早春 玉壺山房
초봄에 옥호산방(玉壺山房)228)에서
김유근(金逌根 1785~1840)
憶昔湖南過上元 예전 호남에서 정월대보름 행사 때
賽神鉦鼓閙衙門 징치고 북치며 신께 제사지내 관아가 시끌벅적했지
如今寂寂山房臥 지금은 적막히 산방에 누워 있으니
三十年光欲斷魂 삼십년 세월에 슬픈 마음 절절하네
村巷依然似舊時 시골 마을 의연히 예전과 비슷한데
兒童已長少年衰 아이는 어른 되고 소년은 늙었네
夕陽結伴來山社 석양에 짝지어 산사(山社)에 오니
無限人間後死悲 인간세상 내 슬픔 끝이 없구나
元宵孤燭徹深更 정월대보름 외로운 등불 깊은 밤까지 켜졌는데
閒掩柴扉斷客行 사립문 닫아거니 찾아오는 손님 없네
惟有舊時東嶺月 옛날 동쪽 산에 뜨던 달만이
殷勤猶到竹間明 은근히 대나무 사이 비추네
228) 옥호산방(玉壺山房) : 작자의 아버지 김조순이 지은 옥호정사(玉壺精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