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유물 도록/황산유고

남한산성 바라보며 두보(杜甫)의 시에 차운하다

추읍산 2011. 3. 19. 13:06

望山城 次老杜韻

 

남한산성 바라보며 두보(杜甫)의 시1)에 차운하다

 


김유근(金逌根 1785~1840)


汗流脅息仰城門    땀 흘리고 헐떡거리며 성문을 바라보니

阧絶山形似覆盆    치솟은 산의 형세 엎어놓은 동이 같네

路險每愁逢犖确    험한 길 돌무더기 만날 때마다 걱정하고

林霏長不辨朝昏    구름 낀 숲 아침인지 저녁인지 전혀 분간 못하네

 

千年擊柝關防重    천년 세월 딱따기 쳐2) 관새 방어 중요한데

一日牽羊國恥存    하루아침에 양을 끌었으니3) 나라 치욕 남았구나

四野桑麻承雨露    사방 들판 농작물은 고마운 비를 맞으니

如今戰地復成村    전쟁터가 지금은 촌락이 되었구나



1) 두보(杜甫)의 시 : 두보의 「백제(白帝)」시로, 원문은 다음과 같다. “白帝城中雲出門 白帝城下雨翻盆 高江急峽雷霆鬬 翠木蒼藤日月昏 戎馬不如歸馬逸 千家今有百家存 哀哀寡婦誅求盡 慟哭秋原何處村”

 

2) 딱따기 쳐 : 밤에 딱다기를 치며 돌아 경계를 엄중히 하는 것인데, 여기서는 국경의 방비를 튼튼히 하는 것을 뜻한다.

 

3) 양을 끌었으니 : 전쟁에 져서 항복한 것을 말한다. 주나라 무왕(武王)이 은나라를 이기자 은나라 미자(微子)가 나라의 제기(祭器)를 들고 군문(軍門)에 나오는데, 웃옷을 벗고 손을 뒤로 결박한 채 왼손으로는 양을 끄는 줄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띠풀을 들고 무릎으로 걸어왔다. <『사기』「송미자세가(宋微子世家)」> 여기서는 병자호란 때 인조(仁祖)가 청나라에 항복한 것을 이른다.