病枕聞雨 偶賦志悶 병침문우 우부지민
병석에서 빗소리를 들어 우연히 시를 지어 번민을 기록하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夏雨連仍復涉秋 하우연잉복섭추 여름비 이어져 가을 되어도 그치지 않고
檐鈴聒耳使人愁 첨령괄이사인수 처마 끝 풍경(風磬)이 시끄러워 근심스럽게 하네
長時聒屋空懸釜 장시괄옥공현부 오랫동안 초가집에 공연히 솥만 걸어 놓았는데208)
不日都門可泊舟 불일도문가박주 머지않아 서울에 배를 댈 수 있겠구나
人事蒼茫靡所屇 인사창망미소계 사람의 일 많고 많아 다 해내지 못한다고
天心仁愛竟何尤 천심인애경하우 하늘의 인자함 탓할 수 없지
絲毫未報追先志 사호미보추선지 선조들이 뜻 한 바 조금도 보답하지 못하고
病裏徒深漆室憂 병이도심칠실우 병석에서 칠실(漆室)의 걱정209)만 절절하구나
流光轉眄又新秋 유광전면우신추 세월은 순식간에 흘러 또 가을 되니
忽忽非關老去愁 홀홀비관노거수 늙어가는 이의 근심 아랑곳 않고 빠르기만 하구나
鄕里何妨乘下澤 향리하방승하택 시골에서 하택거(下澤車)210) 타는게 뭔 문제겠나
風波自媿擬虛舟 풍파자괴의허주 물결치는 강 빈 배 되려한 게 부끄럽구나
明時事業須才彦 명시사업수재언 태평성대 사업은 재주 있는 선비 필요하니
少日文章足悔尤 소일문장족회우 젊은 시절 내 문장 창피할 뿐이네
堪笑髩毛如雪白 감소빈모여설백 우습구나, 귀밑머리 눈처럼 희니
莫將餘景漫勞憂 막장여경만노우 남은 인생 부질없이 근심 속에 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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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초가집에...놓았는데 : 솥에 밥을 한다는 뜻인데, 야외에서 고생스럽게 살아가는 모양을 표현한 것이다.
209) 칠실(漆室)의 걱정 : 자기 신분을 넘어 근심하는 것을 이른다. 춘추시대 魯나라 목공(穆公) 때 임금이 늙고 태자가 어려 나라가 위태로웠는데, 칠실읍에 사는 젊은 여자가 한숨을 쉬며 나라와 백성을 걱정했다. <유향(劉向) 『열녀전(烈女傳)』3 「칠실녀(漆室女)」>
210) 하택거(下澤車) : 주 61) 참조, 작은 수레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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