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제향(祭香)하는 곳에서 종촌(樅村) 농가로 들어가다

추읍산 2009. 11. 22. 03:57

自亨所 入樅村田舍 

자향소 입종촌전사

 

제향(祭香)하는 곳에서 종촌(樅村)27) 농가로 들어가다

 

김유근(金根 1785~1840)

 

一別林廬歲再飜  일별임려세재번  초당(草堂)을 떠난 뒤 이 년이 지나

來時春色遍山村  래시춘색편산촌   와보니 봄빛이 산마을에 가득하네

松杉老慣風霜力  송삼노관풍상력  소나무 삼나무 오래도록 풍상(風霜)의 힘을 견디고

花竹新經雨露恩  화죽신경우로은  꽃과 대나무 새로이 우로(雨露)의 은혜 입었네

半日偷閒魂夢穏  반일투한혼몽은  반나절 한가함 즐기니 꿈은 평온하고

四隣輪款笑談溫  사린륜관소담온  이웃들 정성 다하니 담소가 따스하네

人生適意知無幾  인생적의지무기  인생살이 흡족한 일 얼마 되지 않으니

何事忙忙又出門  하사망망우출문   무슨 일로 허둥지둥 문밖을 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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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종촌(樅村) : 노가재(老稼齋) 김창업(金昌業)의 집이 있던 지역으로, 현 성북구 장위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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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김유근이 동교송계(東郊松溪 . 현 서울시 성북구 장위동)에 집(花水亭이라는 초당)이 있었음은 "새 집이 완성되었다" 편에서 기술한 바 있습니다. 1830년 음 8월 15일 추석날에 효명세자의 연경묘(지금의 서울시 성북구 석관동) 를 참배하고 하산하다가 그곳 근처인 동교송계(성북구 장위동)의 화수정을 찾았고 그때 남긴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봄빛이 산마을에 가득하네 라고 적고 있어 1830년 봄에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마을의 정겨운 풍경을 봄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요? 연경묘를 찾은 다음편 쓰고 있고 제향하는 곳에서 종촌 농가로 들어가다는 것은 같은 날 두 사항이 이루어졌음을 말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곳에 집을 마련한 때가 1828년이고 2 년만에 찾아온 것입니다.

그곳 청지기가 반갑게 맞이하였을 것이고 저녁 시간이지만 한가위의 보름달이 그곳 종촌(樅村)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오랬간만에 찾은 초당에서 담소를 나누고  찾아온 마을 어른들로 집안은 왁자찍걸 하였을 것입니다. 함께 차려진 음식을 들면서 정담을 나누다 보니 몇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리고 그날은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삼청동의 백련사로 돌아갔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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