灣尹令公 以便面寫竹兼書古詩寄贈 遂次其韻而謝之
만윤영공 이편면사죽겸서고시기증 수차기운이사지
만윤 영공(灣尹令公)이 부채에 대나무를 그리고 고시(古詩)를 써서 주시기에 마침내 그 시에 차운하여 사례하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龍灣得公西道主 용만득공서도주 공이 의주의 장관이 되어 평안도를 다스려
深荷勝具慰涔寂 심하승구위잠적 좋은 경치 실컷 구경해 적적함을 달래네
靑驄駄妓上嶙峋 청총태기상린순 기생 끼고 청총마(靑驄馬) 타고 산으로 올라가고
畫舫携酒泛空碧 화방휴주범공벽 술병 차고 화려한 배 타고 푸른 강에 떠 있네
一旬遊樂無虛日 일순유락무허일 열흘 동안 즐거운 유람 헛된 날이 없으니
情意款洽忘爲客 정의관흡망위객 온정 넘쳐 나그네 신세도 잊게 되네
靑春己暮人欲去 청춘기모인욕거 푸른 봄 이미 저물어 사람이 떠나려 하니
關河芳草愁思積 관하방초수사적 변방의 어여쁜 꽃 수심만 쌓여 가네
浮生離合摠幻夢 부생이합총환몽 덧없는 인생 만남과 이별 모두 꿈결 같으니
我行偶爾眞無適 아행우이진무적 내 행적 우연일 뿐 진정 정해진 곳 없지
天地悠悠同逆旅 천지유유동역여 넓고 넓은 천지는 머물다 가는 여관 같으니
達觀何須悲陳迹 달관하수비진적 달관한 사람이야 굳이 지나간 자취를 슬퍼하겠나
公舘病臥不窺戶 공관병와불규호 공관(公舘)에서 병들어 누워 바깥출입 못하는데
感君墨戲能破寂 감군묵회능파적 무료함을 달래주는 그대의 그림과 시 고맙구료
一枝遠追彭城派 일지원추팽성파 대나무 가지는 멀리 팽성(彭城)88)의 유풍 추구하니
雅韻元不須丹碧 아운원불수단벽 청아한 운치는 본래 화려한 색채 필요 없는 법
淸風肅肅?軒楹 청풍숙숙?헌영 청풍은 쏴아쏴아 난간 기둥에 불어오는데
此間四顧無熱客 차간사고무열객 사방을 둘러봐도 열객(熱客)89)은 없구나
遊戱非直天才妙 유희비직천재묘 붓놀림은 타고난 오묘한 경지일 뿐 아니요
造詣應復工夫積 조예응복공부적 깊은 조예는 공부가 축적된 것이지
風枝露葉任橫竪 풍지로엽임횡수 바람 부는 가지 이슬 머금은 잎새 자연스럽고
墨香淋漓惟心適 묵향림리유심적 묵향의 농담은 마음 따라 절로 생긴 것이네
我歸什襲篋笥迹 아귀십습협사적 내 돌아가면 겹겹이 싸서 상자에 보관하여
珍重他日心貺迹 진중타일심황적 진심으로 선사한 그날의 자취 소중히 간직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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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팽성(彭城) : 팽성은 송나라 소식(蘇軾)을 가리킨다. 시서화에 뛰어난 문동(文同)이 친구이자 그림 제자인 소식에 대해, "내 묵죽(墨竹) 한 유파가 요사이 팽성에 있다. [吾墨竹一派近在彭城]" 했는데, 그 당시 소식이 팽성 관리로 있었다. <소식「문여가화운당곡언죽기(文與可畵篔簹谷偃竹記)」>
89) 열객(熱客) : 더위를 무릅쓰고 염치없이 남의 집을 찾는 손님을 말하는데, 권세에 아부하거나 사리에 어두운 사람을 비유하기도 한다. 진(晉)나라 정효(程曉)
「조열객(嘲熱客)」에 "지금 삿갓 쓴 사람이 더위를 무릅쓰고 남의 집을 찾아갔네, 손님 왔다는 말을 들은 주인은 찡그리며 이 일을 어쩌나 하네, [只今褦襶子 觸熱到人家 主人聞客來 嚬蹙奈此何]" 했다. 여기서는 작자를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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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만윤(灣尹)은 의주 부윤 가리킨다. 이 글에서 가리키는 의주 부윤은 누구일까. 날짜가 기록되어 있지를 아니하여 더 연구하여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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