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深
가을이 깊어가는데
김유근(金逌根 1785~1840)
浮生須適意 뜬 구름 같은 인생 뜻대로 살아야지
富貴亦何時 부귀공명 어느 때이겠는가
鐘鼎與山水 고관대작과 산림처사
役心兩皆癡 마음 쓰니 둘 다 어리석구나
秋風忽凄厲 가을바람 어느새 싸늘해져
羣芳失所持 꽃들이 의지할 곳 잃네
燦燦籬下菊 울타리 아래 찬란한 국화
拒霜金蕋垂 서리 이기고 노란 꽃 드리우네
歡然酌新釀 기쁜 마음으로 새 술을 따라
相對意不移 마주보니 딴 마음 들지 않네
微醺遍四體 취기가 온몸에 퍼져
俯仰神自怡 잠시 마음이 흐뭇해지는데
不知天地間 천지 사이에
此樂說與誰 이 즐거움 누구에게 말할까
軒駟縛人甚 높은 벼슬 사람을 심하게 속박하니
終日竟何爲 하루 종일 결국 무엇을 하는가
所以達觀者 그래서 달관한 사람은
於物不規規 사물에 얽매이지 않지
怊悵登樓望 슬픈 마음으로 누각에 올라 바라보니
白日臨西陲 흰 태양이 서쪽 변방 굽어보네
懷哉千載上 그립구나, 천 년 거슬러
尙友心獨悲 옛사람을 벗해도1) 마음만은 서글프구나
1) 옛사람을 벗해도 : 위로 옛사람과 더불어 벗을 삼는다는 뜻이다. 『맹자』 「만장(萬章)」하에, “천하의 훌륭한 선비와 벗하는 것이 만족스럽지 않아, 또다시 위로 올라가서 옛사람을 논한다. 그 시를 외우고 그 글을 읽어 그 사람을 알지 못하면 되겠는가. 그래서 그 시대를 논하는 것이다. 이것이 위로 거슬러 올라가 벗하는 것이다. [以友天下之善士爲未足 又尙論古之人 誦其詩讀其書 不知其人可乎 是以論其世也 是尙友也]” 했다.
'기증유물 도록 > 황산유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돌 그림에 써서 이재(彝齋)에게 주다 (0) | 2011.03.19 |
---|---|
단오 다음날 여러 손님과 함께 백련산방(白蓮山房)에 들렀다 (0) | 2011.03.19 |
저무는 봄 소한당(素閒堂)에서 홀로 앉아 그냥 읊다 (0) | 2011.03.19 |
그리운 사람 (0) | 2011.03.19 |
봄비 (0) | 2011.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