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가을이 깊어가는데

추읍산 2011. 3. 19. 10:59

秋深

 

가을이 깊어가는데

 

 

김유근(金逌根 1785~1840)

 

浮生須適意   뜬 구름 같은 인생 뜻대로 살아야지

富貴亦何時   부귀공명 어느 때이겠는가

鐘鼎與山水   고관대작과 산림처사

役心兩皆癡   마음 쓰니 둘 다 어리석구나

 

秋風忽凄厲   가을바람 어느새 싸늘해져

羣芳失所持   꽃들이 의지할 곳 잃네

燦燦籬下菊   울타리 아래 찬란한 국화

拒霜金蕋垂   서리 이기고 노란 꽃 드리우네

 

歡然酌新釀   기쁜 마음으로 새 술을 따라

相對意不移   마주보니 딴 마음 들지 않네

微醺遍四體   취기가 온몸에 퍼져

俯仰神自怡   잠시 마음이 흐뭇해지는데

 

不知天地間   천지 사이에

此樂說與誰   이 즐거움 누구에게 말할까

軒駟縛人甚   높은 벼슬 사람을 심하게 속박하니

終日竟何爲   하루 종일 결국 무엇을 하는가

 

所以達觀者   그래서 달관한 사람은

於物不規規   사물에 얽매이지 않지

怊悵登樓望   슬픈 마음으로 누각에 올라 바라보니

白日臨西陲   흰 태양이 서쪽 변방 굽어보네

 

懷哉千載上   그립구나, 천 년 거슬러

尙友心獨悲   옛사람을 벗해도1) 마음만은 서글프구나

 


 

1) 옛사람을 벗해도 : 위로 옛사람과 더불어 벗을 삼는다는 뜻이다. 『맹자』 「만장(萬章)」하에, “천하의 훌륭한 선비와 벗하는 것이 만족스럽지 않아, 또다시 위로 올라가서 옛사람을 논한다. 그 시를 외우고 그 글을 읽어 그 사람을 알지 못하면 되겠는가. 그래서 그 시대를 논하는 것이다. 이것이 위로 거슬러 올라가 벗하는 것이다. [以友天下之善士爲未足 又尙論古之人 誦其詩讀其書 不知其人可乎 是以論其世也 是尙友也]”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