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백담(白潭) 사군(使君)의 병풍에 쓰다

추읍산 2009. 12. 15. 21:11

題白潭使君屏 제백담사군병


백담(白潭) 사군(使君)35)의 병풍에 쓰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桑麻四野藹陽春  상마사야애양춘   상마(桑麻) 심은 온 들판에 봄 햇살 가득한데

村戶晏然不動塵  촌호안연부동진   마을은 편안하며 먼지도 일지 않네

誰念九重懷保意  수념구중회보의   백성 보살피는 임금 마음 누가 생각하랴

知君自是讀書人  지군자시독서인   책 읽는 그대만은 잘 알고 있겠지36)


仁人作宰不沽名  인인작재부고명   어진사람 원님 되어 명예 구하지 않는데

己見朞年報政成  기견기년보정성   일 년 만에 치적(治積)을 이루었다네

衙罷公庭淸似水  아파공정청사수   공무 마친 동헌(東軒)은 물처럼 맑은데

閒看鳥雀繞堦行  한간조작요계행  계단 맴도는 참새를 한가로이 보고 있구나


哀吾赤子盡顚連  애오적자진전연   우리 백성 모두 괴로워하는 것이 슬픈데

椎剝何心彼恝然  추박하심피괄연   탐관오리 무슨 마음으로 그리 태연한가

見得勤憂那處驗  견득근우나처험   그대 애쓰고 걱정한 것은 무엇으로 알겠나

別來霰雪滿頭邊  별래산설만두변   이별한 뒤 주변머리 하얗게 세었구료


兒童騎竹繞街頭 아동기죽요가두   아이들은 죽마타고 거리를 돌고

拍手爭看郭細侯  박수쟁간곽세후   손뼉 치며 다투어 곽세후(郭細侯)37)를 보았지

面目不曾人與異  면목불증인여이   외모는 남들보다 잘난 것 아니지만

一腔仁愛念分憂  일강인애념분우   마음 가득함 인자함 백성을 구원했지


皇天有赫地無私  황천유혁지무사   하늘은 공평하고 땅은 사심 없으며

神目昭森不可欺  신목소삼불가기   천지신명 훤히 보니 속일수 없도다

君子圖終唯厥始  군자도종유궐시   유종의 미 거두는 군사 시작을 삼가는 법

何安萬囗己成碑  하안만국기성비   이구동성 칭찬으로 이미 송덕비(頌德碑) 되었으니 어찌 편안 하겠는가


穆穆因風懷好音  목목인풍회호음   온화함은 널리 퍼져 좋은 마음 품게 하고

明明如月照遐心  명명여월조하심   명철함은 달빛처럼 어디나 다 비추네

白頭傾盖君看取  백두경개군간취   흰 머리로 잠시 만났으니, 그대여 보게나

千古峩洋又在今  천고아양우재금   먼 옛날 아양곡(峩洋曲)38)이 오늘에도 있음을

 

園禽池草謝康樂원금지초사강락원금(園禽)과 지초(池草)는 사강락(謝康樂)의 시구요39)

春樹暮雲杜少陵춘수모운두소릉춘수(春樹)와 모운(暮雲)는 두소릉(杜少陵)의 시구라네40)

一別經年相對好  일별경년상대호   혜어진 뒤 일 년 반갑게 다시 만나

沈沈野酌更挑燈  심심야작갱도등   한밤중 술 마시며 또 등불 돋우네


八首詩成意不單  팔수시성의부단   시 여덜 수 짓자 마음이 외롭지 않으니

臨歧莫作去留難  임기막작거유난   갈림길에서 헤어짐을 어려워 말게

尋常寓目當存此  심상우목당존차   평소에 눈 둘 곳은 응당 이 시편이리니

寄與吾人座右看  기여오인좌우간   그대에게 주니 곁에 두고 항상 보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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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사군(使君) : 현감(縣監), 군수(郡守), 목사(牧使) 등의 지방관을 말한다.

 

36) 책 읽는...알고 있겠지 : 요(堯)임금이 천하를 다스린 지 50년 만에 민정을 살피려고 평민복 차림으로 거리에 나가니 한 노인이 배불리 먹고 흙덩이를 치며 노래하기를, "해 뜨면 일하고 해지면 쉬며, 농사지어 밥 먹고 우물 파서 마시니, 임금이 나한테 무슨 은덕이 있느냐" 하였다. <『악부시집(樂府詩集)』> 여기서는 임금님 덕분에 잘 먹고 산다는 것을 세상 사람은 모르지만 책 읽는 그대만은 안다는 것이다.

 

37) 곽세후(郭細侯) : 후한(後漢)의 곽급(郭伋)으로, 세후는 그의 자(字)이다. 곽급은 왕망(王莽) 때에 병주 목(幷洲牧)이었는데, 그 뒤 광무제(光武帝) 때에 다시 병주 목으로 부임하자 예전에 은혜를 입었던 병주의 노약자들이 도로에 나와 영접하였고, 경내를 순행 할 때는 아동 수백 명이 죽마에 올라 타고서 환영하며 절을 했다. <『후한서(後漢書)』31 「곽두공장염왕소양가육열전(郭杜孔張亷王蘇羊賈陸列傳)」곽급 조항>

 

38)아양곡(峩洋曲) : 춘추시대 금(琴) 명수 백아(伯牙)가 종자기(鍾子期) 앞에서 「고산유수곡(高山流水曲)」을 연주했는데, 백아의 뜻이 태산에 있으면 종자기가, "높고 높구나. [峩峩]" 하였고, 뜻이 흐르는 물에 있으면 "출렁출렁 하는구나. [洋洋]" 하였다. > <『열자(熱刺)』「탕문(湯問)」> 벗 사이에 서로 마음을 잘 이해한다는 뜻이다.

 

39) 원금(園禽)과...시구요 : 사강락은 위진시대(魏晋時代) 진나라 사령운(謝靈運)이다. 그는 평소에 종제(從弟) 혜련(惠連)을 높이 칭찬하여, "시를 지을 때마다 혜련을 대하면 아름다운 시구가 나온다." 했는데, 한번은 시를 지을 때 하루 종일 시상이 떠오르지 않다가 갑자기 꿈속에서 혜련을 보고난 뒤에, "못가에는 봄풀이 돋아나고, 동산 버들 우는 새 재주 부리네, [池塘生春草 園柳變鳴禽]" 라는 명구를 지었다. ,<『남사(南史)』19 「열전」9 사령운 조항> 여기서는 자신을 사령운에 비유하여 혜련과 같은 시우(詩友)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보인 것이다.

 

40)춘수(春樹)와...시구라네 : 두소릉은 당나라 두보(杜甫)이다.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에, "위수 북쪽엔 봄철나무, 장강 동쪽엔 저녁구름, [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이라 했는데, 멀리 혜어진 친구를 그리워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