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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터전 우물가에서

22칸 ㄷ자 조선 기와집 나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뜯겨 옮겨온 집 줄이고 줄였다는데 엉성하게 맞추어 비는 새고 기울었습니다 쥐들은 어찌 그리 많은지요 옹달샘은 솟아오르고 작고 작은 두레박질에 사랑을 퍼 날랐았습니다 층층시하 어머님의 노고 쩍쩍 달라붙는 엄동설한 삼복더위 한 여름에도 쉴틈이 없었습니다 벌 나비 떼 모여드는 우물가 징검다리 놓았습니다 새콤달콤 석류 가득한데 앵두 대추 주렁주렁입니다 나 어린 시절이 맞는가? 잡초에 묻혀 있는 옛터에는 오동나무 그리움이 쌓였습니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돛단배를 은하수에 띄움은 그때 그 안에 나 있기 때문입니다

고향의 여름

추읍산 아래 남촌 나 어렸을 적이 그립습니다 칙폭칙폭 ~~ 뿡 ~ 산 넘어에서 들려오고 동그라미 두 날개에 달고 산을 넘고 내를 건넜습니다 풍덩 뛰어들던 물가 무지갯빛 물보라가 피는데 물고기가 따로이지 않았습니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웃기 따라 망태기 가득한데 틈새 꾸구리 덥석입니다 무리 짓는 피라지들 용용이지만 어항 안 은빛 가득합니다 보글보글 매운탕 끓는 소리 소주잔 기울이며 크 ~ 다지고 커갑니다 추읍산 아래 香谷(향리)은 삼복(三伏)이 즐겁습니다 흘러 흘러 여기까지 왔구나 일구어온 터전 상전벽해 되었습니다 티는 버리고 옥은 가꾸어 자자손손 언제까지이길요 얘들아 놀자 ~ 얘들아 놀자 ~ 기억이라는 창고 열고 나, 그리움 찾아 마주합니다

비 오는 아침 녘

주룩주룩 빗소리 예보되어 있었지 나 어린 시절 비바람에 꺾이는 비닐우산과 파고드는 우비가 있었다네 행여 휩쓸리지 않을까? 조심조심 개울을 건넜지 십 리 등교(登校) 길 되돌아올 때도 있었어요 날씨도 종시속(從時俗)인가? 마른장마일 적 많았는데 때론 물 폭탄에 논밭이 잠긴 적도 있었지 장마철 끝났다는 八月에도 태풍에 곳곳 휩쓸렸고 유비무환 교훈으로 받았습니다 7월도 끝을 향해 달린다 비가 내리고 있다 제법 양이 많을 듯 순간을 밝히는 빛 우르릉 ~ 꽝 ~ 우르르 ~ 꽝 不義를 불태우소서 노아의 방주에는 사랑만이 흐릅니다 정의의 씨앗을 뿌리소서 가꾸고 열매 맺어 주 하느님 지으신 세상 아름답고 동그랗게 그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