 남쪽에서 한 줄로 앉되 서쪽을 상위로 하며, 장소가 좁으면 두 줄로 앉고, 더 좁으면 연장자는 청강하는 자의 아래쪽에 앉되 북쪽을 상위로 하고 청강자와 붙어서 연속으로 앉지 않으며, 연소자는 여러 재임의 아래쪽에 앉되 북쪽을 상위로 하고, 마찬가지로 재임과 붙어서 연속으로 앉지 않는다. 그 다음은 남쪽에 앉되 줄은 모두 두 줄로 앉는다. - 만약 원장과 강장이 모두 강에 임할 수 없는 경우에는 여러 재임은 동쪽 계단으로 올라오고 그 나머지 제생은 서쪽 계단을 통해 서로 읍하면서 올라와 그 북쪽 벽은 비워두고 그 아래 서안을 놓고서 우선 연장자 한 사람이 강하는 내용을 살펴본다. -

재복으로 하여금 종이와 붓을 가지고 제생 앞에 나아가 도기(到記)를 받아 - 이것도 나이순으로 한다. - 직월 앞에 펼쳐 놓도록 한다.

직월이 서안 앞에 나아가 읍하고 찌통의 왼편에 앉아 찌를 하나 뽑아 강독해야 할 자에게 보여준다.

강독해야 할 자는 서안 앞에 나아가 읍하고 앉아 강독하는 책을 읽는다. - 배강과 임강은 의당 나이를 보아 강규(講規)에 의거하여 한다. - 읽기를 마치고는 일어나 읍하고 자리로 돌아간다. - 매 순번마다 다 그렇게 한다. -

찌를 다 쓰면 직월이 본래 자리에 찌통을 두고 다시 서안 앞에 나아가 읍하고는 자리로 돌아간다.

마침내 의심스런 뜻을 서로 문답하되 각자 소견을 다 발표하고 그친다.

직월이 다시 서안 앞에 나아가 읍하고 앉아 〈백록동규〉나 〈학교모범〉 등의 편을 소리 높여 읽는다. - 서원의 제향이 있는 달에는 또 반드시 묘정비문을 읽는다. - 끝낸 뒤 일어나 읍하고 자리로 돌아가면 비로소 파한다.

강장과 원장이 서로 읍을 하고, 제생이 원장에게 재배하면 원장이 답으로 읍을 한다. 응강한 자들이 또 서향을 하여 강장에게 재배하면, 강장은 답으로 일배(一拜)를 한다. - 원장ㆍ강장과 대등한 예를 행하는 자는 처음처럼 서로 읍을 한다. 이 또한 재생과 응강한 자들이 예를 행하기 전에 해야 한다. ○강장이 홀로 주관할 경우엔 제생과 절하고 읍하는 위치와 차례 역시 모두 처음과 같다. -

원장과 강장이 차례로 동쪽 계단으로 내려가면 제생도 서쪽 계단으로 내려가 - 강장이 홀로 주관한 경우에는 여러 재임도 처음 올라갈 때와 마찬가지로 동쪽 계단을 이용한다. - 각각 물러난다.

재복이 이에 자리와 서안을 철거한다.

원장과 강장이 만일 강에 임할 수 없는 경우에는 직월이 회안(會案)을 작성하여 재복을 시켜 갖다드리게 한다. - 또 제생의 문목(問目)이 있으면, 이것도 첨부하여 갖다드린다. -
[주-D001] 석실서원(石室書院) : 
경기도 미금시 수석동(水石洞) 석실마을에 있었던 서원으로, 1656년(효종7)에 지방 유림의 공의로 김상용(金尙容)과 김상헌(金尙憲)의 충절과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사우(祠宇)를 창건하여 위패를 모셨다. 1663년(현종4)에 ‘석실’이라고 사액되어 서원으로 승격되었다. 그 뒤 1697년(숙종23)에 김수항(金壽恒)ㆍ민정중(閔鼎重)ㆍ이단상(李端相)을, 1710년(숙종36)에 김창협(金昌協)을 추가 배향하여 선현 배향과 지방교육의 일익을 담당해 왔다.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1868년(고종5)에 훼철되어 위패는 묻고 서원터는 폐허화되었다.
[주-D002] 강안(講案) : 
강회 참석자 명단을 말한다.
[주-D003] 직월(直月) : 
일종의 그 달의 당번에 해당된다.
[주-D004] 백록동규(白鹿洞規) : 
주희(朱熹)가 만든 백록동서원의 규약으로, 그 내용은 첫째는 부자유친 등 오륜의 조목, 둘째는 널리 배운다는 ‘박학지(博學之)’ 등 학문하는 순서, 셋째는 말을 충직하고 진실되게 하라는 ‘언충신(言忠信)’ 등 수신(修身)의 요결, 넷째는 의리를 지키고 이익을 꾀하지 말라는 ‘정기의 불모기리(正其義 不謀其利)’ 등 사무 처리의 요결, 다섯째는 자신이 원치 않는 것을 남에게 베풀지 말라는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등 대인 관계의 요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朱子大全 卷74 雜著 白鹿洞書院揭示》
[주-D005] 학교모범(學校模範) : 
선조(宣祖)가 경연에서 선비의 습관이 야박해지고 스승의 도(道)가 없어져 가는 폐단을 언급하면서 스승을 가려 뽑고 선비를 양성하는 법규를 만들도록 명하여, 이이(李珥)가 〈학교규범(學校規範)〉을 만들고 나서 이어 학교 법령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국역 율곡전서》 제15권 〈잡저〉에 실려 있다. 모두 16조(條)로 되어 있다.
[주-D006] 단자(單子) : 
여기서는 일종의 사유서라 할 수 있다.
[주-D007] 달존(達尊) : 
누구나 높이는 대상을 말한다. 《맹자》 〈공손추 하(公孫丑下)〉에 “이 세상에 누구나 존귀하게 여기는 대상이 세 가지 있으니, 벼슬과 연치와 덕이 그것이다.〔天下有達尊三 爵一齒一德一〕”라고 하였다.
[주-D008] 도기(到記) : 
제생들의 출석 일수를 기록하는 장부로, 식당에 비치하여 아침과 저녁 두 끼를 1도(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