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한밤중에 다듬이 소리를 듣고

추읍산 2011. 2. 10. 03:33

 

夜聞砧聲 야문침성


한밤중에 다듬이 소리를 듣고


김유근(金逌根 1785~1840)


暮砧何處急 모침하처급 저물녘 다듬이질 급한 곳 어디인가

流響動淸秋 유향동청추 흐르는 소리 맑은 가을 울리네

伴月高抵影 반월고저영 아래위로 비치는 달그림자 짝하고

隋風斷續愁풍단속수 바람 따라 끊어질듯 이어질듯 근심스럽네

緩迎如合節 완영여합절 천천히 들려올 땐 가락에 맞고

交下似爭頭 교하사쟁두 한 번에 울릴 땐 두각을 다투는 듯

此夜思歸客 차야사귀객 이 밤 귀향 생각하는 나그네

閒廳臥小舟 한청와소주 한가히 들으며 작은 배에 누워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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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추읍산)가 쓰는 글

 

다듬이하면 50대 이하에선 무엇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필자는 농촌 출신이고 1940년~1960년대를 거쳐왔기 때문에 지금도 다듬이질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먼저 옷감에 풀을 먹이고 보자기에 싸서 발로 밟아 어느 정도 틀을 잡은 다음 직사각형의 도톰한 다듬잇돌 위에 얹어놓고 두 개의 방망이를 양손에 하나씩 잡고 두드리는데 농촌의 초저녁에는 그 소리가 마을의 적막을 깨트리곤 하였다. 이렇게 한참을 두드리다 보면 옷감은 바르게 펴지는데 모두가 아녀자들의 몫이다.

 

이는 언제부터 내려온 풍습일까? 한반도에 우리 민족이 자리 잡고 아마도 단군조선 초기부터 이어져 오지 않았을까? 그 모습이 삼국시대와 고려, 조선을 거치면서 1960년경까지 이어져 왔는데 지금은 현대화의 물결에 밀려 자취조차 사라지고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게 되었으니 100년 후의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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