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은 글/진경문화와 북학파

석실서원 학규

추읍산 2020. 4. 1. 15:35
한국고전종합DB


미호집 제14권 / 잡저(雜著)

석실서원 학규〔石室書院學規〕             

1. 재(齋)에 들어가는 규정은, 장유(長幼)와 귀천(貴賤)을 막론하고 독서에 뜻을 두어 학문을 하는 자는 모두 들어갈 수 있다. 들어간 뒤에 만일 위의(威儀)를 닦지 않거나 언동(言動)을 삼가지 않고 심지어 혹 처신을 잘못하고 행실을 그르쳐 선비의 풍모에 누를 끼치고 욕을 보이는 자가 있으면, 재임(齋任)이나 제생(諸生)이 회의를 하여 그 경중에 따라 좌석에서 내쫓거나 서원에서 내쫓는다. 만일 과거에 패려한 행동을 한 사람이 들어오기를 원한다면 그로 하여금 먼저 과오를 고치고 행실을 신칙하도록 해서 그의 행위를 익히 살펴보아 그가 과실을 고쳤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한 뒤에 들어오도록 허락한다.

1. 당대에 지위와 덕망이 있어 선비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자를 추대하여 원장(院長)으로 삼고, 제생 가운데 식견이 있는 사람 한 명을 골라 장의(掌議)로 삼는다. 또 한 사람을 유사(有司)로 삼고, 또 한 사람을 색장(色掌)으로 삼아 - 경재임(京齋任)도 마찬가지이다. - 모두 2년이 되면 교체한다. 유사의 경우 서원에 일이 있으면 이 규정에 꼭 구애될 필요는 없다. 무릇 서원에서의 논의는 장의가 주관하되 중요한 사안은 반드시 원장에게 여쭈어 재결한다. 무릇 서원의 물품을 출납하거나 재직(齋直)이나 사환(使喚), 집기(什器)의 유무에 관한 것은 유사가 관장한다. 모든 물품은 다 장부에 기록하고, 교체할 때는 장부를 살펴 후임자에게 교부한다.

1.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재임은 제생을 거느리고 두건과 의복을 갖추고서 사당에 나아가 중문(中門)을 열고 분향(焚香)하고 - 재임이 부재중이면 재중(齋中)의 연장자가 한다. - 재배(再拜)한다. - 차례로 서는 것은 나이순으로 한다. - 비록 초하루나 보름이 아니더라도 제생 중에 만약 외부에서 새로 오거나 서원에서 하직하고 돌아가는 자가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묘정(廟庭)에서 재배한다.

1. 매일 새벽에 일어나 침구를 정리하여 포개두고, 연소자는 비를 가지고 방안을 소제하며, 재직으로 하여금 뜰을 쓸도록 하고, 모두 세수하고 머리 빗고 의관을 정제한다.

1. 이른 아침에 모두 두건과 의복을 갖추고 묘정에 나아가 중문은 열지 않은 채 재배만 하고, 외정(外庭)으로 나가 동서(東西)로 나뉘어 서서 서로 마주보고 읍례(揖禮)를 행하고는 각자 물러나 재실(齋室)로 나아간다.

1. 무릇 독서할 때는 반드시 용모를 가다듬고 똑바로 앉아 집중하여 뜻을 기울여 의미를 힘써 궁구해야지 서로 돌아보며 얘기해선 안 된다.

1. 무릇 식사할 때는 장유의 나이순으로 앉아 음식에 대해 편식하지 말고 항상 먹을 때 배부르기를 구하지 않는다는 마음을 지닌다.

1. 무릇 거처할 때는 반드시 편하고 좋은 자리는 연장자에게 양보해야지 먼저 차지해선 안 된다. 10살 이상의 연장자가 출입할 때면 연소자는 반드시 일어난다.

1. 무릇 궤안(几案), 서책, 붓, 벼루 등의 물건은 항상 일정한 곳에 두어야지 혹시라도 정돈하지 않고 어질러서는 안 된다. 담배, 타액, 콧물이나 낙서로 창이나 벽을 더럽혀서는 안 된다. - 또한 신을 신고 당에 올라서도 안 된다. -

1. 평상시 항상 관디(冠帶)를 정제해야지 평상복으로 편하게 지내서는 안 된다. - 또한 화려하고 사치스런 복식을 착용해서도 안 된다. - 마치 엄한 스승을 대한 것처럼 반드시 구용(九容)으로 몸가짐을 바로해서 시종일관 해이해지지 않도록 한다.

구용 ○발은 진중하게, 손은 공손하게, 입은 경솔하지 않게, 소리는 조용하게, 고개는 반듯하게, 기운은 엄숙하게, 서 있을 때는 덕스러운 기상이 드러나게, 안색은 장엄하게 하는 것이다.

1. 무릇 언어는 반드시 신중하게 하여 문자(文字)와 예법(禮法)이 아니면 말하지 말고, 부자(夫子)께서 괴이함ㆍ무력ㆍ패란ㆍ귀신에 대해 말씀하지 않았던 것을 본보기로 삼는다. 우선 범씨(范氏)의 7계(戒)를 명심하여 주목하도록 하라.

7계 ○첫째, 조정의 이해(利害), 변방의 소식, 관원의 임명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둘째, 주현(州縣) 관원의 장단점과 잘잘못을 말하지 않는다. 셋째, 여러 사람이 저지른 과실과 악행을 말하지 않는다. 넷째, 벼슬하여 관직에 나아간다든가 시세에 붙좇고 권세에 아부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다섯째, 재화의 많고 적음과 가난을 싫어하고 부를 추구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여섯째, 음탕하고 친압하고 희롱하고 불경함과 여색에 대한 평을 하지 않는다. 일곱째, 남에게 물건을 요구하거나 술과 음식을 찾는 말을 하지 않는다.

1. 성현(聖賢)의 글이나 성리설(性理說)이 아니면 서원에서 펼치고 읽지 말라. - 사서(史書)를 읽는 것은 허락한다. - 과거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다른 데서 익히도록 한다.

1. 무릇 작문(作文)은 반드시 모두 의리에 바탕을 두어야지 이단(異端)의 해괴한 설을 집어넣어선 안 된다. 글씨를 쓸 때에도 반드시 단정하게 또박또박 써야지 마음 내키는 대로 흘려 써서는 안 된다.

1. 붕우는 서로 간에 화목하고 공경하도록 노력하되 서로 잘못을 바로잡아 주고 서로 선(善)을 책려해야지, 귀하고 잘나고 부유하고 문견이 많다는 것을 믿고 동료에게 교만하게 굴어선 안 된다. 또 비난하거나 모욕을 주며 희롱해서도 안 된다.

1. 각자 자기 방에서 지내야지 분잡하게 찾아다녀선 안 된다. 혹 식후나 저녁에 찾아가는 일이 있더라도 조용히 강마(講磨)해야지 절대로 오래 앉아 한담을 나누어 실제 공부에 방해를 해서는 안 된다.

1. 매양 식사를 마치고 나서 혹 정원을 산책하더라도 모름지기 연장자 뒤로 천천히 걸어 정연하게 차서를 지켜야 한다.

1. 어두워지면 등불을 밝히고 글을 읽다가 밤이 깊으면 그제야 잠자리에 든다.

1. 새벽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하루 종일 반드시 일삼는 바를 두어 마음이 잠시도 해이해지지 않아야 한다. 독서를 하거나 정좌(靜坐)하여 마음을 보존하거나 의리를 강론하는 것이 학업이 아님이 없으니, 이런 것을 하지 않는다면 학자가 아니다.

1. 책은 서원 문 밖으로 가지고 나가선 안 되고, - 재(齋)에서 지낼 때 만일 책을 읽고 싶으면 표기(標記)에 성(姓)까지 갖추어 서명한 것을 담당자인 서재생(西齋生)에게 주고서 꺼내 가고, 다 보고 나면 즉시 담당자에게 주어 서주(書廚)에 도로 비치해 두면 비로소 떠난다. 그 표기에 기재한 책을 만약 잃어버렸다면 준 자와 받은 자에 대해 모두 처벌을 논의하고 환수한다. - 여색(女色)을 문에 들여선 안 되며, - 박혁(博奕) 등의 기구도 들일 수 없다. - 술을 빚어서는 안 되고, 형벌을 써서도 안 된다. - 제생이 사사로운 일로 태(笞)나 장(杖) 같은 유를 쓰는 것을 말한다. 만약 소속된 사람이 죄를 지어 서원에서 이들에 대한 처벌을 시행하는 경우는 이 조례에 해당되지 않는다. 단 수복(守僕)이나 고직(庫直) 같은 경우는 재임(齋任)이 아니면 마찬가지로 마음대로 처벌할 수 없다. -

1. 귀가(歸家)할 때면 삼가 서원에서 익힌 것을 잊지 말아서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검속하며 사물을 응접함에 있어 모름지기 하나하나 도리를 극진히 하도록 힘써야 한다. 만일 혹 재에 들어가선 닦고 신칙하다가 재에서 나가선 방일하고 엉망으로 한다면 이는 두 마음을 품는 것이니 서원에서 지내도록 용납할 수 없다.

1. 초하루와 보름마다 제생은 강당에 모여 한 사람에게 학규(學規)를 한 차례 소리 내서 읽도록 시킨다. 처음 재에 들어간 자도 먼저 한 번 읽게 한다. 만일 방자하여 학규대로 하지 않는 자가 있으면 논책(論責)한다.
[주-D001] 먹을 …… 않는다 : 
《논어》 〈학이(學而)〉에 보인다.
[주-D002] 구용 …… 것이다 : 
옛날 군자가 수신하고 처세할 적에 견지해야 하는 아홉 가지 몸가짐으로, 《예기(禮記)》 〈옥조(玉藻)〉에 실려 있다.
[주-D003] 부자(夫子)께서 …… 것 : 
부자는 공자로, 이 내용은 《논어》 〈술이(述而)〉에 보인다.
[주-D004] 범씨(范氏)의 7계(戒) : 
범씨는 범충(范沖)으로, 자는 원장(元長)이며, 범조우(范祖禹)의 아들이다. 7계의 조목은 《소학》 〈가언(嘉言)〉에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