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돌 그림에 써서 이재(彝齋)에게 주다

추읍산 2011. 3. 19. 11:17

 아랫글은 옮긴이가 황산과 그 문우들 편에서 소개하였는데 황산유고는 순서에 의하고 있으므로 본란에 또 씁니다.

 

題畵石 寄彛齋

 

돌 그림에 써서 이재(彝齋)1)에게 주다


我本無寸長    나는 본래 조금의 장점도 없고

性復頑如石    성격도 돌처럼 완고하네

所以與石好    그래서 돌을 좋아해

相對忘朝夕    마주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르지

 

心與石全化    마음이 돌에 완전히 동화되어

下筆渾無迹    붓을 대면 전혀 흔적이 없네

奇醜瘦透漏    너무 못생기고 삐죽하며 엉성하게 그리니

未必拘繩尺    굳이 법도에 얽매이지 않지

 

隨手自成形    손 가는 대로 완성된 모양이

種種具一格    가끔 하나의 풍격을 갖추기도 하네

興到輒揮灑    흥에 겨우면 즉시 붓을 휘두르고

棄置復不惜    버려도 다시 아까워하지 않지

 

常怪業畵者    참으로 이상하구나, 그림쟁이들은

自愛如拱璧    자기들을 큰 보물인양 아껴

見人來乞畵    누군가 와서 그림 달라 하면

色莊加怒斥    엄숙한 체 하며 성내고 꾸짖네

 

我則異於是    나는 이들과는 달라

於人無所擇    사람을 가리지 않으니

爲作畵石詩    돌 그림에 대한 시를 지어

遍告天下客   세상 나그네에게 두루 고하네



1) 이재(彝齋) : 주 225) 참조. 권돈인(權敦仁)의 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