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찌는 듯한 더위

추읍산 2011. 1. 31. 12:07

 

苦熱 고열


찌는 듯한 더위

김유근(金逌根 1785~1840)


赤日臨天中 적일임천중 붉은 태양 하늘 가운데 떠서

彌空布大火 미공포대화 하늘 가득 큰 불 기운 쏟아내고

萬里無端倪 만리무단예 만리 먼 곳 끝없이

烘雲遍朶朶 홍운편타타 횃불 같은 구름 송이송이 펼쳐있네

 

寂寂蟬被噤 적적선피금 매미도 고요히 입 다물고

跕跕鳶方墮 접접연방타 소리개도 맥없이 떨어지네

喘喘皆欲殊 천천개욕수 헐떡이며 모두 죽으려 하니

詎能別人我 거능별인아 남이나 나나 마찬가지네

 

大屋穹而邃 대옥궁이수 큰 집은 깊으면서 둥그렇고

高樹蔭右左 고수음우좌 큰 나무는 좌우에 그늘을 드리우는데

北窓足淸風 북창족청풍 북쪽 창문은 맑은 바람 충분하고

凉牀置安妥 량상치안타 차가운 평상 안전하게 놓았지

 

奔走羅僮僕 분주라동복 분주한 사내종 늘어서 있고

承順侍婀娜 승순시아나 예쁜 계집종 공손히 모시고 있지

成羣搖大扇 성군요대선 무리 지어 큰 부채 흔들고

氷椀貯佳菓 빙완저가과 얼음 사발에 좋은 과일 담네

 

輕紈尙嫌重 경환상혐중 가벼운 비단옷도 무거울가 해서

有時思裎裸 유시사정라 때로 모두 벗어버릴까 생각하네

貴人理固然 귀인리고연 신분 높은 이 원래 이러하니

何事復不可 하사복불가 무슨 일인들 하지 못할까

 

念彼耕與織 념피경여직 밭 갈고 길쌈하는 저 백성들

辛苦爾則那 신고이칙나 괴로움과 고통 어쩔 것인가

當晝忘暴露 당주망폭로 낮엔 뙤약볕에 몸을 내맡기고

徹夜不暫惰 철야불잠타 밤새도록 잠시도 쉬지 못하지

 

焦土爛肌膚 초토란기부 타 오르는 땅 피부를 녹이는데

氣促汗成顆 기촉한성과 숨은 차오르고 땀은 방울져 떨어지네

奈此屋粘蝸 내차옥점와 집은 달팽이 집, 너무 좁은데

積火常逼坐 적화상핍좌 적화(積火)170) 켜고 항상 다닥다닥 붙어 앉네

 

二者若無省 이자약무성 두 경우 비교하여 고민하지 않으니

人情豈所媠 인정기소타 이것이 어찌 인정상 소홀할 일이랴

手足極腁胝 수족극변지 손발은 어느 곳이나 굳은살 박히지만

所與復不夥 소여복불과 남는 것은 그닥 많지 않네

 

終年事力作 종년사역작 한 해 내내 힘써 경작했지만

爲人充腹果 위인충복과 다른 사람 배만 채워주고

并日苦杼柚 병일고저축 매일매일 고생고생 베틀 돌리지만

任他歸包裹 임타귀포과 다른 사람 옷이 되어버리네

 

復有門前吏 복유문전리 게다가 문 앞에 들이닥친 아전은

數來橫索頗 수래횡색파 자주 와서 이것저것 징수하는데

搜括及缾罌 수괄급병앵 쌀독까지 샅샅이 뒤져

蕩然同掦簸 탕연동척파 키질하여 다 날린 것처럼 텅비어 버리네

 

豈直室如磬 기직실여경 어찌 집안 살림 거덜 날 뿐이랴

往往遭械? 왕왕조계쇄? 종종 수갑차고 형벌도 받는다네

君子雖在上 군자수재상 관리가 위에 있지만

安得察細瑣 안득찰세쇄 어찌 작은 일 살필 수 있겠는가

 

勞逸旣懸殊 노일기현수 노고와 안일 이미 현격하게 다르고

苦樂又恁麽 고락우임마 고통과 즐거움 또 이와 같네

今我究其本 금아구기본 지금 내가 그 원인 찾아보니

炎陵實堦禍 염능실계화 염제(炎帝)가 실로 재앙의 원인이라171)

 

僞作苦熱詩 위작고열시 이 때문에 「고열(苦熱)」시 지어

從君一欨欨?종군일구구그대 따라 한 번 한 숨 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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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적화(積火) : 밤에 길쌈할 때에 밝히는 등불이다.


171) 염제(炎帝)가...원인이라 : 『회남자(淮南子)』「천문훈(天文訓)」에, "남방은 불을 상징하는데, 그것을 주관하는 신은 염제이다." 했다. 여기서는 타는 듯한 여름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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