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을미년 여름 윤달에 청야(淸野) 신중지(申仲之)가 순흥(順興)에서 돌아와

추읍산 2011. 3. 4. 00:05

 

김유근(金逌根 1785~1840)

 

乙未夏閏 靑野申仲之 歸自順興 以浮石寺禪扉花一包相贈 花色白而其

을미하윤 청야신중지 귀자순흥 이부석사선비화일포상증 화색백이기

氣微香云 是義相大師拄杖 臨化 植於寺之檐前 語寺衆日 我滅度後幾年

기미향운 시의상대사주장 임화 식어사지첨전 어사중일 아멸도후기년

此杖當生芽開花 後果如其言 余嘗聞其槩 而未究其詳 今見此花 得未曾

차장당생아개화 후과여기언 여상문기개 이미구기상 금견차화 득미증

有 踴躍作禮 爲述是偈

유 용약작례 위술시게

 

을미년(1835, 작자 51세) 여름 윤달에 청야(淸野) 신중지(申仲之)가 순흥(順興)에서 돌아와 부석사(浮石寺)에서 핀 선비화(禪扉花) 하나를 주었는데, 색깔은 하얗고 은은한 향기가 풍겼다. 이것은 의상대사(義相大師)의 주장자(拄杖子)인데, 돌아가시기 직전에 부석사 처마 앞에 심고 절 식구들에게, 내가 죽고 몇 년 뒤에 이 지팡이에서 싹이 나고 꽃이 필 것이다. 했는데, 뒤에 과연 그 말처럼 되었다. 내가 예전에 그 이야기를 대강만 듣고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다. 지금 이 꽃을 보게 되었으니, 예전에 한 번도 갖지 못한 것을 얻은것이다. 기쁘고 고무되어 경의를 표하고 이 시를 짓는다.


義相大師東方佛 의상대사동방불 의상대사는 우리 동방의 부처요

千年古寺名浮石 천년고사명부석 천년 고찰, 그 이름 부석사라네

羅麗相傳幾塵劫 라려상전기진겁 신라 고려 전한 것이 몇 겁의 시간

寺中往往多奇蹟 사중왕왕다기적 절에서 종종 기적이 일어났지

 

大師自是國王子 대사자시국왕자 대사는 원래 나라의 왕자인데

捨却江山洞弊舃 사각강산동폐석 헌신작처럼 세상을 버리고

一朝出門入山去 일조출문입산거 하루아침에 집 나가 산사(山寺)에 들어가

削髮披緇成神釋 삭발피치성신석 머리 깍고 가사(袈裟) 걸쳐 신령한 스님 되었네

 

佛門願力深如海 불문원력심여해 불제자의 원력(願力) 바다같이 깊어

普救蒼生無不適 보구창생무불적 널리 백성 구원하고자 어디든 갔네

手中自持一拄杖 수중자지일주장 손에 지니고 있는 주장자 하나

摩挲不曾離朝夕 마사불증이조석 어루만져 조석으로 놓지 않고

 

調御龍虎如家畜 조어용호여가축 용과 범을 가축처럼 길들이고

指揮人天來講席 지휘인천래강석 중생들 지휘해 강연에 참석케 했네

小術寧數葛陂化소술령수갈피화 갈피(葛皮)의 변화212) 작은 재주이니 어찌 비교할 것이며

幻戲堪咍羅公擲 환희감해나공척 나공(羅公)의 투척213) 요술이니 같잖을 뿐이네

 

矢心不墮野狐禪 소심불타야호선 맹세한 마음 야호선(野狐禪)214)에 떨어지지 않고

一生戒律遵繩尺 일생계율준승척 한평생 법도에 딱 맞게 계율 지켰네

寂然示我雙林期 적연시아쌍림기 고요히 내게 쌍림(雙林)215)의 기약 보여 주니

去來無復幽明隔 거래무복유명격 생사(生死)에 이승 저승 간격이 없네

 

植杖檐前與衆約 식장첨전여중약 처마 앞에 주장자 심어 사람들과 약속하니

此間生意留一脉 차간생의유일맥 이 사이 한 줄기 생명의 의미 남겼네

漸看萌芽自成叢 점간맹아자성총 차츰 싹이 나서 크게 자라니

通身削玉光深碧 통신삭옥광심벽 전체가 깍아 놓은 옥처럼 푸르네

 

年年出葉復開花 년년출엽복개화 해마다 잎사귀 나고 또 꽃이 피었는데

歷劫無煩雨露積 역겁무번우로적 세월을 지나며 비와 이슬 필요치 않았지

高枝終不過堂檐 고지종불과당첨 큰 가지 끝내 처마를 넘어서지 않지만

長靑直欲凌松柏 장청직욕릉송백 푸른 기운 곧장 송백(松柏)을 능가하려 하네

 

瓣成六出較梅小 판성육출교매소 여섯 장 꽃잎 매화보다 작고

其氣微香其色白 기기미향기색백 은은한 향기에 색깔은 하얗네

四衆投地俱膜拜 중투지구막배 사대부중(四部大衆)216) 땅에 엎드려 절을 하니

不圖今日瞻手澤 불도금일첨수택 오늘 내가 그 흔적을 볼 줄 몰랐네

 

優曇爲世一出現 우담위세일출현 우담바라(優曇鉢羅)217) 세상에 한 번 피었다는

傳說荒唐公聞昔 전설황당공문석 황당한 전설 예전에 들었지

盂蘭從古稱盛會 우란종고칭성회 옛날부터 우란분회(盂蘭盆會)218) 성대한 모임이라 했는데

去佛愈遠徒摸索 거불유원도모색 부처와의 시간 멀어질수록 그저 모임만 가질 뿐

 

舍利雖貴不離身 사리수귀불이신 사리(舍利)가 귀중하긴 해도 몸속에 있으니

却因四大融情液 각인사대융정액 사대(四大)219)를 통해 진액을 녹인 것이지

萻提縱好元非樹 암제종호원비수 보리(菩提)가 좋기는 해도 원래 나무 아니니

維聞一堂尋戈戟 유문일당심과극 한 집안에 무기 들고 다투었다네

 

何如大師禪扉花 하여대사선비화 어째서 의상 대사 선비화(禪扉花)는

歡喜希有親見獲 환희희유친견획 꽃 피는 걸 직접 보기 드문가

我聞佛家第一義 아문불가제일의 내 들으니 불교에서 가장 중요한 건

要將生死相敓易 요장생사상탈역 삶과 죽음 서로 맞바꾸어

 

滅盡天地及人物 멸진천지급인물 하늘과 땅, 인간과 만물 다 사라져도

長存兩間千古隻 장존양간천고척 둘 사이에 영원히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

何論花開與花謝 하론화개여화 꽃이 피든 지든 무슨 상관이랴

師心如水隨處假 사심여수수처가 대사의 마음 물처럼 곳곳에 이르느니

 

妙法無邊不可思 묘법무변불가사 오묘한 법 광대하여 헤아릴 수 없으니

譬如窺天從管隙 비여규천종관극 대롱으로 하늘을 보는 것과 같네

黃山居士好事者 황산거사호사자 호사자(好事者) 황산 거사가

此言得之靑野客 차언득지청야객 청야(靑野)에게서 이 말을 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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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갈피(葛皮)의 변화 : 후한 때 시장에서 약 장수 노인이 점포 머리에 병 하나를 걸어 놓고 있다가 시장을 파하고 나서 매번 그 병 속으로 들어갔다. 시장 관리였던 비장방(費長房)이 그 사실을 알고는 그 노인에게 가서 재배(再拜)하고 그를 따라 병 속에 들어가 보니, 집이 화려하고 좋은 술과 맛있는 안주가 가득하여 함께 술을 실컷 마셨다. "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가 걱정하자, 그 노인이 지팡이 하나를 주면서 "이것만 타면 집에 갈 수 있다. " 고 했다. 비지방이 그 지팡이를 타고 홀연히 조는 듯한 순간에 집에 도착하여 그 지팡이를 갈피(葛陂) 속에 던지고 보니, 그것이 바로 청룡(靑龍)이었다. <『후한서』82하> 「방술열전(方術列傳)」비장방 조항>


213) 나공(羅公)의 투척 : 당나라 도사(道士) 나공원(羅公遠)이 개원(開元) 연간 추석날 밤에 현종(玄宗)을 모시고 궁중에서 달을 구경하다가 계수나무 지팡이를 공중에 던지니 큰 다리가 되어 현종과 함께 올라 월궁(月宮)에 이르렀다 한다. <『당일사(唐逸史)』>


214) 야호선(野狐禪) ; 선가(禪家)에서 선학(禪學)을 닦아 아직 깨우치지 않았는데 이미 깨우쳤다고 자만하여 사벽(邪辟)해진 자를 욕하는 말이다. 옛날 어떤 노인이 인과(因果)를 말하던 중 한마디를 잘못하여 들여우[野狐]로 오백 번 거듭 태어났다가, 뒤에 백장선사(百丈禪師)의 깨우침으로 해탈했다. <『오등회원(五燈會元)』「마조일선사법사(馬祖一禪師法嗣). 백장회해선사(百丈懷海禪師)」>


215) 쌍림(雙林) 부처가 죽은 곳인데, 부처를 가리키기도 한다.


216) 사대부중(四部大衆) : 불교교단을 구성하는 네 종류의 사람으로, 비구(比丘), 비구니(比丘尼), 우바새(優婆塞), 우바이(優婆夷)이다.


217) 우담바라(優曇鉢羅) : 3천년에 한 번 핀다는 꽃으로, 부처의 출현에 호응하여 이 꽃이 핀다고 한다.


218) 우란분회(盂蘭盆會) : 부처의 제자 목련존자(目連尊者)가 아귀지옥에서 고통 받고 있는 어머니를 구원하는 방법을 묻자, 부처가 "시방중승(十方衆僧)의 힘이 필요하니 7월 15일에 백 가지 공물(供物)을 차려 그 중들을 청하라." 했다. 이후에 불제자가 매년 7월 15일에 효도와 자애로써 소생 부모를 생각하여 우란분을 만들어 부처와 스님에 사주하여 부모가 자기를 길러준 은혜를 보답한다.<『우란분경(盂蘭盆經)』>


219) 사대(四大) : 지수화풍(地水火風)을 가리키는 불교의 용어인데,이 네가지가 작용하여 사람의 몸이 구성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